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콜리 개발자가 일하는 법
며칠 전 미팅에서 인봉(브로콜리 비즈니스 리더) 님으로부터 개발자 인터뷰 후기를 들었습니다. 시니어 개발자였는데, 제프(브로콜리 개발총책임자)님과의 인터뷰가 꽤 인상적이었고, 그가 소개한 개발 문화가 무척 마음에 들어 함께 하고 싶다더라는 얘기였습니다.
개발의 '개' 자도 모르지만, 그는 업과 팀에 대해 어떤 가치관을 갖고 운영하고 있는 걸까, 브로콜리의 안에서 어떤 하위문화를 만들고 있는 것일까, 그 이야기들이 궁금했습니다.
아래에서는 브로콜리의 CTO이자 혁신개발유닛의 리더인 제프와 나눈 이야기를 요약해 소개합니다. 이른바 "브로콜리 개발자가 일하는 법"입니다.
저희 혁신개발유닛이 일하는 방식은 이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이것 아래 몇 가지 규칙들이 있는데, 경력이 있는 개발자분들이라면 대부분 공감할 내용들이죠. 개발 업무를 할 때 뿐 아니라, 함께 커뮤니케이션 할 때, 회의를 할 때, 업무 관리를 할 때 등 우리 대부분의 일상에 적용되고 있는 것들입니다.
개발자들은 개발 모드에서 비개발 모드로의 전환비용이 꽤 큽니다.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자는 사람을 깨우는 것에 가깝죠. 각자의 몰입을 최대한 깨지 않는 상태에서 충분한 커뮤니케이션이 되도록 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여러 툴들을 도입하고 그 우선순위를 정했어요. 트렐로와 지라 및 구글 문서가 0순위이고 그 다음이 슬랙 또는 메일, 그 다음이 대면입니다.
문서나 시스템을 기반으로 커뮤니케이션하면 업무 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어요. 우리가 흔히 메일로 커뮤니케이션 하면 ‘어디에 어떤 문서의 어떤 부분에 대한 무슨 질문이 있다는 식의 부가 설명에 많은 신경을 쓰게 되는데, 이런 걸 트렐로나 구글 독스의 댓글 기능을 활용하면 이 시간을 현저히 줄일 수 있거든요. 논의가 필요한 위치에서 즉각적으로 의견을 교환하고 처리여부를 표기할 수 있으니까요.
트렐로는 개인의 업무 관리에도 도움이 되지만, 더 큰 목적은 협업에 있습니다. 각자가 자신의 업무 상황만 잘 업데이트 해두기만 한다면, 누군가 나의 업무 상황을 알아야 할 때, 아무런 불편함 없이 빠르게 파악할 수 있거든요. 의견 교류도 해당 카드에서 즉각적으로 할 수 있구요.
따라서 트렐로를 쓸 때 중요한 건 카드 맨 상단의 한 줄 설명이 가독성이 좋아야 하는 것과 카드의 생성과 이동 기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입니다. 카드를 To-do에 넣는 순간 ‘나, 이 일을 언제까지 완료할 거야’, 이게 Doing으로 가는 순간, ‘나, 이 일을 하고 있어’, Reviewing에 던지면 ‘누군가 리뷰해줘’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일이 되는 거니까요. 또 이를 접근성이 더 좋은 슬랙에 연동해두면 이슈 등록 등의 업데이트 사항을 놓치지 않을 수 있어요.
지라의 대시보드는 전체 이슈 상황에 대해 모두 매니저의 뷰로 볼 수 있도록 만들어 두었습니다. 미해결이슈가 몇 개 남았고, 누가 뭘 해결해야 하고 하는 등의 통계를 누군가 매번 내야 하는 작업들을 최소화하기 위함이죠. 자동화할 수 있는 건 최대한 자동화하는 거예요. 이런 게 저희가 생각하는 효율을 높이기 위한 시스템 기반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입니다.
이것은 유닛 역량평가 기준에도 반영되어 있어요. 우리 조직의 업무 효율 향상을 위해 이런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중요하다는 것을 모두가 이해하고, 함께 노력하기 위함입니다. 이를 잘 지키시는 분들은 좋은 평가를 받고, 이 구조를 발전시키시는 분은 더 좋은 평가를 받게 돼요.
조금 더 개발업무에 초점을 맞춰서 이야기 해볼까요. 저희는 리뷰를 무척 중요하게 생각하고 업무에 반영하고 있어요. 프로덕트의 품질을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이 리뷰이기에, 저희 규칙의 상당수는 리뷰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이 리뷰가 효율적으로 진행되려면 변경된 코드가 너무 많아선 안됩니다. 많아도 몇 십 줄 정도가 적당하다고 봐요. 그래서 '작게'와 '자주'가 무척 중요한 표현이죠.
개발자의 손에서 떨어지는 순간부터 수정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집니다. 개발팀 동료가 리뷰를 충실히 했다면 한 시간을 써서 한 줄을 고쳤으면 될 일인데, 이를 놓치고 QA나 전사 테스트로 넘어가 버리면 수십 배의 손실이 발생해요. 그래서 리뷰가 중요하다는 거고, 이게 효율적으로 진행되려면 PR이 작아야 한다는 거죠.
