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소림 Sep 02. 2021

낯선 경험으로 안내하는 콘텐츠의 힘

in the cabin’s room <6>  콘텐츠팀 인터뷰

트윈세대는 어린이 시기를 지나 독립적으로 자신만의 취향과 의견, 또래 문화를 만들어가는 전환기의 12-16세 친구들을 말합니다. 자신과 세계에 대한 탐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트윈세대 친구들을 위해 슬기샘어린이도서관 3층에 새롭고 다양한 경험을 일상적으로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트윈웨이브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은 12-16세 트윈세대의 가능성이 실현되는 공간입니다. 트윈세대라면 누구나 자유롭고 편안하게 드나들며 다양한 취향과 콘텐츠를 접하고, 집이나 학교에서는 하기 어려운 경험을 혼자, 또는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있습니다. 서퍼가 다양한 파도를 넘나들며 바다를 탐험하듯, 쉼, 만남과 소통, 탐색과 탐험, 표현과 창작이라는 네 가지 핵심 경험을 통해 때로는 편안한 휴식을 때로는 낯선 콘텐츠를 통한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습니다.

너른 바다를 연상케 하는 트윈웨이브가 만들어지기까지, 그 과정의 생각과 고민들을 <in the cabin’s room> 인터뷰를 통해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여섯 번째 인터뷰는 트윈웨이브의 콘텐츠를 만들고 계신 운영팀의 김하나 선생님, 씨프로그램의 김정민 총괄 디렉터와 함께 진행했습니다. 트윈세대를 위한 공간에서의 경험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 경험으로 안내하는 콘텐츠는 구체적으로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고 있는지에 대해 전해드립니다.



Part 1 : 트윈세대. 그리고 트윈세대를 위한 공간의 콘텐츠


이소림│소개를 부탁드려요! 두 분의 어린 시절은 어땠나요? 내가 트윈세대의 나이였을 때, 나는 트윈웨이브에서 어떤 활동을 가장 좋아하는 아이였을 것 같나요?


김하나안녕하세요, 트윈웨이브의 콘텐츠를 만들어가는 운영팀 김하나입니다. 트윈세대 친구들에게 불리는 별명은 죠랭이에요. 저는 눈에 잘 띄지 않는 조용하고 평범한 성격의 학생이었어요. 제가 만약 트윈웨이브를 방문했다고 상상해보면 혼자 다락에서 만화책을 보거나 아이패드를 빌려서 낙서를 끄적거리는 활동을 했을 것 같아요. 어디를 잘 돌아다니지 않는 학생이었어요.


김정민│안녕하세요, 씨프로그램에서 스토리스튜디오와 스토리라이브러리의 총괄을 맡고 있는 김정민 디렉터입니다. 저는 민님이라고 불리고 있어요. 중학교 시절의 저는 부모님께서 밖에 혼자 나갈 수 있게 해 주시면서 독립적으로 시간을 쓸 수 있게 되었었어요.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친구들하고 같이 수다 떨며 놀고 좋아하는 걸 공유하며 어린 시절을 보냈어요. 아이돌도 좋아하고요. 만약 트윈웨이브에 왔다면 어느 한 공간에 있기보다는 친구들을 끌고 다니며 이곳저곳에서 수다를 떨고 놀았을 것 같아요. 운영자 선생님한테 신청곡도 요청하고요.


컬렉션 서가 기획을 담당해주신 트윈웨이브 운영팀 김하나 선생님
콘텐츠 및 창작존 기획을 이끌어주신 씨프로그램의 김정민 총괄 디렉터


이소림│오늘은 트윈웨이브의 콘텐츠를 만들어가시는 두 분을 모셨어요. 콘텐츠를 이야기하기에 앞서서 우선 트윈웨이브라는 공간이 친구들에게 주고자 하는 경험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쉼, 만남/소통, 탐색/탐험, 표현/창작이라는 spaceT의 네 가지 경험의 영역 아래에서 트윈웨이브는 어떤 경험을 주는 공간인가요?


