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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표시형 Sep 16. 2024

가난과 고독의 아이러니

최근 내 삶은 아주 심플하다. 출근해서 일을 하고 퇴근을 한 뒤 웨이트를 한시간 반 가량하고 3KM 이상 달린다. 그리고 술을 마신다. SNS도 하지 않고 만나는 사람은 친동생과 함께 일하는 동료 그리고 같은 집에 사는 친구 몇명 정도다. 삶에 대한 만족도는 그 어느때보다 높다. 내 삶에 감사하다. 만족한다는 의미다.

최근, 몸이 조금 안좋아 달리기는 하지 못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꽤 괜찮다. 


'사소한 것에 감사하자'는 모르는 사람이 없는 삶을 잘 살 수 있는 간단한 진리다. 하지만 정작 이것을 시행하는 방법은 나 같은 경우 매우 어려웠다. 


감사함이라는 감정은 노력을 통해 얻기보다는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감정에 가깝기 때문이다. 사소한 것에 감사함을 느끼기 위해 나 또한 꽤 많은 노력을 했다. 습관으로 만들고 싶어서 사소한 순간에도 마음 속으로 감사한 일이다를 외쳐보기도 했고, 소박하고 사소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다큐멘터리를 찾아보고 책을 읽어보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내가 감사하다 생각이 들지 않으니 믿지 않는 신을 위한 기도문을 외우는 같은 기분이 들었다. 


요새는 삶이 감사하다. 어느때보다 가난하고 고독하게 살아가고 있는데 아이러니다. (물론 아직 가난하고 고독해서 있을 수도 있지만) 왜 그런지를 알면 유지할 수 있으니, 최근의 내 삶을 곰곰히 분석해보았다.

그랬더니 몇가지 특징이 보였다. 


1. SNS를 업무 상을 제외하고 하지 않는다. 

2. 어떤 방식이든 내게 부정적인 기운을 주는 사람을 만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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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매일 땀흘려 운동한다. 

4. 평일 하루 한끼 이상은 매우 깨끗한 음식을 먹는다. 


1번과 2번은 내 머릿속을 맑게 해준다. 사람은 사회적인 동물인 탓에 남과의 비교/ 남의 시선을 신경 쓰며 살아갈 수 밖에 없다. 대부분의 불행과 스스로의 삶에 대한 자책은 여기서 만들어진다. 너무 많은 타인의 삶, 너무 많은 관계는 필연적으로 비교를 만들고 내 삶을 작게 느껴지게 한다. 이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남과 비교하지 않는 독립적인 삶을 살겠다는 태도는 많이 먹고 운동으로 살빼겠다는 마음가짐과 비슷하다. 

가능은 하지만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다이어트를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적게 먹고 내가 꾸준히 할 수 있는 수준의 운동을 하는 일이다. 정신 건강을 유지하는 방법 또한 크게 다르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SNS는 명확하게 현대인의 삶을 더욱 불행하게 만든다. 너무 많은 타인의 사생활을 볼 수 있다. 연결될 필요가 없는 관계들을 지속되게 한다. 궁금하지 않은 하지만 눌러볼 수 밖에 없는 "불필요한 데이터"들이 머릿속을 너무 복잡하게 한다. 동시에 내 삶을 전시하고 싶은 욕망이 들게끔 만든다. SNS를 하다보면 너무 많은 인간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스토리에 오는 답장으로 시작된 수 많은 관계들은 자연스레 오프라인으로 연결되고 이는 분명 긍정적인 효과도 주지만 동시에 부정적인 효과도 준다. 너무 많은 조언, 너무 많은 삶의 고됨에 대한 성찰들, 너무 많은 사회적 성찰들 모두 과해지면 결국 부정적으로 바뀐다. 전시된 타인의 삶은 내 삶을 작고 시시하게 만든다. 나 또한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증명하고자 삶을 전시하고 누군가는 또 그 전시된 삶을 보며 나와 같은 부정적 감정을 느끼곤 할 것이다. 결국 제로섬 게임이다.  


많은 관계는 명확하게 삶을 불행하게 만든다. 어느 순간부터 업무상 목적이 아니면, 나는 100% 솔직하게 말할 수 없는 관계는 만나지 않았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더라도 양가적인 감정이 드는 사람은 만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진실로 소통하고 사유를 나눌 있는 친구와 마음이 편하고 즐겁게 시간을 보낼 있는 친구만 남았다. 그들과 보내는 시간은 집에 가는 길도 즐겁게 만들었고, 내 머릿속 긍정적인 생각들이 들게 만든다. 이전에는 그렇지 않았다. 오래된 관계였기 때문에, 알고지내면 도움이 되기 때문에 등 본질과는 다른 꼬리표들이 붙어있는 산더미 같은 관계가  있었다. 입지 않는 옷이 한 가득인 옷장 같았다. 모두 비워냈다. 산뜻하고 담백한 저녁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3번과 4번은 우울하고 부정적인 기운을 말끔히 날려준다. 매일 땀흘려 운동하는 것은 그 자체로 의미 있다. 무료하고 심심한 시간이 찾아오지 않고 좋은 컨디션과 체력을 준다. 난 심심한 것을 잘 못견디는 성격이라 집에서 혼자 심심하다 생각이 들면 사람을 찾고 술을 마시곤 했었다. 무의미한 대화와 취한 상태로 시간을 죽였다. 심심하지는 않았으나 흘러간 시간일 뿐이었다. 쇼츠와 크게 다르지 않은 시간 사용 방법이었다. 
이제는 운동을 한다. 변화하는 몸을 보는 것도 재밋고 숙면에 도움이 된다. 솔직히 말하면 내 삶을 가장 크게 바꾸었다. 최근 몸이 아프다 보니 운동을 못했는데 그 시간을 보내다보니 더욱 운동이 얼마나 쉽고 간편하게 삶에 만족감을 줄 수 있는 행위인지 깨닫게 되었다. 


