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윤 대통령은 코로나 위기경보를 ‘심각’에서 ‘경계’로 조정하고 6월부터 방역조치 대부분을 해제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앞서서 세계보건기구가 코로나19에 대한 비상사태 해제를 결정한 것에 따라 당초 계획보다는 좀더 빠른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마스크를 벗고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게 되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속에서 웃을 수만은 없는 코로나 수혜 산업들이 있는데 그중 비대면진료 산업은 생존자체를 위협받고 있다. 코로나 ‘심각’ 단계에서만 허용되었던 비대면 진료가 하루아침에 법적근거가 사라져 6월부터는 불법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그간 비대면 진료법안이 국회에 2년넘게 계류 중이고 이번 회기에 마무리를 하기 위해 논의가 계속되어 왔으나 의사, 약사들의 반발이 매우 거세게 작용하고 있다. 또한 최근 논란중인 간호사법과 맞물려 복잡해지는 양상이다. 정부는 기업들을 위해 5월내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을 강행하여 유예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고 대통령의 방미 일정에도 닥터나우의 장지호 대표가 참여하는 등 정부차원의 지원이 계속되고 있지만 현재는 의료계의 여러 이슈가 내년 총선과 맞물려 국회에서 법안의 향방을 알 수 없다.
현재로서는 그간 임시로 허용되었던 비대면진료는 허용기한내로 논의가 정리되지 않고 그대로 종료될 전망이다. 중재안으로 재진이나 만성질환, 도서산간지역으로 제한하는 의견들이 제시되고 있는데 이러한 경우에도 비대면 진료상용화와는 거리가 있어 국내에서 비대면진료 산업에 대한 투자 및 마케팅 등이 모두 중단될 위기다. 이번 회기에 결정되지 못하면 대규모 투자를 진행했던 기업들은 매출확보방안이 없어 생존이 어려운 상황이다.
한편, 그간 비대면진료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들이 제기되어 왔으나 근거는 명확하지 않다. 먼저 오진에 따른 의료사고 위험을 가장 큰문제로 제기하고 있는데 2023년 3월 보건복지부 자료에 의하면 지난 3년간 비대면진료는 지금까지 1379만명이 사용했고 3661만건의 진료가 실시되었고 사용자의 이용만족도는 87.9%로 압도적인 긍정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미 충분한 실효성 평가를 통해 의료서비스의 질과 접근성을 높여준다는 근거가 충분하다.
또한 이미 국내 의료접근성이 높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있는데 바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조금 다른 이야기다. 도서산간 지역의 의료취약성은 차치하고, 도시 지역에 건물마다 들어서 있는 가까운 병원은 많지만 주중 낮시간에 짬을 내서 병원에 들를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우리경제의 혈관처럼 끊임없이 돌아가는 유통업과 제조업의 종사자들, 하루의 공백이 바로 생존의 위협이 되는 자영업자들, 이외에도 어렵게 현대의 삶을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어떤 것이 필요한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사실상 의료계의 속내는 대형병원 진료로 쏠리게 되어 동네병원의 생존의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과 의료인들이 마치 플랫폼에 종속되어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점이 가장 우려가 될 것이다. 하지만 대형병원들은 기존의 대면진료 자체가 바쁘기 때문에 비대면 진료에 전격적으로 참여하기 어렵고 주로 의원급 병원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 오히려 대형병원에 집중되는 의료수요를 분산시키고 우리나라의 희박한 의료전달체계가 정립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의료인들의 수익문제와 구조적 문제는 제도설계를 통해 충분히 개선할 수 있다.
물론 제도화가 늦어지는 데에는 의료계의 반발도 있지만 기존 비대면진료 플랫폼들도 문제가 있다. 탈모치료나 사후피임약과 같은 비급여 진료에 대한 의료비를 가격비교하는 등 무분별한 마케팅 사례들도 나타나고 있고 진료건수, 제휴의사 수를 확보하기 위한 성과위주의 운영으로 반감을 키운 측면이 있다. 기존의 플랫폼들도 비대면진료가 어떤 의미에서 현대 사회에 필요한지, 기존 의료시스템의 어떤 측면을 개선해야 하는지에 대한 보다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비대면 진료는 결국 거스를 수 없는 다가온 미래다. 스마트폰의 보급, 초고속 무선데이터망의 확산, 웨어러블 기기의 일상화를 통해 이제 비대면 진료를 논의하고 있지만 최근 AI 기술의 퀀텀점프로 다음 번 의료시스템의 변곡점은 어디가 될지 알 수 없다. 의료시스템은 신뢰성과 안정성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변화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새로운 변화에 대한 반감을 먼저 내세우기 보다 이제는 현재의 시스템을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여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