김하나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트윈웨이브에서 주고자 하는 구체적인 활동, 그리고 이를 촉진하기 위한 요소들을 정리하기 위해 씨프로그램과 함께 ‘정체성 워크숍’을 진행했었어요. 이 워크숍을 통해 ‘트윈웨이브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은 트윈세대의 가능성이 실현되는 공간입니다.’라고 공간의 정체성을 정의 내렸어요. 지금은 spaceT의 네 가지 영역 중 쉼과 새로운 경험 사이의 균형을 찾아가기 시작하는 단계인 것 같아요. 또 어느 순간에는 쉼이, 어느 순간에는 새로운 경험이 강화될 수 있는 것 같아요. 아이들이 좋아하는 쪽으로 점점 강화시켜가려고 해요.


김정민│또 그 익숙함과 낯선 것에 대한 논의를 할 때, 아이들이 휴식처럼 익숙한 것에만 머무르지 말고 낯선 경험까지 가보았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도 나누었어요. 이를 위해서 네 가지 영역 중에 휴식을 하거나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보다는 탐색과 표현의 영역이 자발적으로 접근하기 조금은 어려운 영역이니까 이 영역의 경험들을 촉진해주는 방법에 대해 중점적으로 고민해봤었어요.


이소림그럼 트윈웨이브 속에서의 콘텐츠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요? 기존 도서관에 있던 콘텐츠와 다른 점이 있나요?


김하나트윈웨이브의 콘텐츠는 트윈웨이브라는 특정 공간 안에서 아이들에게 즐겁고 특별한 경험을 얻어갈 수 있도록 돕는 장치의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또 물질적인 유형의 것을 단순히 배치하는 것에서 벗어나 각 영역에서 아이들의 소통을 이끌어내는 역할, 위에 정민 디렉터님께서 말씀해 주신 여러 영역들의 경험을 촉진해 주는 방법이 콘텐츠라고 생각해요.


김정민│네, 저도 동의합니다. 여기에서 조금 더 생각해보면 이용자인 트윈세대와 공급자 입장에서의 콘텐츠가 좀 다르다고 생각해요. 

이용자 입장에서의 콘텐츠는 공간에서 해볼 수 있는 경험의 단위인 것 같아요. 내가 이 공간에서 이 것도 할 수 있고 저 것도 할 수 있다고 여겨지는 것이 전부 다 콘텐츠라고 여겨질 것 같아요.

공급자 입장에서는 이용자가 네 가지 영역의 경험에 다가갈 수 있도록 만드는 징검다리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결국 경험을 촉진하는 환경이라는 의미인데, 그 관점에서 하나 선생님께서 말씀해주신 부분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독서를 예로 들면 책뿐 아니라 책의 종류, 책의 배치, 책을 둘러싼 환경 등 책을 집어 들게 하고 독서로 유도하는 전반의 장치가 다 콘텐츠라고 생각해요. 개인마다 그 징검다리를 건너는 방식과 속도가 다 다르기 때문에 여러 요소들을 고려해서 징검다리를 만드는 것이 공급자 입장에서 콘텐츠를 만드는 과정인 것 같고요.


 트윈웨이브의 콘텐츠는 쉼, 대화, 탐색, 창작의 경험에 닿게 하는 징검다리의 역할을 해준다 ©주현동



"개인마다 그 징검다리를 건너는 방식과 속도가 다 다르기 때문에 여러 요소들을 고려해서 징검다리를 만드는 것이 콘텐츠를 만드는 과정인 것 같아요."


