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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표시형 Mar 25. 2024

연남 비치에서의 대화

형은 뭐가 두려운데?

지난 일요일은 해변가에서의 휴가처럼 보냈다.

전날 퍼마신 술은 여전히 효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나는 내리쬐는 햇볕 아래 비스듬이 기대어 앉아 비싼 커피를 마셨다.

매일 먹던 벌크 커피에서는 느낄 수 없던 맛이 시원하게 혀를 적셨다. 그 향과 맛을 음미했다. 꽃향기가 났다. 목 뒤가 뜨끈하니 노곤함이 절로 왔다. 매미가 우는 환청이 들렸다.

여유롭게 공원을 산책하는 사람들을 구경했다. 때마침 고른 책은 단편집이여서 한편씩 읽고 두리번 거리다 커피를 홀짝이다보니 세시간이 훌쩍 지났다.

보기엔 멋지지만 막상 하면 재미 없을 것 같은 프랑스인들의 휴일 같은 휴일을 정말 즐겨버리는 나라니. 와우.

극한의 경쟁사회, 순위 짓기가 취미인 대한민국에서 이러한 여유를 진심으로 즐길 수 있는 성인으로 자라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난 그렇게 자랐다. 열대우림의 소나무 같이. 툰드라의 야자수 같이. 난 그렇게 내 모양대로 자랐다.

존나 멋진 삶이다. 내 삶은 존나 멋지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존나 멋진 내가 앉아 있는 풍경에 빛이 식고 어둠이 깔리기 시작했다.

'팅' 무드등이 켜졌다. 내가 보는 풍경 속에 맥주와 와인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피자 굽는 냄새와, 패티 굽는 냄새. 이것저것 튀겨지는 냄새. 약간 더 크게 말하기 시작하는 사람들의 수다 떠는 소리

날씨가 슬슬 쌀쌀하게 느껴질 차에 옆의 그녀가 말했다.

"우리도 와인 한병 사가서 집에서 마실까?"

-

안타깝게도 내 옆엔, 오늘 따라 우울하다는 웨이트가 취미인 친구가 한명 앉아있었다.

그가 물었다 . 그는 옷도 두껍게 입고 있었다.

"형은 두려운거 없어?"

잠시 고민했다. 두려운 것.. 뭐가 있을까.  난 이미 존나 멋진 삶을 살고 있는데. 하지만 두려움은 있었다.

툭 하고 진심을 뱉었다.

"지금 날 지탱하는 것은 미래에 이뤄질 것이라 믿는 것들에 대한 낙관이다. 그렇기에 지금 부족하고 아쉬운 것들을 만족하며 견딜 수 있다. 그래서 내가 두려운 것은 미래에 당연히 이뤄질 것이라 믿는 것들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다 혹은 의심이다."

진심이었다. 난 지금의 삶을 사랑하지만 평생이라 생각하면 불행해질 것이다.

친구들과 함께 우당탕탕 살고, 평일에는 미친 듯이 일하고, 주말에는 미친 듯이 노는 한여름 같은 삶. 여름을 사랑하는 이유는 겨울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하루가 지나 월요일, 밥을 먹고 비가 오는 것을 보며, 일에 집중력을 잃은 나는 그 때의 질문에 대한 답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보기로 했다.

이십대의 전부를 열정에기름붓기에 투자하고, 다시끔 삶을 고민했을 때 난 결국 다시 사업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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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좀 해야할것 같아서 2탄으로 찾아봽겠습니다

라이크 눌러주시는 분들 고맙습니다 누군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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