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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권수 Nov 15. 2017

균형 있는 뇌, 학습이 아니라 내적동기

스스로 동기부여할 수 있는 뇌로 만들어 주세요


동기는 뇌를 활용하는 방식 

인간에게 동기는 행동을 이끌어 내는 동력이다. 동기가 유발되어야 능력도 발휘하고 목표도 달성할 수 있다. 어떤 능력을 갖추는 것보다 그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동기를 만들어 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 무엇보다 인간은 동기가 유발될 때 활력이 넘치고 살아 있음을 느낀다. 동기는 행복의 원천이기도 하다. 그런데 치열한 경쟁의 문화 탓에 외부의 인정과 보상에 의존해 유발된 동기는 쉽게 불안과 무기력함을 만들어 낸다. 생존과 결핍, 외부의 보상에 반응적으로 길들여진 외적동기는 빠르게 동기를 만들어 낼 수는 있지만 스스로 동기를 만들어 내고 유지할 수 있는 인간의 내적동기를 파괴한다. 한 사람이 동기를 만들어내는 방식은 뇌를 활용하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뇌신경 속에 깔아 놓은 도로와 같다. 우리가 보상에 반응하는 외적동기에 치중할 때 단순히 도파민을 매개로 하는 보상회로의 자극에 의존한다. 자극에 의한 보상회로의 반응에만 의존한 동기는 금방 사라지고 다시 유발하기 위해서는 더 강한 자극이 필요하다. 조절이기보다는 자동적이고 반응적으로 뇌의 보상회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뇌로 만든다. 자극이 약하거나 없으면 금방 동기를 상실하고 중독적인 증세를 보일 수 있다. 의존적이고 중독적인 동기 시스템으로 변하면서 우리의 동기는 황폐해지기 쉽다. 스스로 동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내적동기는 보다 고차원적인 전두엽과 뇌의 균형을 필요로 한다. 스스로 의미를 부여하고 목표를 설정하고 충동을 억제하면서 지속적인 동기를 만들어 간다. 고차원적인 뇌가 발달하고 뇌의 조절과 균형이 역할을 해야만 가능하다. 스스로 의미와 가치를 느끼고 좋아서 하는 행동을 만드는 동기는 조절하는 고차원적인 뇌의 기능을 필요로 하고 발달시킨다.       


내적인 동기를 살려두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인간은 내적동기를 가지고 태어난다. 동기를 평생 연구한 에드워드 데시(Edward L. Deci)는  자율성, 관계, 능력의 확장과 같은 내적동기를 강조한다. 즉, 사람은 스스로 결정하여 행동하려고 할 때, 다른 사람과 안정적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확신할 때, 자신의 능력이 조금씩 확장되어 자신감과 유능함을 느낄 때 동기가 유발된다. 산업사회와 대중사회와 같이 구조화된 사회에서는 분석적인 지적능력만으로 성과를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소셜 네트워크 사회나 우리 아이들이 성장해서 평범하게 살아갈 세상은 변화가 빠르고 창의성과 다양성 그리고 융합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비구조화된 사회에서는 동기가 중요해진다. 스스로 주도할 수 있는 동기가 있어야만 빠른 변화에 대응하고 새롭고 창의적인 것들을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믿을 수 있는 유일한 자산이 사람의 동기이다. 왜 하고자 하는지 이유나 의지, 힘, 활력, 에너지 같은 것이다. 외부의 조건이나 힘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내부의 힘에 의해서 자율적으로 동기부여되고 조절되는 행동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무기력한 아이들의 공통점은 동기의 상실

시대변화를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인간이 가진 내적 동기는 인간을 보다 행복하게 확장하는 동력이며 조건이다. 내적동기가 충족되면 사람은 안정적이면서도 긍정적 정서가 유발된다. 의욕적이고 활력이 넘치면서 행복해진다. 내적동기가 충족될 때 우리의 뇌가  활발하고 균형 있게 활성화된다는 반증이다. 내적동기는 자신감, 자기존중감, 존재감 와 연결된다. 내적동기가 잘 유발될수록 자신감이 커지고 스스로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존재임을 확신하게 된다. 내적동기가 자신감을 만들고 자신감이 내적동기를 강화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 이것은 전두엽이 발달된 아이로 성장한다는 의미다. 아이들만큼 내적동기가 충만한 존재도 없다. 보상에 자유롭게 끊임없이 호기심을 느끼고 움직이며 시도한다. 하지만 외부의 힘이나 부모들에 의해 알게 모르게 내적동기는 위협 받고 조절하는 힘을 잃어버린다. 스스로 그 능력의 문을 닫아 버린다. 내부의 힘이 아니라 외부의 힘에 의해서 수동적이고 정해진 규칙대로 움직이는 생기 없는 아이로 바뀌어 간다. 그들에게 내적동기는 사라지고 외적동기와 반응적 동기만 남아 있을 뿐이다. 


