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번째 커버곡>
"Life is dangerous and complicated and it's a long-way down."
한 편의 드라마 속 지나가는 한마디 대사일 뿐이지만, 필자는 상당히 공감했었던 문장이다.
살면 살아갈수록 삶은 우리를 점점 더 힘들고 지치게 만든다.
우리는 그 삶이라는 것을 버텨내고 있을 뿐일지도 모른다.
삶이 우리에게 가하는 그 고통과 압박이 얼마나 강한지, 자신만의 세상 속에 스스로를 가둬 세상으로부터 단절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이다.
점점 행복이라는 가치를 찾기 힘들어지는 인생을 우리는 누군가에, 무엇인가에 기대어 위안을 얻고, 견디고 있다.
때로는 조금 더 잔인하면서도 낭만적인 방식으로 세상을 견뎌내는 사람들도 있다.
현실의 아픔을 잠깐이라도 느낄 수 없게 만들어주는 것들에 기댈 수 있다.
그 무엇인가는 찰나의 순간, 삶의 고통을 덜어주지만 정신과 몸은 점점 피폐해진다.
바로 중독.
제3자의 시선에서는 그저 안쓰럽고, 어리석다 할지 모르겠지만, 당사자에게 그 순간은 너무나도 매력적인 찰나일지도 모른다.
이 곡은 마치 무엇인가에 취해 몽환적이면서도 매력적인 순간 속에서 헤엄치고 있는 누간가가 전하는 말처럼 들린다.
그 사람을 취하게 만든 것이 말 그대로 술과 모르핀인지, 아니면 아슬아슬한 관계를 이어가는 상대방인지, 혹은 그 짜릿한 관계 그 자체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기타리스트이자 댄서인 마크 발라스(Mark Ballas)와 작곡가 겸 프로듀서 비씨 진(BC Jean) 듀오의 이 곡은 그들의 데뷔 *EP [Head High]에 수록된 곡이다.
이 듀오가 실제 커플이라는 사실이 둘의 절묘한 조화와 매력을 증명해준다.
특히, 위에 보이는 라이브 영상에서 둘의 호흡은 말 그대로 '끝내준다'라고 표현할 수 있다.
*EP : '싱글판'이라고 불리는 한 면에 한곡만이 녹음 가능한 레코드, 싱글 음반과 정규 음반의 중간에 위치하는 음반을 가리킨다.
가만히 듣다 보면 생각보다 단촐한 구성을 가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핸드 퍼커션과 기타 두 가지 악기로 곡 전체를 끌어가는데도 비어있는 느낌이 들지 않는 것은 두 명의 보컬이 가진 힘 때문이 아닐까 한다.
물론 중간중간 다른 악기들과 사운드들이 사용되긴 하지만, 그것들의 사용법은 추임새 그 이상 이하도 아니기에 주된 두 악기와 보컬이 돋보인다.
먼저 등장하는 남성 보컬은 잔잔한 하이톤으로 애달픈 느낌이라면, 뒤이어 등장하는 여성 보컬은 차갑고 도도한 매력을 뽐낸다.
아찔한 둘의 관계에서 남자는 여자에 대한 마음이 점점 커가지만 그 마음을 표현할 수 없고, 여자는 감정이 커지는 남자를 느끼면서도 거리를 두는 모습이 자연스레 그려진다.
*핸드 퍼커션 : 박자를 연주하는 타악기 중 손으로 연주하는 악기들의 통칭
드럼 대신 핸드 퍼커션을 사용했다는 점도 이 곡의 매력을 한층 더 살려주고 있다.
스틱과 드럼이 만나 울리는 사운드의 질감보다 손과 가죽의 마찰로 인해 생겨나는 소리의 질감은 확실히 *어쿠스틱 기타와 더욱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박자를 잘게 쪼개지도 않고, 정직하게 한 가지 패턴으로 연주되는 퍼커션은 보컬이 더욱 돋보이도록 슬며시 등을 떠밀어준다.
특히, 하이라이트에서 감정이 고조되면 보컬과 함께 다른 악기들도 사운드가 커지기 마련이지만, 이 곡에서 퍼커션은 최대한의 절재를 보여주고 있다.
몽환적 분위기 속 그 누구도 행복하지 않은 듯 보이지만, 그렇다고 둘 다 고통 속에서 힘들어하지는 않는 모습.
마치 중독된 이 상태 속에서 유유히 떠다니는 편안함이 보인다.
*어쿠스틱 기타 : 금속 줄을 사용하는 통기타, 포크기타를 포함하는 기타의 총칭으로 나일론 줄을 사용하는 클래식 기타와는 음색이 다르다.
행복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다를 수 도 있다.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없거나, 행복이라는 특별한 상태조차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저 삶의 고통과 걱정이 없는 그 순간이 행복이라는 것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