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서준 Sep 23. 2017

늦잠, 그 이후의 이야기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느끼는구나

지금으로부터 4년 전 겨울, 군대를 전역하고 처음으로 스스로 계획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영국을 지나 프랑스를 여행할 즈음, 몽생미셸이라는 수도원을 가게 됐습니다. 워낙 생소한 곳이라 가이드와 동행하게 됐죠. 나름 공부를 한다고 하고 갔는데도 많은 부분들이 낯설고 어려웠습니다. 아마 가이드가 없었다면 몽생미셸을 거친 돌, 예쁜 건물, 넓은 갯벌 정도로 기억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850년에 걸쳐서 지어진 이 수도원에는 수 많은 이야기들이 숨어있었습니다. 흙 속의 진주 같은 이야기 구슬들이 모여서 어느새 어두운 밤 속에 반짝이는 야경을 보고 있으니 몰려오는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감동과 더불어 제게 찾아온 것은 부끄러움이었습니다. 신학을 공부했음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인 신학 상식도 기억하지 못하는 제가 너무 한심하고 부끄러웠습니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느끼는구나’ 저는 학교로 돌아가서 시간표를 여행에 맞춰서 짜기 시작했습니다.


-진작에 이렇게 공부할 걸

터키를 가기 위해 초기 기독교 역사와 예배문화를 공부하고, 고대 근동 신화들을 공부했습니다. 여행을 준비를 한다고 생각하니 정말 재밌더군요. ‘진작에 이렇게 공부할 걸.’ 

터키에서도 가이드를 만났습니다. 학교에서 배운 내용들을 재밌게 만들어서 설명해주는 가이드라는 직업이 꽤나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맛있는 것들을 먹고 좋은 것들을 보는 여행도 좋지만 조금 더 오래 기억나는 특별한 여행. 저는 이러한 여행을 계속해서 다니게 됐습니다. 그러다가 ‘그랜드투어’ 라는 문화를 알게 됐습니다. 그랜드투어는 17세기 중반부터 19세기 초반까지 유럽, 특히 영국 상류층 자제들 사이에서 유행한 유럽여행을 말합니다. 스승과 동행하며 각국의 문물들을 공부하고 경험하는 여행. 당시에는 막대한 비용 때문에 상류층만 다닐 수 있었지만, 교통기술이 발달한 지금은 마음만 굳게 먹으면 많은 사람들이 갈 수 있게 됐지요. 저는 이 그랜드투어 문화를 제가 공부하는 신학 분야에서 펼쳐보고 싶었습니다. 또한 외국에서 느꼈던 감동들을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느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가이드가 되다.

그리하여 2년 전부터 기독교 역사 투어와 외국인들을 위한 서울 투어를 자체적으로 만들어서 진행해왔습니다. 무료로 투어를 하다 보니 취미로 이 생활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더군요. 돈을 받아야 투어가 더 풍성해지고 이 일을 더 오래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침 그때, 터키와 프랑스에서 만난 가이드가 한국에 오신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대화를 나누다 보니 통하는 부분이 있었고 가이드 일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저는 지금 덕수궁을 전담으로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뭐할 거야?

앞으로 하고 싶은 것이 많습니다. 공부하고 떠나서 작은 돌멩이 하나를 놓고도 토론하고 감동할 수 있는 여행의 문화를 확산시켜보고 싶습니다. 처음엔 한국이겠지만, 블라디보스토크, 상해 임시정부, 실크로드, 시베리아 횡단 열차, 이집트, 튀니지, 이스라엘, 요르단, 터키, 그리스, 스페인 등까지 꿈꾸고 있습니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리고 떨립니다.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브런치에 어떠한 글을 올릴지 계속해서 고민 중에 있습니다. 소설을 써볼지, 에세이를 써볼지, 어떤 종류의 글을 어떤 식으로 써야 할지 참 고민이 되더군요. 이 부분에 있어서는 조금 더 신중하게 고민한 다음에 여러분에게 더 재밌고 좋은 글로 인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항상 응원해주시고 지켜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그냥 고마워서 써본 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