이소림│콘텐츠를 만들 때 가장 중심에 두는 태도나 가치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김정민│트윈세대 친구들이 뭘 하고 싶은지 스스로 결정하고 해 볼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그 경험을 위해서는 선택지가 다양해야 하고요. 트윈웨이브에서는 경험의 레이어가 익숙한 것에서부터 낯선 것 까지, 활동의 종류도 휴식부터 창작까지 다양하게 주어져요. 그 스펙트럼 안에서 오늘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나라는 사람은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 생각해보면서 내 경험의 주인이 되는 기회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 다양한 선택지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친구들의 반응을 민감하게 관찰하고 기록으로 남겨서 이를 모니터링과 회고를 통해 반영하고, 다시 반응을 보는 프로세스의 반복이었던 것 같아요. 결국 답은 트윈세대 친구들에게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친구들의 언어적, 비언어적 반응들을 객관적으로 잘 기록해서 다음 단계를 고민하고 촉진해주는 운영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김하나트윈웨이브에서도 7월 개관 이후로 기록과 관찰을 계속해서 하고 있어요. 막연하게 눈으로 보는 것보다 기록된 걸 봤을 때에 어떤 상황, 어떤 사건이 있었는지 더 명확하게 알 수 있어서 기록의 중요성을 깨닫고 있고요. 정민님과 한 달에 한 번씩 그 기록을 살펴보는 월간 리뷰 시간을 갖기로 해서, 기록과 관찰을 통해 트윈세대를 위한 선택지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점차 익숙해져 갈 것 같아요.


이소림│그렇게 만들어간 콘텐츠는 트윈세대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김정민│콘텐츠를 통해 결국 자기 탐색과 표현의 계기가 다양해진다고 생각해요. 트윈세대 친구들은 시기상 노출될 수 있는 환경이 굉장히 한정적일 수밖에 없고, 그에 따라 학생과 자녀로서의 정체성 말고 다른 정체성을 탐구하기에 어려움이 있어요. 트윈웨이브에 와서는 다양한 경험의 단위들을 콘텐츠를 통해 만나면서 창작활동을 하는 나는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내가 뭘 좋아하고 싫어하고, 또 할 줄 아는지를 알게 될 거고 이는 결국은 자기를 탐색하는 행위일 거라고 생각해요. 소통의 방식에 있어서도 학교 친구들과의 대화와는 다르게 트윈웨이브에서는 작업물을 통해서 서로 모르는 친구와도 영감을 주고받을 수도 있는 기회가 있어요. 이렇게 다양한 언어, 물성, 형태, 관계 속에서 자기 탐색과 표현의 계기가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주현동



Part 2 : '책방에는 있지만 도서관에는 없는 책' 컬렉션 서가 이야기


컬렉션 서가의 모습 ©주현동


이소림│조금 더 세부적으로 트윈웨이브의 콘텐츠를 보면, 크게 컬렉션과 창작존의 아날로그 재료바, 디지털 도구, 길목형 프로그램 등이 있는 것 같아요. 콘텐츠를 만들어가신 과정이 궁금해지는데요. 먼저 컬렉션 서가는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었나요?!


김하나컬렉션은 사서들이 의논해서 만들었어요. 특히 책을 통해 아이들의 신선함과 상상력,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일명 ‘책방에는 있지만 도서관에는 없는 책’에 관심을 가졌어요. 이 과정에서 SF, 판타지, 추리, 무협, 스포츠 분야까지 컬렉션의 주제가 퍼져나갔던 것 같아요. 아이들이 웹툰을 좋아하는 것 같아서 역사나 우정, 사랑을 다룬 웹툰도 예비 목록에 넣었고 이 책들 중에 문학적인 가치가 있다고 평가받는 작품들로 꾸렸어요. 아이들마다 좋아하는 책이 다르니까 특정 주제에 집중하기보다 균형 있게 구성해 놓았고, 점차 트윈세대 친구들의 수요를 조사해서 이를 반영한 컬렉션을 구비해 나가려고 합니다.


김정민│저는 이 과정에서 십진 분류가 아닌 아이들이 선호도를 기준으로 의논을 시작하셨다는 것이 정말 인상깊었어요. 도서관은 주로 ‘대출이 많이 되는 책’을 우선해서 고르는데, 그러면 보통 추천도서나 고전소설처럼 ‘공부용’ 책인 경우가 많을 거예요. 그런데 오히려 도서관에 없을 법한 책, 읽으면 부모님들께서 별로 좋아하실 것 같지는 않은, 그러나 친구들은 궁금해서 손에서 놓을 수 없는 책들을 선정하셨어요. 그런 장르의 책들을 집중해서 파고들어 문학적 가치가 있는 컬렉션을 만들어내셨다는 게 트윈세대 컬렉션로서 정말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몰래 읽을 수밖에 없던 책을 도서관이라는 양지로 가져와서 제대로 된 컬렉션을 만드신 것이니까요. 아이들이 좋아하는 익숙함과 낯선 경험을 잘 버무린 트윈웨이브만의 컬렉션이라고 생각해요.


