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는 무한도전(상)
콜롬버스는 이탈리아 제노바 출신인데(그때 당시에는 이탈리아가 없고 스페인 제국의 영향권 안에 있는 도시국가였다), 당시 나이 20대 중반에 스페인에 나타나 원대한 사업계획서를 들고 투자자를 찾으러 다녔다. 모두가 알고 있듯 그 사업계획서는 대서양을 건너 저 멀리 인도에 가겠다는 도전적인 플랜. 항구도시 출신 답게 항해나 탐험에 대해 꽤나 지식이 있기는 했던 것 같지만 한참 동안 젊은 사람의 패기정도로 무시 받기 일쑤였다.
간혹 오해가 있는데, 콜롬버스가 살던 시대 유럽에서는 이미 사람들은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었다. 다만 태양이 지구 주위를 돌고 있는가(천동설),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돌고 있는가(지동설)에 대해 종교적인 논란이 있었을 뿐, 지구를 한쪽으로 돌다가 보면 온 세상 사람을 다 만나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다는 것에 대해서 아무도 이견을 달지 않았다. 당시 유럽사람들은 지구를 다 돌아보지는 못했지만 지구의 둘레정도는 대략적으로 계산하고 있었고, 실제로 누가 돌아보고 확인해 볼 것인가에 대한 실천적 증명만 남아있었다. 사실 콜롬버스는 이런 과학적인 모험을 해볼 생각은 아니었고, 인도의 특산물인 후추를 어떻게 빠르게 구해올지에 대한 계산을 하고 있었다.
인도의 히트상품인 후추는 지금도 세계인의 향신료로 자리매김할 정도로 치명적인 맛이지만 당시15세기 유럽에서는 너무나 구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정신나간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었다. 육로를 통해 들어오는 경로에는 산적, 해적, 아랍 상인 등등 무려 13단계의 도매상들을 거쳐와야 했고 또 인도 산지 직송을 하려면 마적 떼가 우글우글한 육로는 꿈도 못 꾸고 아프리카 대륙 저 남쪽, 지금의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희망봉을 돌고 돌아 반년 가까이 배를 타고 여행하는 극한의 모험을 해야만 했다.
지금의 IT 벤처 사업처럼 당시 뱃사람들은 목숨까지 거는 진정한 벤처를 하고 있었고 희망봉 여정에만 성공해도 코스닥 상장과도 같은 상당한 보상이 기다리고 있었다. 여기서 우리의 콜롬버스는 한층 더 혁신적인 발상으로 희망봉을 도는 기존의 뱃길을 선택하지 않고, 바로 반대로 가로질러 가는 새로운 경로를 선택하려 했던 것이다. 문제는 콜롬버스는 물론이고 유럽사람들은 아메리카 대륙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고 유럽과 아시아 사이는 망망대해라고 생각했다. 희망봉으로 도는 경로라면 중간중간 항구에서 보급도 받고 재정비할 수 있는 기회가 있지만 콜롬버스의 항로는 한 번도 쉬지 않는 직항 코스.
지금의 대서양과 태평양을 한방에 가로질러 아시아 대륙까지 간다는 것은 당시 항해술로는 아주 무모한 도전이었다. 어떤 일을 당할지 모르니 달랑 한척으로는 부족하고 세 네 척의 선단을 꾸려야 하는데, 항해를 같이 해 나가야 할 전투력과 끈기를 갖춘 선원과 충분한 식량. 만약 성공했다 하더라도 투자대비 수익을 뽑아낼 수 있을지 모르는 계획에 투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콜롬버스는 서른살이 넘어가도록 돈 좀 있다고 하는 귀족들에게 찾아가 이 무모한계획을 계획을 열심히 설명하고 다녔는데, 모든 일이 그렇듯 꿈처럼 기회가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