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2021년 3월 8일
요즘 읽은 또는 읽고 있는 것들
<요즘 읽은 : 쓸 만한 인간 - 박정민>
요즘 1년 중 유일한 한가로움을 느끼고 있는 바, 이런 한가로움을 그냥 멍 때리고 지나가긴 싫어 틈나는 대로 읽을 것을 찾던 중 배우 박정민이 쓴 쓸 만한 인간을 발견하여 읽게 되었다.
작가의 얼굴을 알고 읽게 되는 책이 많진 않다. 그래서 사실 에세이 같은 경우에는 활자로 사람의 분위기 정도를 가늠해보며 읽게 되는 경우가 대다수인데, 이 책은 작가의 얼굴과 기본적인 신상정보가 나무 위키만 켜도 우수수수 쏟아지기 때문에 읽는 내내 친숙하게 다가왔다. 보통 내 목소리로 읽힌 텍스트가 머리에 꽂히는데, 이 책은 영화에서 대사를 치던 배우의 목소리로 본문이 머리에 꽂히는 색다른 재미가 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진 이준익 감독을 좋아해서 영화관까지 가서 본 <동주>와 <시동> <나 혼자 산다>를 통해서로만 작가를 알고 있었다. 연기를 꽤 잘하고, 나 혼자 산다에선 꽤 머리가 좋은 괴짜라고 느낀 것 정도인데, 글은 그와 다른 임팩트가 있었다.
제일 먼저 느낀 건 아 또래구나 유난히 공감이 되는 소소한 부분들이 있었고. 두 번째 느낀 건 학교 다닐 때 드립에 안 웃어주던 선배 블로그 일기장 훔쳐보는 기분이었다. 드립에 웃지 않을 정도면 한 두 개 보고 잘 사네 하고 올린 일기를 다 읽지는 않을 텐데, 어랏 생각보다 글이 차지다 싶어서 올린 일기를 다 보고 즐겨찾기까지 추가해두는 그런 느낌이랄까.. 게다가 처음엔 그냥 재밌네 아오 또또!! 이런 느낌으로 읽다가 최근 글은 오 잘 쓴다 싶어서 괜히 오래간만에 잘 사냐고 댓글 하나 달고 싶은 마음이 든다. 후반부는 정말 좋았다. 한 달에 한 번씩 연재하던 칼럼을 엮어서 낸 책이라는 게 실감이 날만큼 책 초반과 중반 후반이 무척 다르다. 깊이가 있어진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유쾌하게 무겁지 않게 타인이 걷고 있는 길을 구경할 수 있다.
<요즘 읽고 있는 : 비행운(김애란),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정문정>>
먼저 비행운.. 첫 번째 취준을 하던 스물몇 살의 어느 날 동네 카페에 앉아서 자소서를 쓰려고 노트북을 열었는데 도저히 써지지 않던 날, 김애란 작가의 두근두근 내 인생을 무심코 집었다가 그 자리에서 한 권을 통째로 다 읽고 온 적이 있다. 그 이후로 정말 좋아하는 작가가 되었다. 사실 20대 초반 이후로 소설을 잘 읽지 않는데, 이상하게 김애란 작가의 책은 첫 장 딱 펴고 나면 나도 모르게 빨려 들어가서 읽게 된다. 문체가 흡입력이 무서울 정도다. 화자를 둘러싼 주변의 묘사가 나에겐 자 소설은 이렇게 쓰는거야. 라고 강의를 해주는 것 같다.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읽곤 하는데 이 책은 그러면 안 되는 책이었다. 읽다 보면 어떡하지..? 와 여기서 끝난다고요..?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소설 속 화자의 절망에 난생처음 과몰입해봤다. 첫 번째 소설 읽고 음.. 씁쓸하구먼. 두 번째 소설 읽고 음...? 그래서요 그래서 이 분 어떻게 되는데.. 두 번째를 읽고서 뭔가 내 생각과 많이 다름을 직감하고 포털에 검색해보니 과연 행운이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그래서 내리읽기에는 너무 힘든 감이 있어 전혀 다른 책 하나 더 펼쳐 두 개를 함께 읽고 있다. 오늘까지 세 번째 소설을 읽었는데 아마 세 번째 소설이 영화로 나온다면 엔딩 크레디트 올라갈 때 의자에서 머리를 한참 싸매고 있다가 나왔을 거다.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 브런치 메인에 띄워진 작가님의 브런치 북에 들어갔다가 글이 너무 좋아서 친구들에게 여기저기 링크 공유하고 그전에 무슨 글을 쓰셨을까 너무 궁금해서 읽고 있는 책이다. 요즘의 나에게 충분한 울림을 주는 책이다. 책을 읽으며 아 이 책은 선물해도 좋겠다 하는 책들이 있는데, 이 책도 그런 책이 되었다. 이런 글을 쓰고 싶다 생각이 드는 책이다. 아껴읽고 두 번 읽어야겠어.
100일 프로젝트 일주일 소감 : 일요일은 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