이소림운영자 분들과 나눴던 인터뷰 자리에서 어린이도서관에서 사서로 일하는 매력에 대해서 이야기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어린이 도서관은 즉각적인 반응이 있어서 너무 좋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좋은 것 싫은 것이 언어적 비언어적으로 다 드러나니까요. 그런 어린이 도서관에서 일하셨던 사서분들이라서 이용자의 반응에 더 귀 기울이시고, 그 반응을 귀히 여기시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었어요.



"그런 장르의 책들을 집중해서 파고들어 문학적 가치가 있는 컬렉션을 만들어내셨다는 게 트윈세대 컬렉션로서 정말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몰래 읽을 수밖에 없던 책을 도서관이라는 양지로 가져와서 제대로 된 컬렉션을 만드신 것이니까요. 아이들이 좋아하는 익숙함과 낯선 경험을 잘 버무린 트윈웨이브만의 컬렉션이라고 생각해요."


이소림│그럼 느티나무 도서관과 진행한 컬렉션 워크숍은 어떤 과정으로 진행되었나요?


김하나느티나무 도서관 사서 선생님들과 함께 트윈웨이브와 전주의 우주로1216, 그리고 스토리라이브러리까지 여러 도서관의 사서분들이 모여서 각자 주제를 정해서 책을 골라보고, 발표해보고 공유하는 워크숍이었는데요, 각자 다른 주제가 나왔던 부분이 재밌었어요. 그중 트윈웨이브에서는 ‘공포’ 컬렉션을 만들었어요. 도서관 추천도서 목록의 책은 학습이나 교육에 관련된 책이 많더라고요. 이왕 트윈세대를 위한 컬렉션을 만든다는 새로운 도전을 하니까 아이들이 ‘이런 게 추천도서에 있어?’라는 생각이 들법한 것을 해보자고 의견이 나왔고, 그중에서도 여름에 맞춘 ‘공포’ 컬렉션을 만들어보게 되었어요.


이소림│컬렉션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하나 선생님께 어떤 경험이셨나요?


김하나│수서라는 업무는 보통 사서 각자의 영역으로 여겨져요. 또 구성에 있어서 개인의 주관이 많이 들어가는데, 다른 도서관의 분들은 어떤 가치관과 관점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 서로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자리가 필요했던 것 같아요. 컬렉션 워크숍을 통해 단순하게는 책에 대한 정보를 찾기 위해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플랫폼에 대한 정보도 새롭게 알게 되었고, 더 나아가 가치관의 폭이 넓어지는 경험이었어요. 트윈세대 친구들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주고자 컬렉션을 구성하고자 하는 과정이 저희 사서들에게도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경험이 되어준 것 같아요.


개관을 맞이해 준비한 '여름'과 '공포' 컬렉션 ©김하나


이소림│콘텐츠팀 인터뷰 진행하기 전에는 송현수 관장님과 인터뷰를 진행했었는데요, 관장님께서 아래와 같은 말씀을 하시며 하나 선생님께 이런 질문을 남겨주셨어요.

'만약에 어린이도서관에서 했던 프로그램을 업그레이드해서 트윈세대 친구들과 같이 한다면 기존 프로그램 중에 추천해주실 만한 것이 있을지, 그리고 트윈세대를 위해서는 어떤 부분이 달라져야 할지가 궁금합니다.'


"슬기샘어린이도서관에서 그간 운영해왔던 프로그램은 저학년 위주가 많아요. 이 저학년 친구들이 커서 트윈세대가 되고, 이제는 트윈웨이브를 찾게 될 텐데요. 슬기샘어린이도서관을 저학년 때부터 경험했던 아이들이 커서 트윈웨이브에 와서는 자연스럽게 업그레이드된 버전의 프로그램을 경험할 수 있게 된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거든요. 이를 위해서 기존의 프로그램을 함께 분석하거나 리뷰하는 자리를 마련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 송현수 관장님


김하나│현재 트윈웨이브에서는 공간의 편안한 분위기 조성을 위해 배경음악으로 잔잔한 재즈음악을 깔고 있어요. 또 다목적실에서는 스트리밍 서비스 웨이브 온을 활용하여 영화 상영을 하고 있습니다. 이와 연결하여 영화와 음악을 주제로 한 프로그램을 운영해보면 어떨까요?


