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쿠팡에서 근무하면서 굉장히 많은 분들과 면접을 진행했었습니다. 조직 자체를 성장하던 시기이기도 했고, 또 디자이너 분들의 쿠팡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던 (Data Driven Design, 뉴욕 증시 상장등)으로 굉장히 핫한 시기여서 짧은 기간이었지만 정말 몇 백명에 가까운 후보군들에 대해서 면접을 봤었습니다.
면접관이 되어서 느낀 점은, 디자이너로서 가장 중요한 점은 역시 포트폴리오라던지 아니면 다른 여러 직무에 대한 부분들도 중요하지만 그것과는 또 다른 자신의 이야기를 어떻게 전달하고 풀어내는지도 참 중요하구나 라는 점을 많이 느끼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렇게 말하는 제 자신도 그간의 면접을 돌아보았을 때 잘 했어냐 라고 물어보면 그건 또 아닌것 같습니다. 아마 이 전에는 면접관이라는 역할로 면접을 보는 상황을 가정하거나 그러지는 않았던 것 같고, 많은 면접을 보면서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 점이 계속해서 나만의 스토리를 만들게 된 계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 중에서 면접관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 중 하나는 “어떻게 이 회사에 지원을 하게 됬나요?” 라는 항목일 것입니다. 다양한 질문 방식이 있겠지만, 회사에 지원하게 된 계기나 어떤 매력에 이끌려서 이렇게 면접까지 보게 되었나 라는 점을 물어보는 질문으로 어느 회사나 면접 때 물어보는 항목 중 하나가 아닐까 합니다.
이 전 회사의 경우 면접을 보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답변은
“평소에 Data Driven Design에 관심이 많았는데, 마침 XXX님의 프레젠테이션을 듣고 관심이 생겨서 지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라던지 “로켓 배송이나 새벽 배송을 보면서 되게 좋은 서비스라고 생각했고 그런 서비스를 만드는 곳에서 혁신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 라던지 이런 류의 이야기가 가장 많았습니다. 그 외에는 아주 특이하거나 저 두 가지보다 더 평범한 이유를 얘기했던 것 같구요. 제가 조금 더 얘기하고 싶은 부분은 이러한 답변에서 조금 더 개인적이고 디테일한 스토리를 통해서 풍성한 나만의 스토리텔링을 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지 않을까 하는 점이었습니다.
이를테면 Data Driven Design이라고 한다면, 단순히 Data Driven Design을 하고 싶다는 내용 보다는, 현재의 회사에서 Data를 이용해서 디자인을 하려고 했으나 실패한 이야기, 혹은 반대로 성공을 하게 된 이야기 등을 통해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그 와중에 쿠팡의 얘기를 들었다 라고 한다면 조금 더 진정성이 느껴지는 스토리를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또 로켓 배송이라고 하면 누구나 로켓배송으로 인해서 위기에서 벗어나게 된 이야기가 있을 것입니다. (아마 아이를 키우는 직장맘이라면 누구나 다 이런 스토리 하나 정도는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이런 부분들을 스토리로 담아 가면서 어떻게 쿠팡이라는 서비스 혹은 쿠팡의 디자인 조직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그 결과 지원을 하게 되었는지를 풀어나간다면 훨씬 더 인상적이고 좋은 내용으로 자신만의 스토리 텔링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제가 면접때 쿠팡에 지원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 다음처럼 얘기했던 기억이 난다. 그 경험이 조금 더 특이 하기도 했고 인상적이어서 그대로 써먹어야 겠다 라고 생각했던 이야기 입니다.