또 PR전 단위 테스트를 반드시 거치도록 하고 있는데, 이 부분은 CI를 활용해서 최대한 자동화하고 커버리지를 높여 가는게 목표예요. 웬만한 수준의 퀄리티는 사람 손을 타지 않고도 검증되도록 하는 겁니다.
저희 유닛은 주간, 월간으로 전체 회고시간을 가집니다. 일반적으로 조직에서 전체회의를 하면, 각자 이번에 무슨 일 했고, 다음에 무슨 일 할지, 일정이 어떻게 되는 지 등을 이야기하는데, 저희는 오로지 회고에 집중해요. 업무 상 이야기는 일상에서 필요할 때 필요한 사람들이 그때그때 해야 하지, 이걸 일주일 혹은 한 달 동안 미뤄두면 안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실제로 저희는 업무 관련 이슈가 트렐로로 상시 공유되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진행하는 게 훨씬 좋은 것 같아요.
회고에는 기록을 위해 저만 노트북을 들고 들어가고, 다른 분들은 다들 최대한 가벼운 마음으로 오실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회의록 작성은 회의 호스트가 한다는 게 저희 원칙이거든요. 서로가 최대한 핸드폰을 보지 않기로 약속하고 이 시간만큼은 서로에게 집중하는 시간으로 만들고 있어요. 정말 편한 마음으로 자신의 한 주에 대해 돌아보고, 다음주는 어떠했으면 좋겠는지 이야기하죠. 영화를 봤다거나, 컨디션 관리가 아쉬웠다와 같이 업무와 직접 연관이 없는 것도 괜찮아요. 다만 이런 충분한 대화 사이사이에서 개선점들을 찾게 될 때가 있는데, 그걸 놓치지 않으려고 합니다.
월간으로 진행하는 시간은 조금 더 진지함을 갖춰서, 프로세스 개선에 많이 집중하고 있는데요. 다가오는 회고부터는 지난 회고에서 나온 의견을 바탕으로 방식을 조금 바꿔서 진행해보려고 합니다. 첫 10분 간 각자 지난 시간 동안 힘들었던 것, 좋았던 것, 바뀌었으면 하는 것에 대해 쓰고 이를 함께 논의하는 거죠.
이렇듯 정기적인 회의 방식을 개선한 것뿐 아니라, 유닛 서재를 만든다거나, 기획-개발 간, 개발-QA-CS 업무 프로세스들을 개선한다거나 하는 것들도 회고를 통해 나온 의견이었어요.
결국, 저희의 전체회의에서 중요한 건 단순 이슈공유가 아니라, 어제를 돌아보고 크든 작든 개선포인트를 찾아 내일은 조금이라도 더 진화한 팀이 되자는 거예요. 회의 시간 역시 팀의 성장을 위해 다뤄져야 한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저는 리더로서와 매니저로서의 역할은 다른데, 매니지먼트는 이 두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리더는 최적의 의사결정을 하는 역할, 매니저는 팀원이 끼와 재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업무 외에는 신경 쓰지 않을 수 있도록 해주는 역할이라고 보는 거죠. 비유하자면 연예인 매니저와 같은 느낌이겠네요. 시간이 지나면 해외처럼 역할이 나눠질 수도 있겠지만, 현재 기준으로는 대부분의 시간을 매니저 모드로, 의사결정이 필요할 때 리더의 모드로 지내야 한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휴가 승인 절차를 예로 들어 볼까요. 매니저가 왜 구성원의 휴가 여부를 승인해야 할까요?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사람은 내 동료인데 말이죠. 매니저는 사실 알기만 하면 되지, 승인을 할 필요는 없는 거예요. 실제로도 이게 효율적인 게, 어차피 매니저가 휴가를 승인하려면 그가 없을 때의 백업을 고려해야 하니 동료들의 상황을 확인해야 하잖아요. 매니저 입장에서도 업무에 영향을 받는 동료들이 승인한 것을 확인하는 게 훨씬 효율적인 거예요. 저희는 이런 것에서 리더십의 차이가 만들어지는 게 아닐까 생각하는 거고, 이런 방식이 개인의 자율성을 강화시켜 준다고 믿어요.
비효율적인 팀이 만드는 제품이 효율적일 수 있을까요? 제품은 팀을 반영한다고 생각해요.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팀 또한 제품의 일부라 볼 수 있으니까요.
좋은 팀이 되기 위한 요소에 대해서는 정말 많은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저희는 그 중에서 신뢰 기반의 자율, 자동화 기반의 효율을 우리의 방향으로 찍은 거예요. 우리 모두가 함께 한 발이라도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고민하고 개선하고 실행하는 거죠. 이 방향으로 함께 움직이실 멋진 분들을 앞으로도 많이 모실 수 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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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occoli Diary] #2. "신뢰 기반의 자율, 자동화 기반의 효율"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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