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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indy Hwang 황선연 Aug 05. 2016

11. 정체불명의 군사들 - 2


 밤의 장막이 내려온 숲은 아주 고요했고 살아서 움직이는 그림자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미할이 어서 비켜서라며 그녀를 옆으로 밀쳤다. 그들은 통나무 판자 사이에 난 작은 틈새를 통해 바깥을 주시했다.


 곧 그녀의 귀에도 무섭게 달려오는 말발굽 소리가 공포의 전주곡처럼 들려오기 시작했다. 


 잠시 후, 정말로 오른쪽 숲에서 시커먼 무리의 군사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오두막 앞으로 난 길을 따라 달렸는데, 모두 30명 정도로 검은 말을 타고 있었다. 얼굴은 몸 전체를 두른 망토의 두건에 가려져 전혀 보이지 않았다. 망토는 마치 무거운 갑옷이나 된 것처럼 그들의 몸에 찰싹 달라붙어선 앞에서 불어오는 바람에도 전혀 펄럭이지 않았다.

 

 그러나 더욱 끔찍한 것은 망토 아래 드러난 그들의 손이었다. 말의 고삐를 단단히 붙잡고 있는 것은, 살이 하나도 붙어있지 않은 새하얀 뼈들이기 때문이었다. 춥지 않은 날씨임에도 두건으로 가려진 검은 구멍에서 새하얀 입김이 품어져 나왔다. 


 그들이 타고 있는 말들의 코와 입에서도 입김이 똑같이 새어 나왔다. 말들의 눈은 새빨갰고 다리나 몸통 군데군데에 찢어지고 썩은 피부가 달랑달랑 매달려있었다. 어떤 말은 다리 관절의 피부가 거의 다 벗겨져 하얀 뼈가 그대로 드러났다. 또 어떤 말은 얼굴의 반 정도만 거죽이 붙어있고 나머지는 해골이 밖으로 드러난 채 입을 요란스레 움직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들은 전혀 고통을 느끼지 않는지 미친 듯이 내달렸고, 입에서는 소름 끼치는 울부짖음이 계속 내뱉어졌다.

       

 군사들이 오두막 앞을 지나가자 온 땅이 흔들리고 하얀 입김과 흙먼지로 주변 공기가 탁해졌다. 이안은 불안한 심정으로 바깥을 주시했고, 미할은 너무 놀란 나머지 코를 잊고 입으로만 숨을 내쉬었다. 수진 역시 마구 떨리는 몸을 이를 꽉 악문 채 버티었다. 

 

 그때 무리의 끝에서 달리던 군사 하나가 갑자기 오두막을 향해 고개를 싹 돌렸다. 고개가 살짝 들려지자 쓰고 있던 두건이 약간 뒤로 넘어갔고, 그 아래 검은 구멍에서 이글거리는 두 개의 빨간 광선이 뿜어져 나왔다. 광선의 끝이 오두막 겉 벽과 그들이 숨어있는 창문과 문짝 없는 문을 통과해 건너편 벽까지 쭉 훑고 지나갔다. 


 문득 불안해진 수진은 혹시 광선이 틈새를 통과해 자신의 몸에 닿을까 싶어 뒤로 천천히 물러서기 시작했다. 그러다 그만 바닥에 떨어져 있던 판자를 잘못 건드렸고, 뒤로 엉덩방아까지 찧고 말았다. 


“쿵!”


 오두막을 주시하던 그가 바로 말을 멈춰 세웠다. 


“꺄아야~” 


 그의 입에서 알아들을 수 없는 말과 함께 괴상한 비명이 튀어나오자 앞서가던 군사들이 모두 말을 멈추었다. 아마 비명을 내지른 자가 대장인 듯싶었다. 말에서 내린 그는 오두막으로 뚜벅뚜벅 걸어왔다. 키가 굉장히 컸고 뾰족한 침들이 박힌 쇠 장화를 신고 있었으며 뼈가 그대로 드러난 손가락에는 어느새 검이 들려있었다. 검이 얼마나 크고 무시무시하던지 이안의 키만큼이나 길고 날카로웠다.

 

 오두막 안에 숨어있던 그들은 당황하여 어쩔 줄 모르다가, 미할의 민첩한 지시로 무너진 벽을 통과해 조용히 밖으로 나갔다. 그들이 오두막 뒤 바깥벽에 몸을 숨겼을 때 대장은 이제 막 안으로 들어서는 중이었다. 그는 벽에 기대어놓은 양탄자, 빨간 핸드백, 그리고 이미 불씨는 꺼졌지만 남겨진 흔적들을 눈에서 발사된 빨간 광선으로 찬찬히 살펴보았다. 그가 또다시 날카로운 비명을 내질렀다. 그러자 부하들이 말을 탄 채 오두막 근처로 성큼성큼 다가왔다. 