기존에 슬기샘어린이도서관에서 운영했던 프로그램 중 공연의 형태는 책을 기반으로 인형극, 오케스트라 연주회 등 유아나 초등 자녀가 있는 가족을 대상으로 한 감상 위주의 기획이 대부분이었어요.


트윈웨이브에서는 트윈세대만을 위한, 그리고 책을 기반으로 영화와 음악에 대해 이야기 나누며 무엇보다도 쌍방향 소통을 통해 트윈세대와 마음을 나누고 공감하는 활동을 해보고 싶어요.


조금 더 구체적으로 생각해본다면 인디밴드의 음악을 들으며 서로 재미있게 읽었던 책에 대해 공유하고, 이 책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다른 형태의 창작으로 연결 지어보는 활동도 좋을 것 같아요. 제3의 어른을 초대해도 좋고요. 트윈세대 친구들의 이야기도 더 들어보고 운영자들이 함께 고민해서 아이디어를 발전시킨다면 트윈웨이브에 방문하여, 우리 공간의 이름처럼 파도를 타며 낭만을 느끼는 서퍼들이 많아지지 않을까요?




Part 3 : 트윈세대 누구든 저마다의 표현 방식도 존중받을 수 있도록, 창작존을 만들어간 이야기


트윈웨이브 창작존의 모습. 왼쪽으로 아날로그 재료바와 지류함이 보인다. ©주현동


이소림│정민 디렉터님께서는 창작존과 재료바를 맡아주셨죠.


김정민│네, 맞아요. 전체적인 논의는 트윈웨이브의 운영팀과 나누면서, 스토리스튜디오라는 실험공간, 페이퍼풀즈라는 파트너와 함께 창작존을 꾸렸습니다. 창작이라는 행위는 트윈세대에게 자기들을 표현할 수 있는 언어의 확장이기 때문에 콘텐츠 중에서도 중요한 부분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 표현과 창작 영역을 위한 콘텐츠를 만드는 것은 기존의 도서관에 계신 사서 선생님들께는 익숙하지 않은 업무일 수 있어서 그 영역에 더 중점적으로 콘텐츠를 투입을 했어요.


창작존을 만들 때 가장 중요했던 지점은 트윈세대 친구들마다 각자의 표현 방식이 다르고, 창작 활동에 익숙한 정도도 다르고, 오늘 하고 싶은 것과 내일 하고 싶은 것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이 모든 방식과 과정을 존중할 수 있는 다양한 재료와 도구를 넣는 것이었어요. 그 원칙 하에 세 가지 콘텐츠가 핵심적으로 들어갔어요. 아날로그 재료바와 지류함, 디지털 재료도구 그리고 길목형 프로그램입니다.


예를 들어 아날로그 재료바와 지류함에 있어서는 재료와 도구를 어떻게 결합해서 쓰냐에 따라 창작의 결과물이 무궁무진하게 나올 수 있도록 구성을 해두었어요. 모든 콘텐츠의 핵심에는 누가 선택하든 창작의 방식을 존중한다, 그리고 ‘나도 한번 해볼 수 있을 것 같아’라는 생각을 갖도록 한다는 것이 기저에 깔려 있어요. 작업 방식에 있어서도 조형 작업뿐 아니라 그림, 영상 등 다양한 매체로 표현해볼 수 있게 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아날로그 재료바에서 재료를 고르고 있는 트윈세대 친구들 ©주현동
트윈웨이브의 작업 풍경
작업물을 전시하고, 실험도 해보며 경험의 끝까지 도달해보기 ©주현동


이소림│아날로그 재료바와 지류함은 스토리스튜디오에서 진행했던 실험의 결과가 적용된 것이지요? 스토리스튜디오의 콘텐츠를 트윈웨이브에 넣을 때 고려하셨던 부분들에는 혹시 어떤 게 있나요?


