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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m and Terri Jul 31. 2020

캐나다로 떠날 준비

미리 알았으면 좋았을 뻔한 것들


12월 초에 최종 오퍼를 받은 다음, 슬슬 내년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캐나다에 나갈 준비도 해야 되고, 회사도 그만둘 준비도 해야 되고 지인들과 슬슬 작별 인사도 해야 하는 등 상당히 할 일이 많았다.


일단 오퍼를 받고 나서 바로 캐나다 Study Permit 신청을 해야 한다. 캐나다에 살아보면 알겠지만 모든 행정 처리가 상당히 늦고, 기본적으로 정부나 공공 기관에 무언가를 신청하면 몇 주는 기본으로 기다려야 한다.

(캐나다 비자에 대한 내용은 별도로 소개하지 않겠다. 구글이나 네이버에 캐나다 비자로 검색하면 정말 좋은 정보들이 많이 나올 뿐만이 아니라 나 같은 경우도 내 Study Permit과 Work Permit, 그리고 배우자 Work Permit까지 모두 성공적으로 발행되었다.)


그래서 오히려 미리 준비해서 좋았던 것들 + 준비했으면 좋았을 뻔한 것들 위주로 간략하게 정리해 보려고 한다.


1.  돈

- 언제까지 회사 다니면서 돈을 모을 건지 잘 생각해야 한다. 처음 학교에 입학했을 때 놀랐던 점은 많은 친구들이 악착같이 끝까지 회사를 다니다 왔다는 점이고, 다소 무리하다 싶은 일정으로 몬트리올에 도착해서 몸져눕는 케이스도 많이 보았다. 나도 5월 중순까지 회사를 다니긴 했는데, 보통 한국 MBA 입학생들은 한 해 성과급을 받고 2~3월 경에 빨리 회사를 그만둔 다음 여행을 다니거나 출국을 좀 여유 있게 준비하는 편이었던 것 같다. 이건 사람에 따라 많이 다를 것 같으니 잘 생각해보자. 출국을 여유 있게 준비하면 몸과 마음이 편하긴 하나, 금전적으로 조금 아쉬울 수는 있다.

- 회사를 더 이상 안 나가게 되면 실질적으로 무직이 되어, 많은 제약 사항들이 생긴다. 신용카드나 각종 금융 혜택들은 미리 챙겨두자. 특히 신용카드는 정리할 건 정리하고, 해외 결제 시 유리한 카드들 위주로 만들어 가자. 캐나다는 신용카드 만들기가 상당히 까다롭고, 혜택이 그렇게 쓸만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정착 초기에 생각보다 지출이 크기 때문에 한국 신용카드를 쓰는 게 차라리 나은 상황들이 생긴다.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신한 Air 1.5. 해외 적립률이 쏠쏠하고 매달 50만 원 정도만 이 카드로 결제하면 된다. 그리고 아시아나 마일리지는 캐나다에서 특히 유용하다.

- 명함이나 재직 증명서도 미리 챙겨 놓으면 캐나다 초기 정착 시 매우 유용하다. 특히 재직 증명서는 렌트 구할 때나 은행에서 계좌를 만들 때 '나 한국에서 멀쩡한 회사 다니다 왔다'는 걸 보여주는 좋은 시그널이 되기 때문에 몇 부 챙겨서 나올 수 있도록 하자. (나도 재직 증명서를 보여주면서 이런 사람이고, 여기서 MBA를 할 예정이라고 했더니 집주인 부부의 신뢰도가 급 올라가는 걸 느꼈다.)


2. 건강

- 나도 한국에서는 정말 안 아픈 사람이었는데... 늙어가는 과정인지 캐나다의 겨울이 지독해서 그런지 1학기 끝날 때쯤 목감기로 엄청나게 고생을 했다. 그리고 공부도 그렇고 네트워킹도 그렇고 생각보다 체력적으로 피곤할 일이 많다. 특히 혼자 살면 밥도 잘 안 챙겨 먹게 되고. 아무튼 입학 전 체력 보강을 적극 추천한다.