 

 일이 점점 커지자 뒷벽에 숨은 그들은 공황상태에 빠져버렸다. 이대로 숨어있는 것이 더 위험하다는 사실을 아무도 부정할 수 없었다. 미할이 뒷마당과 연결된 숲으로 피신하자며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들은 달빛 그림자가 쳐진 그늘을 통해 마당을 가로질러 어두운 숲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미친 듯이 내달렸다.


 어느 정도 달린 후 이젠 안전하다고 안심하던 바로 그때였다. 미할의 배낭에 매달렸었던, 여태까지 멀쩡하게 잘 있던 컵 하나가 툭 떨어지더니 하필 돌에 가 심하게 부딪치는 것이 아닌가? 


"쨍그랑~" 


 오, 맙소사. 쨍그랑 소리가 온 숲으로 메아리쳐 나아갔다.


 “쾅!”


 터지는 소리와 함께 오두막 뒷벽이 완전 박살이 났다. 무시무시한 기운을 내뿜는 대장이 안에서 튀어나왔다. 그와 부하들은 소리가 난 숲으로 추적해 들어왔다. 


“뛰어, 어서!”


 이안의 외침에 수진과 미할은 죽을힘을 다해 달리기 시작했다. 가장 뒤에 처지던 미할은 결국 무거운 배낭을 집어던졌다. 


 나무숲이 끝나고 긴 수풀이 가득한 평지대가 나타났다. 마침 수풀에 교묘히 가려져 있고, 속은 텅 빈 채 쓰러져 있는 나무 둥지를 발견했다. 그들은 그 안으로 기어들어가 몸을 숨겼다. 곧 말굽 소리들이 들려오더니 군사 무리가 수풀 주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하얀 입김과 코를 킁킁대는 기분 나쁜 숨소리를 내며 주변을 샅샅이 수색해나갔다. 만약 길을 방해하는 것이 있으면 바로 검을 내리쳤는데, 큼지막한 돌이 산산이 가루로 부서지는 것을 이안은 목격하고 말았다. 


 그는 옆의 미할에게 귓속말로 전했다.


“여기도 안전하지 않아요. 나가야겠어요.”


 그는 파란 눈동자를 번득이며 생각에 잠기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미할에게 다급히 부탁했다. 


“제가 저들을 유인할 테니 수진을 데리고 어서 피하세요.”


“너는 어떡하려고?”


 그녀의 울먹임에 그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나는 괜찮아. 숲에 숨어있으면 내가 찾으러 갈게. 아저씨, 그녀를 부탁해요.”


 그는 말을 마치자마자 바로 둥지에서 튀어나가 군사들을 부르며 다른 방향으로 유인하기 시작했다. 그러는 동안 미할은 그가 나간 둥지 반대쪽으로 기어나가며 그녀를 불렀다.


“수진아, 어서 이리 오렴.” 


 이안 걱정에 그녀의 얼굴은 눈물범벅이 되었지만, 하는 수 없이 그를 따라 열심히 기어갔다. 수풀이 끝나고 나무숲이 펼쳐지자 그제야 몸을 일으켜 세운 그들은 무작정 앞으로 달려 나갔다. 구름에 가려졌던 달빛이 주변을 비추자 그들은 멈춰 서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느새 오두막 근처 숲으로 되돌아와 있었다. 아까 미할이 내던졌던 배낭을 발견하자 그는 냉큼 그것을 등에 둘러매었다. 

 

 오두막으로 되돌아온 그들은 벽에 세워둔 파란총알을 타고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이젠 안전했다. 그러나 그들의 마음은 한층 더 무겁고 불편했다. 그녀는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더니 굳게 다문 입술을 벌려 자신의 확고한 결심을 드러냈고, 그녀의 말에 동조하는지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안은 자신을 둘러싼 군사들에게서 사악한 기운이 품어져 나오는 것을 감지할 수 있었다. 그 기운이 얼마나 강하고 독한지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완전히 취해 정신이 몽롱해질 지경이었다.


‘여기서 이러면 안 돼. 정신을 차려야 해.’ 


 그는 고개를 힘껏 흔든 후, 품에서 마법지팡이를 꺼내 들고 외쳤다.


“플라잉이글드래곤, 불을 내뿜어라!”


 지팡이 끝에서 시뻘건 불길이 튀어나오자, 군사들은 움찔하며 뒤로 몇 걸음씩 물러섰다. 하지만 이안 앞에 선 대장만은 자신의 자리를 꿋꿋이 지키며 서 있었다. 그는 대장이 있는 앞쪽으로 길을 뚫기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즉시 뒤돌아서서 포위한 군사들에게 불길을 내밀어 돌진해 나갔다.