운동은 단순히 살을 빼기 위해, 몸을 멋지게 만들기 위해, 체력을 강화하기 위해 그 이상의 효과가 있었다.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살기 위해선 지속적으로 삶이 선순환 되야 한다. 운동은 그 시작점이다. 

운동을 하면 자연스레 건강한 음식을 먹게 되고 , 숙면을 취하게 되고, 뇌에서 긍정적인 기분이 들게 한다. 

동시에 내 소비를 많이 줄여주었다. 야식도 안먹게 되고, 쓸데 없는 지출이 없어졌다. 이제는 부정적이고 무기력함이 찾아오면 자연스레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땀 흠뻑 흘리고 나서 다시 생각해보자" 

그렇게 한바탕 땀을 흘리고 나면 쓸모 없는 감정은 사라지고 그러한 감정을 유발 시킨 문제가 선명히 보인다. 

쓸데 없는 감정 소비 없이 문제에 집중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을 한다. 


무엇을 먹는가가 컨디션을 만든다라는 말을 믿지 못했었다. 뱃속에 들어가면 어짜피 다 똑같이 소화되는 영양분 아닌가? 놀랍게도 전혀 아니었다. 무엇을 먹느냐는 삶에 매우 큰 영향을 주었다. 점심에 탄수화물을 너무 많이 먹으면 나른하고 몸이 늘어졌다. 기름진 것을 먹으면 소화가 잘 안돼 하루종일 속이 더부룩했다. 심지어 나 같은 경우는 무엇을 어떻게 먹었느냐가 기분과 태도에도 영향을 줬다. 동시에 "먹는 양"에도 영향을 주었다. 나 같은 경우 평일 점심을 먹으면 매우 심한 식곤증과 피곤함이 찾아오곤 했었는데 이를 샐러드로 대체하니 모두 사라졌다. 운동을 하면 배가 많이 고프기 때문에 항상 맛있게 먹을 수 있어서 어려운 선택이 아니었다. 깨끗한 음식의 효과를 느끼고 나서는 저녁까지 깨끗하게 먹는 경우가 많아졌다. 


습관적으로 하곤 했던 폭식과 가짜 배고픔의 횟수가 매우 줄어들었고, 그다지 큰 노력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동시에 여전히 꽤 잦은 음주를 함에도 불구하고 체지방량과 체중이 잘 관리되는 경험을 했다. 

동시에 이렇게 깨끗하게 먹다보니 종종 자극적인 음식을 먹었을 때 어떤 음식이 나와 잘 맞지 않는지까지 알게 되었다. 나는 삼겹살을 즐겨 먹었었는데 구운 돼지고기가 나랑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그 뒤로 거의 먹지 않게 되었다. 실제로 삼겹살을 먹은 날 속이 매우 더부룩한 경우가 많았고, 수면도 좋지 않았다. 자연스레 다음날 아침 기분이 좋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자극적이고 인공적인 음식을 일상적으로 먹었을 때는 당연한줄 알고 몰랐던 것들을 깨끗하게 먹으며 알게 되었다. 


비교하지 않는 삶, 건강을 추구하는 삶은 어렵지 않았다. 지속하다보면 스스로 좋다는 것을 알게 되어 계속 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살다보니 놀랍게도 가치관이 변했다. 주체적으로 산다는 것의 의미와 나의 싸움을 한다는 것을 배우게 되었다. 


그 어느때보다 가난하고 고독하지만, 난 그 어느때보다 행복하다. 

불행은 언제나 우리 주변에 있다. 동시에 행복도 아주 가까이 우리 주변에 있다. 

그저 살아가는 것이다. 


이제는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 1mm의 계단을 꿈꾼다.  

일도 그렇게 해낼 것이다. 과거에는 "위대한 일"에 집착했다. 큰 성취 큰 영향력 큰 성과 그 욕망들은 모두 내것이었는가? 아무리 먹어도 배가 고픈 사람 같이 아무리 일을 벌리고 피드백이 들어와도 기쁘지가 않았다. 가야할 길이 먼데 느리게만 느껴졌고 부족하게만 느껴졌다.  


어쩌면 나는 이제서야 삶의 기본을 막 배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뒤늦게야 알게 되었다. 

작은 것부터 꾸준히 해나가는 일이다. 일도 삶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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