이런 데 처음 살면서 감기 한 번 안 걸리기는 쉽지 않다. 그리고 캐나다는 대부분 히터를 사용해서 집도 건조하다.

- 그래서 여건이 된다면 PT 받으면서 몸이라도 만들어 오는 걸 추천한다. 나는 5월부터 자유의 몸이 되어서 PT를 한 달 정도밖에 받을 수 없어서 많이 아쉬웠는데 그거라도 하고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 정말 운동할 시간도 없고 마음의 여유도 없다.


3. 외국어 + 공부

- 사실 영어 공부는 크게 하지 않았고, 온라인 스터디 사이트인 스터디파이(링크)에서 영어 강의 한두 개 정도를 수강했다. 그러나 여기 오면 한국에서 얼마나 준비했든 간에 영어로 고통을 받기 마련이다... 대신 나는 영어로 이메일 작성은 업무상 늘 해왔던 일이었기 때문에 이거라도 그나마 할 줄 알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학교에서 입학 전 3주간 불어 수업을 무료로 지원해 주고, 실제로 1/3 정도가 수강한다. 그래서 거기 가서 배워야지 하는 마음에 한국에서 프랑스어 학원 기초반 1개월만 듣고 갔는데 확실히 영어로 불어를 배우는 것과 한국어로 불어를 배우는 건 많이 차이가 난다. 그리고 7월 중 미국으로 잠깐 여행 및 가족 픽업을 가느라 수업을 며칠 빠졌더니 생각보다 따라잡기가 어려웠고, 그 뒤로 흥미가 떨어져 복습을 열심히 하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 뒤에 따로 학교에서 저렴한 가격에 해 주는 초중급반 수업을 들었으나 아직도 내 불어는 초중급에 머물러 있다. 만약 퀘벡에 올 생각이면 한국에서 체계적으로 불어 수업을 몇 달 듣고 오는 걸 추천한다.

- 그리고 만약 배우고 싶은 제2외국어가 있다면 이 때가 기회다. 중국어나 스페인어는 여기서도 취직하거나 네트워킹할 때 상당히 유용한 언어 중 하나이다.


- 입학 전에 대부분 많이 놀다 가라고 하지만... 가서 고생할 거 생각하면 미리 준비하고 가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 (나 같은 경우는 어차피 놀 수가 없어서 밤에 인터넷 강의로 공부를 조금씩 하고는 갔다.) 프로그래밍이나 데이터 분석 강의 같은 건 미리 들어 놓으면 수업 들을 때 도움이 많이 되긴 한다. 특히 Python이나 R은 여기서도 많이 가르치고, 수업도 많이 하기 때문에 추천한다. 그리고 회계/재무 관리 쪽도 학부 때 듣긴 했지만 이미 10년이 넘은 일이라 온라인으로 수업을 하나 들었는데 1학기 수업 때 도움이 많이 되었다.


4. 살 집 구하기

- 어느 학교로 갈지 정해진다면 재학생들이랑도 얘기를 한 번 해 보고, 미리 캐나다 부동산 사이트 등을 참고해서 지역 2~3개 정도는 추려두자. 몬트리올 집 렌트를 구할 때는 보통 우리 나라 중고나라 느낌의 Kijiji(링크)를 가장 많이 사용하고, Padmapper(링크)나 미국에서 유명한 Craiglist는 매물이 많이 없긴 하다.

아직도 이용하기 굉장히 불편한 Kijiji. 수수료를 내기 싫어서 네이버 피터팬 카페에 원룸 투룸 매물 올리듯 캐나다 사람들도 똑같이 이런 데 매물을 올린다.

- 캐나다의 집 형태는 다양하지만 보통 학생들은 아파트나 콘도에 산다. 아파트는 회사가 관리하는 형태이고 보통 집 안에 세탁기/건조기가 없고 공용이다. 콘도가 어떻게 보면 우리 아파트와 동일한 개념이다. 그래서 콘도가 살기에 편하지만 비싸고, 새 건물들이 많다. 그리고 여기도 풀옵션인 곳들이 간혹 있는데, 우리한테는 해당 사항이 없었다. 또한 퀘벡에서는 우리나라 원룸은 Studio, One Bedroom은 3 1/2, Two Bedroom은 4 1/2이라고 표기하니 참고하길 바란다.