 겨우 포위망을 뚫고 도망치는데 아, 이게 웬일인가? 말을 타고 뒤따라오는 그들이 정말 순식간에 쫓아오는 것이 아닌가? 흡사 길을 가로막은 나무와 돌이 스스로 움직여 그들에게 길을 터주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그들 사이의 간격은 점점 좁혀졌다. 


“끼이익~”


 이안의 운동화가 불현듯 멈춰 섰다. 한 발짝만 더 나갔더라면 큰일 날 뻔했다. 어두운 입을 쫙 벌리고 있는 수직 절벽 낭떠러지가 그의 발 앞에 펼쳐져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제자리에서 계속 서성이었다.


 말에서 내린 군사들이 서로 이상한 휘파람 신호를 내며 검을 높이 치켜든 채 반원으로 그를 포위해 들어왔다. 반원 정 중앙에 있던 대장이 요상한 주문을 내뱉었다. 그러자 마치 얼음이 언 호수에 풍덩 빠진 것처럼 이안의 몸은 점차 마비되어 갔다. 있는 힘껏 발버둥을 치고 흔들어보았지만 몸이 제대로 말을 듣지 않았다. 완전히 지쳐버린 그는 마지막이 왔다는 생각에 눈을 감으려 했지만 눈꺼풀조차 제대로 감기지 않았다. 그의 가슴 쪽으로 망토 두건들 안에서 튀어나오는 붉은 레이저 광선들이 현란하게 집중되었다. 아직 의식만큼은 또렷한 그가 구부러지지 않는 혀와 닫힌 입으로 말을 해보려 몸부림을 쳐봤지만 헛일이었다. 그는 체념하기 시작했다.


‘이젠 다 끝났어. 드디어 아버지를 만나러 가는 거야.’


 가까이 다가온 대장이 검을 높게 치켜들며 그의 목을 베려던 바로 그때였다. 


“쾅, 쾅, 쾅.”


 땅을 울리는 포성과 함께 어마어마한 진동이 뒤의 낭떠러지 밑에서 별안간 느껴졌다. 그리고 검은 물체들이 용암처럼 그 안에서 분출되었다. 엄청난 수의 박쥐 떼였다. 박쥐들은 하늘로 치솟더니 서로의 몸을 합쳐 거대한 문어모양으로 변신하였고, 꿈틀거리는 긴 다리로 군사들을 내리치기 시작했다. 문어다리에 얻어맞은 그들은 땅바닥에 넘어져 꿈틀거렸다. 대장이 자신에게 돌진해오는 문어다리에 검을 마구 휘두르자 잘린 박쥐들의 파편과 피가 우수수 떨어져 내렸다. 그러나 전체에 비하면 아주 미미한 수여서 다리는 잘리는 즉시 다른 박쥐들로 채워지며 빠르게 재생되어갔다. 


 군사들과 박쥐 떼와의 처참한 전쟁이 진행되는 동안 이안은 몸의 마비가 빠르게 풀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마비가 완전히 풀리자 그는 마법지팡이를 들어 급히 주문을 외웠다. 


“플라잉이글드래곤, 검으로 바뀌어라.”


 그의 손에 날카롭고 뾰족한 검이 들리자 그는 그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직 나이가 어려 검을 제대로 다룰 줄을 몰랐고, 그들 역시 평범한 존재가 아니었기에 혼자서 상대하기가 벅차고 힘들어졌다. 공격은 고사하고 겨우 방어만 하며 버티고 있었다. 돌연 그의 귀에 익숙하고도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안!”


 수진이었다. 그녀를 보자 그는 주저하지 않고 낭떠러지로 몸을 내던졌다. 파란총알이 낙하하는 그를 안전하게 구해내며 하늘 높이 떠올랐다. 그러자 군사들과 뒤엉켜 있던 박쥐 떼가 무슨 신호라도 받은 듯, 썰물처럼 그곳을 빠져나와 다시 낭떠러지 안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잘린 박쥐 시체가 땅 위에 수북한 가운데 살아남은 군사들은 일어나 정렬을 가다듬었다. 대장이 박쥐 파편을 밟으며 절벽 끝으로 다가오더니 양탄자를 향해 길고 무시무시한 검 끝을 겨누었다. 비록 직접적으로 해를 입힌 것은 아니었지만 그런 동작만으로도 그들의 간담이 서늘해지기에 충분했다.




