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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미르 Jan 02. 2018

용기 내어 쟁취하라

<17번째 커버곡>

Chainsmoking - Jacob Banks


Jacob Banks - Chainsmoking (Official Video)


더 이상 팔도 들어 올릴 수 없는 마지막 15라운드.

*리치 안에 상대를 두려면 내딛어야만 하는 한 발자국.

그 한 발자국을 움직이는 순간 나의 턱을 노리는 상대의 주먹이 들어올 것이다.

그렇지만, 그의 품 안은 나의 공간.

지금 필요한 것은 한 발자국을 들어갈 용기, 그리고 그가 뻗는 주먹을 견뎌낼 배짱.

그리고 나는 그토록 내가 갈망하던 것을 쟁취할 수 있을 것이다.

링 위에 존재하는 단 하나의 가치, 승리를.


*리치(Reach) : 복싱에서 양 손을 뻗었을 때 손이 미치는 범위. 타격 거리.



우리의 삶에서 때로는 처절하게 견뎌내야만 쟁취할 수 있는 것들이 존재한다.

그 단적인 예시가 바로 링 위에서의 승리이다.

승리뿐만이 아니다.

억압 속에서 자유를 갈구하는 이들, 차별과 편견에 둘러싸여 평등을 울부짖는 사람들.

정체된 사회 속 변화를 꿈꾸는 사람들도 다르지 않다.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이루어낼 그것 앞에서 그 어떤 폭력도 억압도 더 이상 그 힘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다.


길게 울려 퍼지는 *신스 베이스의 마지막 한 음이 인상적인 이 곡은 영국의 신예 R&B 아티스트 제이콥 뱅크스(Jacob Banks)의 3번째 *EP앨범 [Boy Who Cried Freedom]의 수록곡이다.

부드러운 듯 강렬함이 숨어있는 그의 *바리톤의 목소리는 곡의 장엄한 분위기에 잘 묻어난다.

기교를 최대한 빼면서 담백한 듯 하지만, 강렬한 악센트로 결의에 찬 목소리로 부르는 그의 창법은 단호한 의지를 나타내는 듯하다.


*신스 베이스(Synth Bass) : 베이스 기타 등의 베이스 사운드를 키보드로 대체한 사운드

*EP : '싱글판'이라고 불리는 한 면에 한곡만이 녹음 가능한 레코드, 싱글 음반과 정규 음반의 중간에 위치하는 음반을 가리킨다.

*바리톤(Baritone) : 테너와 베이스의 중간 목소리


그의 보컬적 표현도 뛰어나지만, 단연코 이 곡의 가장 큰 매력은 신스 베이스와 피아노 사운드일 것이다.

피아노의 사운드부터 살펴보자면, *브릿지*훅에서의 연주 변화에서 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강렬하게 깔리는 베이스 사운드 위에서 *스타카토로 연주되는 *코드는 마치 어두운 밤, 하늘에서 한 방울씩 떨어지는 차가운 빗방울 같다.

반면, 브릿지에서는 베이스 사운드가 빠지면서 낮은 단조의 코드가 길게 뻗어나간다.

베이스보다는 무게감은 떨어지지만, 극적인 느낌으로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코드 연주는 앞서 말한 훅에서의 연주와 대비를 이루며 드라마틱한 사운드를 연출한다.


*브릿지(Bridge) : 과 벌스를 이어주는 구간

*훅(Hook) : 노래의 끝이나 중간 부분에 같은 멜로디를 반복해서 부르는 부분

*스타카토(Staccato) : 음을 하나하나 짧게 끊어서 연주하는 연주법 혹은 창법

*코드(Chord) : 화음


다음으로 살펴볼 신스 베이스는 강렬한 감정이 밖으로 퍼져나가 옅어질 수 있는 감정선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제이콥의 두터운 보이스 밑에서 더욱 꽉 찬 느낌을 내면서 자칫 잘못하면 저 깊은 바닷속으로 끌려갈 듯 우리를 끌어내린다.

특히나, 훅에서 보컬, 기타와 함께 같은 멜로디를 연주하는 파트가 압권이다. 

또한, 역설적이게도 글의 초반부 말했던 폭력과 억압을 나타낸 듯 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스스로에게 해로울 수밖에 없는 욕망.

그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아픔을 참아가며 앞으로 나아가도록 만드는 중독의 힘은 어마 무시하다.

어찌 보면, 우리는 때로 승리에 중독되기도, 자유에 중독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 가치는 절대 부정적이라 할 수 없다.

한 개인에게는 그보다 더 소중한 가치가 없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중독될 위험에도 자신에게 가장 가치 있는 것을 쟁취하려는 용기는 그 어떤 용기보다 더 위대한 용기일지도 모른다.


소중한 가치를 위해 힘겨운 한 발을 내딛을 용기가 필요한 모든 이들에게 이 노래를 추천한다.




P.S. 새해에는 모두가 용기를 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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