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의약품 배송에 대한 아마존의 전략
헬스케어 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되는 아마존. 그간 생각만큼 헬스케어 시장 진출이 쉽지는 않았지만 이번에는 제대로 속도를 붙이고 있다. 비대면 진료 1위 업체 텔라닥의 CEO 제이슨 골빅은 “아마존 헬스케어는 과대평가”라는 말을 하고 있지만 과연 그러할까?
아마존의 헬스케어 시장 적응기는 흑역사가 있다. 1999년 ‘드럭스토어’를 인수했다가 사업 부진으로 2011년에 결국 약국 체인 ‘월그린’에 다시 넘겨주기도 했고 2018년에는 JP모건, 버크셔헤서웨이와 함께 ‘HAVEN’을 설립하고 헬스케어 시장을 점령하겠다고 나섰다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결국 3년도 안 된 2021년 발전적 해체라는 아쉬운 결말을 맞았다.
하지만 자사 임직원대상 원격의료 서비스인 ‘아마존 케어’ 프로그램을 계속해서 발전시키는 한편 미국 의약품 유통 라이센스를 확보하려는 노력을 계속해서 해왔고, 결국 미국 50개주에서 의약품 유통 라이센스를 가지고 있는 온라인 약국 ‘필팩’을 10억불에 인수하고 ‘아마존 파머시’를 설립한다.
‘필팩’서비스를 간략히 설명하면, 우리나라에서는 아침 점심 저녁 약봉투를 개별로 포장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지만, 미국의 경우 주황색 플라스틱 약통에 한 번에 여러알씩 처방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필팩은 처방약을 우리나라처럼 개별로 소분 포장해서 정기적으로 배송해주는 서비스다. 미국 내에서 CVS, 월그린 등 전통의 오프라인 의약품 유통 강자들도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관련 스타트업 업체들도 많이 생겨났다. 필팩의 경우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한번 들어오면 빠져나가기 어려운 의약품 구독모델이라는 것에 포인트가 있다.
의약품 구독모델이 성공하려면 다음과 같은 요건들이 필요한데,
지역별 유통 라이센스 확보
규모의 경제로 접근 할 수 있는 구독자 수 확보
각각의 구독자에게 맞춤형 의약품을 배송할 수 있는 체계적인 배송시스템
필팩은 미국 전역에 의약품을 유통할 수 있는 유통권은 이미 확보했고, 아마존의 멤버쉽 서비스인 ‘아마존 프라임’을 통한 안정적인 구독자수 확보가 가능하며, 아마존의 배송시스템인 FBA(Fulfillment by Amazon)과 결합해서 미국 의약품 유통시장을 제패할 만한 강력한 시너지가 날 것으로 예상된다.
2021년 5월 기준으로 2억명이 넘는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는 ‘아마존프라임’은 무료배송과 넷플릭스 같은 영화, 드라마를 볼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는데 여기에 6불만 추가하면 고혈압ㆍ당뇨ㆍ고지혈증 등 만성질환 의약품 6개월치를 배송해주고 제네릭은 최대 80%, 유명 의약품은 시중가 대비 최대 40% 싸게 팔겠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기존 의료보험을 통해 약을 처방받으려면 6개월치씩 장기 처방약을 제공하지도 않고 장기 처방을 필요로 하는 환자는 보험에 가입하고도 따로 돈을 들여 약을 사야 하기 때문에 의료비 부담이 큰 상황이었는데, 대중들의 의약품 구매 패턴이 편리하고 가격도 저렴한 온라인으로 넘어오는 것은 시간문제다.
또 이와 같은 온라인 의약품 유통은 아직까지 미국의약품 유통시장의 5%에 불과하기 때문에 잠재력이 상당한 영역이며, 온라인을 통해 일반의약품을 유통할 수 있는 국가도 북남미와 유럽을 포함해 96개국. 그중 처방약 배송까지 가능한 나라도 45개국에 달하기 때문에 글로벌 시장에서도 확장할 수 있는 여지가 크다.
아마존의 계획은 의약품유통에서 끝이 아니다. 미국 스마트 스피커 점유율 68%를 차지하고 있는 아마존의 ‘알렉사’를 통해 비 대면 헬스케어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다. 스마트 스피커를 통해 의약품 배송은 물론 의료진과의 직접적인 진료와 처방도 가능하지만 알렉사에 탑재된 AI를 통해 진료가 이루어지게 된다면 헬스케어 시장의 새로운 장이 열리게 되는 것이다. 당장 단기적으로도 3~40대 가입자가 대다수를 차지하는 아마존프라임 서비스에 50대 이상 고령층의 가입이 확대될 것이고, 전체 가입자 중 50대 이상은 10%대에 불과하기 때문에 성장 기대치도 높다.
그러나 물류 시스템인 FBA(Fulfillment by Amazon)에는 약간의 리스크가 있다. 유통망 도처에서 병목현상이 일어나고 있고, 물류센터의 직원들이 사망하는 등 관리이슈들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작년 4분기에만 15만명의 추가 채용계획과 지역 물류센터인 ‘라스트 마일 배달소’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겠다고 나섰지만 유통분야에서는 적자를 기록하고 고전 중이다. 그나마 AWS(Amazon Web Service)의 대박으로 기업 전체의 매출성장과 영업이익률을 맞춰내고 있는 상황이다.
아마존에는 새로운 원동력이 필요하다. AWS가 새로운 수익을 만들어 내고 있고 올해도 기업들의 디지털화는 가속화될 것이기 때문에 향후 몇 년간은 급격한 성장이 예상되지만 클라우드 인프라 시장은 대형 IT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 그렇게 안심할 수 만은 없다. 아마존은 디지털 미디어 사업, 우주산업, 전기차 사업 등 계속해서 새로운 아이템을 만들어 가고 있지만 아마존이 잘하고 있는 유통시스템과의 시너지를 만들어 내고 그간 완성해온 아마존 왕국을 더 굳건히 해줄 헬스케어 분야는 향후 아마존의 미래를 결정할만한 지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