스스로 몰입하는 행동을 할 때를 보장해 주세요

내적동기는 뭔가에 몰입하고 있을 때 가장 강하게 확인할 수 있다. 아이가 하고 싶어서 자기 나름대로의 목표를 가지고 평소보다 길게 몰입하고 있을 때 내적동기가 충만하게 활성화된다. 수 십 년 동안 몰입(flow)을 연구한 칙센트 미하이(Mihaly Csikszentmihalyi) 교수는 몰입의 조건으로 명확한 목표, 몰입하려는 일과 이를 수행하는 능력의 균형, 스스로 잘 하고 있는지 느끼는 피드백 등을 들었다. 누구나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자신이 조금만 노력하면 될 것 같은 도전감을 가지고 행동을 한다. 그리고 그 행동의 과정에서 뭔가 조금씩 잘 되어 가고 있다는 피드백을 지속적으로 받을 때 몰입하게 된다. 아이들이 외부의 기기나 자극에 의해서 단순히 수동적으로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면 스스로 빠져 들어 뭔가를 할 때 몰입의 맛을 뇌에 새기게 된다. 스스로 의욕적이고 긍정적인 뇌로 변한다. 뇌는 잘 활성화되면서 치밀하게 조절되고 있을 때 전두엽이 발달하게 된다. 매우 중요한 일이 아니면 몰입의 순간을 부모가 방해하지 않는 것이 좋다. 아이들은 뇌와 행동 패턴에 긍정적인 고속도로를 만들고 있는 중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몰입의 과정을 통해 아이들의 강점이 명확해지고 아이들도 그 강점을 인식하게 된다. 보통 몰입이 일어나거나 내적동기가 유발될 때는 아이들의 강점이 활성화될 때가 많다. 그래서 부모들은 아이들이 몰입하는 순간이 언제인지 잘 관찰할 필요가 있다.  이는 그 강점을 통해 주변의 사람들과 유능하게 연결될 수 있는 기회를 맛보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몰입의 결과나 과정을 통해 학습한 배움과 느낌을 부모들이 공유하는 것은 내적동기를 더욱 강화시켜주는 방법이다.      

  

외부적 보상이 아니라 그 자체가 보상이 되는 행동을 장려하세요     

아이들이 놀이에 빠져있고 집중하는 것은 어떤 보상을 바라고 하는 행동이 아니다. 내적동기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그 행동 자체가 보상이 될 때이다. 아이들의 놀이는 그 놀이 행위를 하는 것 자체가 즐겁고 좋아서 하는 것이다. 그 자체가 목적이고 보상이라는 의미다. 행동의 결과를 통해 보상받고 평가되는 것이 아니다. 이렇게 그 자체로 목적이 되는 행동을 '자기목적적 행동'이라고 하는데 자기목적적 행동이 많아질수록 사람들의 내적동기가 활성화되기 쉽다. 이때 더욱 적극적이고 긍정적이고 창의적인 행동을 보인다. 그런데 많은 연구에서 외적 보상이 내적동기를 없애 버린다고 보고하고 있다. 그동안 사람들을 행동하도록 만들기 위해서 효과적으로 활용한 것은 보상과 같은 외적동기를 강화하는 방법들이었다. 아이들이 어릴 때 내적동기를 주로 활용하다가 자라면서 스스로의 의미나 목적을 느껴서 행동하기보다는 외부에 의한 보상이나 목표달성에 길들여지면서 점점 내적동기를 잃어가는 것이 사실이다. 빠른 행동과 결과를 만들기 위해서는 외적동기가 효과적이지만 복잡하고 창의성이 필요한 경우에는 보상은 엄청나게 치명적일 수 있다. 보상이나 조건과 같은 외적동기 요인은 자유의지로 인한 창의성을 제약하고 스트레스를 유발하여 조금만 어려워도 금방 포기하게 만든다. 다양하게 도전하려는 의욕과 호기심, 지구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안정적 관계 속에서 스스로 의도를 가지고 목표를 설정하도록 하세요     

아이들뿐만 아니라 사람들은 자신이 행동해서 만든 결과의 원인이 자신이기를 원한다. 결과가 자신의 의도와 노력에 의해 만들어졌음을 확신할 때 만족감과 생동감을 느낀다. 그리고 자기 존재에 대한 의미를 느낀다. 하지만 과도한 외적동기는 보상이 자신의 행동을 만들었다고 착각하게 만든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자기 행위에서 자신이 소외되는 상황을 만들게 된다. 내적동기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은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다. 아이의 실력이나 능력보다 약간 높은 놀이나 활동에 도전하도록 안내하는 일이다. 아이들이 다양하게 시도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고 도전의 과정에서 느끼는 느낌이나 배움을 확인시켜 주는 일이 중요하다. 안정적인 관계에서 아이들의 강점을 아이들의 수준에서 자신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아이들의 활동에서 자기 실력이 어떻게 변화되고 있는지 부모와 친구들 사이에서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아이들의 수준에 공감하며 자율성에도 한계를 명확히 설정해 주세요     

아이들의 내적동기를 활성화하는 핵심에 대해 정리해 보자. 내적동기의 가장 중요한 핵심은 자율성이다. 자율성이 살아 있어야 동기의 에너지가 살아 있게 된다. 이것은 조절과 판단, 의사결정을 하는 전두엽의 활성화를 뜻한다. 우리의 두뇌는 자주 사용하면 활성화되고 발달한다.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스스로 결정하게 하고 표현할 기회를 준다. 스스로 행동의 목표를 인식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자율성의 한계를 스스로 설정하게 해서 무책임하거나 해로운 행동으로 빠져들지 않도록 도와줘야 한다. 자율성에 대한 한계는 책임감을 길러주기 때문이다. 일상에서 의욕적으로 내적동기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아이들 수준에 맞는 성취가 필요하다. 그것은 결과에 대한 성취뿐만 아니라 과정에 대한 의미를 확인하고 표현하고 축하해 주는 관계적 활동을 의미한다. 가장 중요한 것이 남아 있다. 그것은 부모의 공감력이다. 아이들의 입장에서 바로 볼 수 있어야 아이들이 무엇을 원하고 원하지 않는지 자율성을 존중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도움이 필요한 것인지 스스로 선택해서 하려고 고민하는 것인지 부모는 아이들의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사실 이런 능력이 좀 부족해도 괜찮다. 아이에게 친절하게 물어보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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