김정민│스토리스튜디오든 트윈웨이브든 재료의 구성은 기본적으로 트윈세대 누구든 자신의 이야기와 상상을 더할 수 있도록 다양하게 조합, 해체, 결합이 가능한지, 그래서 같은 재료더라도 누가 작업하느냐에 따라 다른 결과물이 나올 수 있는지를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생각했어요.


여기에 더해 트윈웨이브의 재료바를 마련할 때 도서관에서 수급하기 쉬운 재료인지 한번 더 확인을 했어요. 콘텐츠의 지속가능성을 생각하면 운영팀에서 실제 운영하실 수 있는 범위에서 세팅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또 12세에서 16세가 사용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이 연령대 전체를 포함할 수 있는 유치하지 않은 재료여야 한다는 점도 더 신경 쓴 부분입니다. 12세에 오든 16세에 오든 자신이 창작하고 싶은 방식이 존중되는 환경을 경험하게 해주고자 했어요. 마지막으로, 스토리스튜디오는 창작만을 위한 공간이기 때문에 방문하는 친구들도 조금 더 창작에 목적을 가지고 오는 경우가 많은 반면, 트윈웨이브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나도 한번 해볼 수 있겠는데’라는 생각이 들 수 있는 보다 진입장벽이 낮은 재료들로 아날로그 재료바와 지류함을 세팅했어요.


운영의 지속가능성과 트윈웨이브 이용자들의 특성을 고려한 재료와 도구들, 그러면서 쓸 때마다 다른 조합이 가능해야 한다는 그 핵심적인 정체성을 기준으로 우선 30개의 도구를 뽑아 보아서 배치해보았어요. 지금은 스토리스튜디오의 실험 결과를 기준으로 삼아 세팅을 해둔 것이니까 앞으로 트윈웨이브 친구들의 반응이 어떨지는 계속 지켜봐야 해요. 사서 선생님들과 함께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업데이트해나가려고 합니다.


트윈웨이브의 30가지 아날로그 재료들


이소림│스토리스튜디오의 재료바가 하나의 모듈이 되어 그대로 트윈웨이브에 적용이 된 것인 줄 알았었는데 그 과정에서 트윈웨이브의 특성을 고려하시는 과정이 있으셨던 거군요! 추후 월간 리뷰를 통해서 위에 말씀해주신 기준과 트윈세대 친구들의 반응에 따라 회고하고 변경하시는 과정이 있으시겠네요.


김정민│네, 맞아요. 핵심적인 정체성은 스토리스튜디오의 틀을 갖고 가되, 운영팀의 실행과 친구들의 반응에 따라 점차 다른 재료바로 만들어지게 될 것 같아요.


스토리스튜디오 혜화랩의 모습. 오른쪽 멀리에 재료바가 보인다. ©주현동



∥스토리스튜디오에 대해 더 알아보고 싶으시다면?!

 스토리스튜디오 홈페이지 바로가기

 스토리스튜디오 인스타그램 바로가기

 스토리스튜디오 브런치 바로가기



이소림│길목형 프로그램은 창작 활동에 익숙하지 않은 트윈세대 친구들을 위해 세팅해두셨다고 들었습니다.


김정민│창작에 익숙하지 않다는 것은 창작 활동을 아예 해보지 않았거나 어린 시절에 했던 창작의 경험이 시기적으로 단절된 상태의 친구들일 수 있어요. 한편으로는 바로 창작활동에 뛰어들지 않는 친구들이라는 의미도 있어요. 개인에 따라서 보자마자 창작존에 달려드는 성향이 아니지만 조금 차분하게 책을 보다가 만들고 싶은 무언가가 생길 수 있거든요. 콘텐츠를 기획하고 공간에서 운영하면서, 창작 경험에 진입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친구들의 성향이 다양하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어요. 길목형 프로그램은 그 부분을 고려해서 페이퍼풀즈라는 전문가 그룹과 함께 세팅을 한 기획형 콘텐츠입니다.


