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책을 많이 읽는 편이지만 읽은 책에 대해 글을 쓰는 것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책읽을 시간을 뺏기기 때문이다. 이기적이다. 바꿔 보려고 한다. 새해 결심을 했는데, 뭐 2--3일 일찍 시작하나 마나...
장-뤽 낭시, 마치 신부님처럼 생겼다. 여섯살에서 열두살 아이들을 모아 놓고 철학을 가르치다니... 신부님이 할 일 같다. 마치 파르메니데스를 연상케 하는 이야기로 신, 하늘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하늘은 "세계 전체와는 다른 장소"인데, 이 말은 "모든 장소와 다른 어떤 장소"이고 따라서 "어떤 장소 아닌 장소"를 말한다 (장-뤽 낭시 지음, 이영선 옮김, 신 정의 사랑 아름다움, 19쪽). 따라서, 신은 어디에도 없고, 도처에 있다 (위의 책 21쪽). 여기에서 나름 당연하지만 이끌어가는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이런 것들이 우리에게 하늘의 이미지를 만들어 줍니다. 즉, 땅위에 어떤 차원이 열리는 것이지요. 하지만, 그것은 어떤 공간이라고 할 수 없는 차원이자, 거대하게 열려 있지만 실체 없는, 그런 가능성의 공간입니다 (위의 책 31쪽).
범신론 이야기같지만, 내가 주목한 이야기는 조금 다른 이야기이다. 그 다음에 정치, 정확히는 정의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좌파와 우파에 대한 한 아이의 질문에 이렇게 말한다.
우익의 정의는 "사물의 질서를 통해서 자연적으로 주어지는 것" (위의 책 91쪽)이지만, 좌익의 정의는 만들어야 하는 것이고 탐구해야 하는 것이다 (위의 책 92쪽). 즉 "정의는 자연속에 있든지 아니면 우리가 세우게 될 정치적 모델에" 있다 (위의 책 93쪽).
우파의 정의는 자연철학이고, 좌파의 정의는 정치신학이다. 여기에서 질문: 신이 가능성의 공간이라면, 종교는 본질적으로 좌파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