- 대부분의 외국 학생들은 현지에 와서 2~3주 정도 에어비앤비에서 지내면서 집을 구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우리는 아이가 있는 관계로 이게 쉽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고, 무엇보다 한국에서 짐을 부칠 생각이었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이사하기 전 몬트리올에 가서 집을 구해 놓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5월에 1주일 간 가서 집을 구한 다음, 7월 초에 내가 먼저 출국을 해서 이삿짐을 풀고 집 정리를 마친 뒤 나머지 가족들이 7월 말에 몬트리올로 들어왔다. 결과적으로는 매우 좋은 선택이었고, 이케아 배송도 캐나다는 몇 주가 걸리는데 가족들이 오기 전 미리 가구도 받아서 전부 조립도 해 놓아서 가족들이 비교적 순탄하게 적응할 수 있었다. 그리고 5월에 와서 출입국 사무소에서 각종 Permit을 받고, 은행 계좌를 만들고, Social Insurance Number 발급을 받는 등 아이와 같이 다니면 정말 힘들 것만 같은 일들을 전부 미리 처리할 수 있어서 좋기도 했다.


5. 짐

- 이건 혼자나 커플로 간다면 큰 이슈사항이 아닐 것 같지만... 가족이 함께 움직인다면 얘기가 다르다. 해외이사를 준비해야 되는데 이게 생각보다 만만치가 않다. 한국에서 캐나다로 배로 화물이 이동하는 데 약 2개월 정도가 걸리고, 덕분에 우리 가족은 최소한의 생활용품으로 침대와 소파 없이 두 달 간 생활을 해야 했다.

물론 나중에 혼자서 침대 조립하고 박스 30개 푸는 건 빡세긴 했다....

- 그리고 이건 사람마다 의견이 분분하긴 한데, 가급적이면 한국에서 비싸게 주고 산 물건들은 다 챙겨가라고 얘기하고 싶다. 해외 이사 비용이 생각보다 비싸지가 않고 (우리의 경우 혼수로 장만한 침대+소파 가격과 아기 매트 가격만 합해도 이사 비용과 큰 차이가 안 나서 그냥 전부 들고 가기로 했다) 생각보다 여기서 한국 물건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하다 못해 밥그릇도 한인 마트에서 파는 건 왜 하나 같이 못생긴 건지... 그래서 한국에서 가져간 물건들은 대부분 잘 쓰고 있고, 특히 아기 용품(책, 매트, 젖병 등)들은 캐나다에서 좋은 걸 구하려야 구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좋은 결정을 내렸다고 생각하고 있다.


- 캐나다에서 그냥 사는 게 나은 물품들은 다음과 같다.

1. 가전: 어차피 전압이 달라서 사용을 못하고, 변압기를 또 사야 함. TV나 프린터 등은 욕심 부리지 말고 캐나다에서 구매하는 걸 추천한다.

2. 먹을 거: 들고 오고 싶다면 장기간 보관이 가능한 제품들(조미료류) 위주로 들고 오는 걸 추천한다. 된장 고추장 라면 같은 흔한 한국 음식 재료들은 요즘은 아마존에서도 팔고 있다.... 물론 해외 이사할 때 챙겨 오면 유용하게 쓸 수 있긴 하나 여기서 못 구할 정도로 비싸거나 하진 않다.

3. 옷: 한국에서 안 입었던 건 여기서도 안 입는다. 특히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 거의 청바지에 후드만 입고 다닐 거기 때문에... 안 입는 옷들은 과감히 한국에서 정리하고 오자. 대신 정장이나 셔츠 같은 것들은 핏이 달라 한국에서 미리 사서 오는 게 좋긴 하다. 참고로 방한 용품은 여기 오면 어차피 거의 새로 사야 한다.




캐나다 MBA 준비하는 얘기는 이제 여기서 슬슬 마치고, 다음 포스팅부터는 이제 슬슬 학교 관련 얘기로 들어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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