길목형 프로그램인 '이야기를 짓는 건축가' 활동 모습


소림│그러면 콘텐츠의 내용뿐 아니라 창작 경험에 진입하는 방식을 다양하게 고려하셨을 것 같아요.


김정민│콘텐츠가 다양한 방식으로 친구들에게 대화를 건넬 수 있도록 했어요. 창작 작업에 익숙하지 않은 친구들이 ‘해볼 수 있겠는데?’ ‘해보고 싶어!’라는 생각이 들 수 있도록요. 예를 들어 원재료보다 조금은 더 가공이 되어있는 재료가 있다면 작업 자체가 두려운 친구들에게 말을 걸 수도 있고, 작업대 옆에 있는 이야기 카드, 혹은 작업대 옆의 책에 관심이 가서 읽다가 작업으로 진입하게 될 수도 있어요. 그 진입경로를 다양하게 고민하고 설계를 했어요. 결국 이 콘텐츠의 최종 종착지는 친구들이 작업을 한번 해보고 싶게 만드는 것일 거예요. 


이소림│길목형 프로그램의 가장 주요한 부분이 작업을 해볼 수 있도록 친구들에게 대화를 건네는 방법들을 마련을 해주는 것이었군요! 어제 운영자분들께서 길목형 프로그램의 결과물들을 전시해놓은 부분이 잘 보이지 않아서, 친구들의 동선 쪽으로 방향을 바꿔놓을까 하는 의견을 주셨었는데, 대화를 건넨다는 관점에서 좋은 접근이셨네요!


김정민│네, 맞아요. 그런 시도를 계속 운영팀에서 계속해주시면 정말 좋고요.


반가공 재료를 통해 창작 작업에 조금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길목형 프로그램'


이소림│그러면 혹시 창작과 탐색이라는 낯선 경험의 영역이 아닌 쉼과 만남의 영역에서는 징검다리라는 콘텐츠가 필요하지는 않은 것일까요?!


신혜미│쉼 영역은 공간의 물리적인 부분과 더불어서 트윈웨이브 운영팀에서 이미 잘 세팅을 해주신 것 같아요. 어린이를 오랜 시간 만나오시던 팀이어서 운영자분들의 태도나 가치관에서 이미 많이 녹여져 있던 것 같고요. 보드게임 등 여러 가지 게임들을 제안해주셔서 휴식을 위한 콘텐츠로 들어갈 수 있었어요.


김정민│편안함을 조성해 주기 위해서는 혜미 디렉터님이 말씀해주신 물리적인 환경, 운영자분들의 태도에 더해서 이용자가 직접 의견을 낼 수 있도록 통로를 열어주는 것도 중요한 부분인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스토리스튜디오에서는 쉼을 위한 휴식용 콘텐츠를 ‘스스러 픽’이라는 방법으로 수급을 하고 있어요. 스토리스튜디오 이용자인 ‘스스러’들의 좋아하는 콘텐츠에서 확장되는 것인데 반응이 정말 좋아요. 쉼 영역의 콘텐츠는 이용자의 보이스를 듣는 방식으로 업데이트를 해나 가시는 것을 추천드려요.


쉼 영역은 경험은 편안한 공간, 트윈세대가 함께 만들어가는 콘텐츠, 운영자와의 교류 등으로 조성된다. ©주현동



Part 4 : 낯선 경험을 만들어가는 새로운 시도들


이소림│트윈웨이브에 처음 방문한 트윈세대 친구들이 이것만은 꼭 해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시는 콘텐츠가 있으신가요? 그 콘텐츠를 통해 어떤 공간 경험을 하길 바라시나요?


김하나창작존에 가서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지 등 또 다른 나의 새로운 모습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를 가졌으면 좋겠어요. 트윈웨이브를 통해 나 자신의 무한한 가능성을 발견하길 바랍니다.


신혜미│저는 계단 서가에 가서 편안한 자세로 앉아 어떤 책이든 그 1권을 꺼내고, 이를 통해 계속 해서 읽을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는 상상을 해요. 책을 읽든 물감을 사용한 창작활동을 하든 무엇이든 좋으니 끝까지 가보는 경험을 한번 해보았으면 좋겠어요.