 양탄자 주위로 여명이 밝아왔다. 아이들은 미할을 그의 목적지인 ‘스위티니아’의 작은 마을 ‘자하토르테’에 내려주기로 결정했다. 여전히 아까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그들은, 떠오르는 태양빛을 온몸으로 받고 나서야 겨우 마음의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마치 그것이 그들의 어두운 악몽을 구석구석 씻겨주기나 한 것처럼 말이다. 


 미할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그들 사이에 흐르던 정적을 먼저 깨뜨렸다.   


“내 여태껏 브라잇 동맹의 여기저기를 휘젓고 다녔지만 그런 것들은 처음이었단다. 까닥하다 우리 모두 저승길로 직행할 뻔했어. 휴우, 나 혼자 죽는 거야 별 문제없지만 나한테 기대어 사는 가족들만 생각하면...”


“분명 사람은 아니었어요. 뼈로 된 손가락 보셨죠? 레이저 눈빛이랑. 도대체 그들은 누구이고 왜 우리를 해치려 했을까요?”


 수진의 흥분된 목소리에 미할은 그저 고개를 절레절레 지을 뿐이었다. 한참 동안 말없이 생각에 빠져있던 이안이 파란총알 아래 지나가는 숲과 개울을 내려다보다가 이윽고 고개를 들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가득 차 있었다.


“아무튼 선한 존재들이 아니라는 점은 확실해요. 그리고 브라잇 동맹에 속한 자들도 아닌 것 같아요. 동맹 안에서는 위협을 하면 안 되잖아요? 근데 참, 아까 저를 데리러 와줘서 고마웠어요. 정말로 위험했었어요.”


 그가 미할을 바라보며 감사의 인사를 전하자 그는 두 손으로 설레발을 치며 부정했다.


“아니야. 내가 아니고, 수진이 제안을 해서 그렇게 된 거란다. 나보다 그녀에게 감사를 전해야 해.”


“정말로 고마워, 수진.”


 그의 진심 어린 인사에 그녀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미할은 그들을 흐뭇하게 쳐다보았다. 그리고 옆에 눕혀 놓은 배낭으로 손을 갖다 대며 혼자 중얼거렸다.

    

“이젠 밤길이 안전하다는 것도 다 옛말이 되었군. 앞으로 배달 다닐 때 엄청 조심해야겠는 걸.”


 이안이 그의 말에 수긍하여 고개를 끄덕이다가 문득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근데 어디로 그리 급히 가고 있었을까요? 그것도 한밤중에?”


 미할은 배낭끈을 만지작거리며 침묵을 지킬 뿐이었다. 잠시 동안 적막이 흐르고 각자 다른 방향을 쳐다보던 그때, 수진이 손가락으로 오른쪽을 가리키며 크게 외쳤다.


“저기 좀 보세요!”     


 그곳은 다크브라운 초콜릿 과자로 만든 지붕들이 아침 해를 받으며 옹기종기 모여 있는 작은 마을이었다. 마을은 하얀 눈으로 덮인 갈색 나무숲에 둘러싸여 있었다. 바로 그들의 목적지인 ‘자하토르테’였다.


 파란총알이 점차 고도를 낮추더니 숲을 지나쳐 마을에서 가까운 벌판으로 내려왔다. 도중에 이안은 재빠른 동작으로 나뭇가지를 꺾어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생크림 눈이 얹어진 나뭇가지 모양의 초콜릿 케이크였다. 그녀는 그것으로 아침을 대신했다. 땅으로 내려오자 그들은 서로 악수를 청하였다.


“지난밤 고생들 많았구나. 도대체 무슨 일인지, 덕분에 이렇게 살았으니 정말 다행이다. 고맙다.”


 미할의 인사에 이안은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처음 만났을 때의 서먹함과 불편함은 사라지고 막상 헤어질 때가 되니 아쉬운 마음이 드는 그였다. 수진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끝까지 그의 손을 놓지 않은 채 다음을 기약했다.


“조심히 여정을 마치시길 바랄게요. 다음에 또 만나요.”


“그래. 아마 캠프가 끝날 때쯤에는 집에 도착해 있을 게다. 그때 우리 집을 한번 방문해 주면 어떻겠니? 카할에게 캠프 이야기를 들려주면 더 고맙고.”


 그가 배낭 앞주머니에서 주문서 종이와 펜을 꺼내 집 주소를 적어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그녀는 그것을 핸드백 안에 집어넣으며 아쉽지만 밝은 표정으로 앞날을 기약했다. 


“꼭 찾아갈게요.”


 미할은 배낭을 짊어지고 뒤돌아 마을을 향해 걸어갔다. 그들이 보기에 흡사 큰 배낭이 스스로 걸어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멀리서 잠시 멈추더니 뒤돌아 손을 흔들었다. 배낭이 콩알만큼 작아질 때가 되어서야 그들은 파란총알을 타고 딥언더니아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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