“제가 일본에서 10년 정도 살다가 일본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오기로 했습니다. 다행이도 전에 다니고 있던 회사의 한국 오피스로 발령이 나서 직장은 스무스하게 이직이 되었어요. 다만 와이프는 짐들을 정리하느라 조금 늦게 한국으로 오기로 했고, 저 먼저 혼자 가서 원룸에서 생활을 하려고 했죠. 필요한 것들은 한국 가서 구입하려고 했구요. 그런데 마침 코로나 사태가 터진 거에요. 그것도 대구 신천지 사태 이 후라서 제가 가기로 한 시점에 해외 입국자는 무조건 2주간 자가 격리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구요. 공항에서서 부터 엄청 긴 입국 심사를 거쳐서 이 전에 구한 원룸에 도착했는데, 정말 아무런 가구도 없고 인터넷도 안되서 테더링으로 써야 하던 상황이었구요. 침대나 이불 이런 것도 없어서 츄리닝을 접어서 배게로 쓰고 두꺼운 파카를 덮고 자던 생각이 납니다. 이런 상황에서 침대라던지 아니면 내가 필요한 걸 구할 수 있는 방법이 뭐냐 라고 친구들에게 카톡을 했더니 다들 쿠팡에 가입해서 로켓와우 회원이 되라는 거에요. 그럼 당장 내일 니가 원하는 모든 것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전 설마설마 했는데, 뭐 안되도 하루 더 기다리지 이런 생각으로 바로 쿠팡 가입하고 로켓 와우 가입해서 로켓 배송이라고 쓰여진 물품들을 이거저거 닥치는 대로 한 80만원 어치 정도 구입했던 거 같아요. 그리고 나서 자는데, 뭐 파카 덮고 잠이 잘 오겠어요? 뒤척이고 있는데 한 새벽 4시? 정도에 밖에서 뭐가 쿵쿵 거리는 소리가 나는거에요. 그래서 뭐지 하고 문을 열어보니 세상에 제가 주문한 거의 거진 80프로가 그 새벽에 다 도착해 있는 거에요. 책상부터 시작해서 매트리스 이불 등등. 너무 놀랐어요. 얼마나 많이 시켰던지 문도 제대로 안 열리더라니까요. 그리고 나서 도대체 이런 배송 시스템은 뭐지? 이건 뭐지 하고 쿠팡에 관심을 가지게 됬어요. 솔직이 그 이전에는 쿠팡 서비스를 직접 경험은 못하고 UI만 보니까 여긴 왜이리 복잡해 이랬던 서비스 였거든요. 그걸 직접 경험하니 정말 말도 안되게 혁신적인 느낌이었고, 쿠팡이라는 서비스 회사에 푹 빠지게 되었었죠. 그리고 나서 자가격리 2주가 끝나고 거짓말 처럼 쿠팡 리쿠르터 분이 저에게 연락을 주셨어요. 이런이런 자리가 있는데 혹시 관심 있냐고? 더 볼 것도 없이 "내 한 번 지원해볼게요!" 라고 답이 나온 거죠. 그렇게 되서 지금 이렇게 면접을 보고 있네요. ”
이 이야기는 사실 면접 이후에도 쿠팡에 입사하고 난 뒤에 다른 사람들과 얘기하면서 늘 잘 써먹었고 언제나 효과가 좋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까지 읽은 경우 고민되는 부분이 있을 것입니다. 나에게는 그러한 특별한 스토리가 없는데? 무언가 내세울 만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없는데? 라고 생각할 수 있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누구나 그런 스토리 하나 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고 잘 생각하고 Dive Deep하다 보면 자신만의 스토리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 “스토리의 과학”에 나온 구절로 오늘의 Post를 마무리 할까 합니다.
나도 처음에는 바로 그런 이유로 스토리를 들려주지 못했다. 내가 내 스토리를 들려주고 싶다는 욕구를 처음 느낀 것은 2000년대 초반이었다. 그러나 나는 망설였다. 내가 뭐 대단한 게 있다고? 평범한 중산층 가정에서 자란, 20대 밖에 되지 않은 내가 스토리를 공유한다고? 내 스토리는 충분히 고통스럽지 않아. 충분히 어둡지 않아. 혼자만 알고 있어야 해. 그러다가 오클라호마에서 열린 어느 자유 발언대 행사에서 나는 스토리를 들려줄 기회를 얻었고 지극히 평범하지만 마음 아팠던 스토리를 공유했다. 그때 나는 깨달았다. 스토리가 크든 작든, 비극적이든 사랑스럽든, 진짜이기만 한다면 사람들은 스토리에 공감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작은 스토리라고 하더라도 여러분이 가진 것이라면 들려줄 가치가 있다.
(스토리의 과학 / 킨드라 홀 지음 / 이지연 옮김 / 윌북 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