김정민│저는 트윈세대를 위한 공간에서 정말 중요한 콘텐츠가 이용자들이 직접 만든 작업물이라고 생각해요. 트윈웨이브에 처음 방문한 친구들이 전시되어있는 다른 친구들의 작업물들을 보면서 ‘이런 거 만든 친구도 있네?’, ‘이런 그림을 그렸네?’ 하며 구경을 하다가 ‘나도 한번 해봐야지’라는 생각으로 흔적을 남기고 가는 모습을 보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아주 작은 그림이라도 좋아요. 다른 친구들의 작업물을 통해 영감이 시작되는 순간을 기대해요.


이소림│저는 트윈웨이브에 와서는 ‘이거 해도 괜찮을까?’라는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되길 바라요. 창작활동에 있어서도 ‘이렇게 표현해도 될까?’ 책을 볼 때에도 ‘이 책 읽어도 될까?’ 등의 생각을 하지 않고 이것저것 해도 괜찮은 경험을 많이 해봤으면 좋겠어요.



"다른 친구들의 작업물을 통해 영감이 시작되는 순간을 기대해요." ©주현동


이소림│마지막으로 정민 디렉터님께 여쭤보아요. 트윈웨이브를 함께 만든 초기 운영자가 만약 공간을 떠나게 된다면 이 공간의 지속성이 어떻게 유지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들기도 해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김정민│저는 스토리스튜디오에서 실험한 콘텐츠가 바깥으로 나가게 된 시점부터 콘텐츠의 정체성이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러한 과정에서 트윈웨이브 운영팀을 만났어요. 운영자분들께서 워낙 공간 운영과 다음 세대를 만나는 일에 있어서 노하우를 갖고 계셔서 감사했어요. 그 신뢰감이 저에게 큰 자신감이 되어주었습니다. 콘텐츠가 스토리스튜디오 밖을 나가도 지속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각자가 잘하는 점을 모았을 때 새로운 답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알아갔어요. 

프로젝트를 만들어가는 추진단 내부에서도 익숙함과 낯섦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 같아요. ‘더 많은 표현과 창작의 기회를 주고자 한다’는 본질적인 가치에 더욱 집중한다면 여러 가지 시도와 새로움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될 거라고 믿어요.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가장 강력한 데이터는 아이들의 반응이라는 믿음,  그리고 그 모니터링 데이터를 통해 공간에서의 경험들을 만들어가고자 하는 태도만 있으면 보다 새로워도, 보다 변화해도 괜찮다는 자신감의 씨앗을 트윈웨이브 프로젝트를 통해 발견했습니다.


'웨이브' 모양으로 인사하며 마무리된 인터뷰 모습



▶ 씨프로그램 웹사이트: https://c-program.org

▶ 트윈세대를 위한 제3의 공간에 대해 궁금하시다면?

▶ 트윈웨이브를 만날 수 있는 방법 : 트윈웨이브 인스타그램

▶ 트윈웨이브 구축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만나는 방법 :

트윈웨이브 프로젝트 추진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씨프로그램 spaceT 총괄 디렉터, 신혜미 님과의 인터뷰

너른 바다를 연상케 하는 트윈웨이브 공간에 대해 더 궁금하시다면?

건축팀 인터뷰 <일상적이지 않은 경험을 일상처럼 하는 공간>

트윈웨이브 공간 운영자들의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운영팀 인터뷰 1 <사서에서 운영자로, 그 새로운 도전에 대하여>

운영팀 인터뷰 2 <시작점에 함께 선 우리>

운영팀 인터뷰 3 <변화의 물결을 일으키는 일>

컬렉션 서가? 아날로그 재료바?! 트윈웨이브의 콘텐츠에 대해 궁금하시다면?

콘텐츠팀 인터뷰 <낯선 경험으로 안내하는 콘텐츠의 힘>


○ 인터뷰 진행: 씨프로그램 신혜미 디렉터, 이소림 매니저

○ 편집: 씨프로그램 이소림 매니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