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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m and Terri Aug 21. 2020

학교 다니는 것 자체가 문화 충격

아직도 적응 중인 유학 생활 2년 차

이번 가을도 온라인 수업으로 확정이 되면서 올해 더 이상 학교를 갈 일이 없어졌다. 거의 10년 만에 학교로 복귀한 거라서 참 익숙하지 않은 것들이 많았다. 신입생 때 노트에 강의 필기하던 게 복학하니 다들 슬라이드 노트를 인쇄하고 있었고, 지금은 노트북 혹은 태블릿을 안 쓰는 학생들이 거의 없었다.


이런 기술의 변화에 관한 것들을 제외하고, 학교 다니면서 놀란 것들이 세 가지가 있다. 사실 알고는 있었던 것도 있었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도 있다. 문화적 차이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했는데 이렇게 차이가 있을 줄은 은 몰랐다.


1. 학식 없는 대학교

미국 대학교들은 어떤지 모르겠으나, 캐나다 대학교들에는 대부분 학식(학교 식당)이 없다. 있어도 카페 정도가 있고, 언덕 위 걸어서 약 5분 거리에 대학원 학생회에서 운영하는 음식점 및 펍이 있다. 그런데 음식도 늦게 나오고 팁도 줘야 하는 등 가성비가 그렇게 좋지는 않아서, 술 마실 때 안주 겸 햄버거나 타코 같은 것들을 주문해서 어쩔 수 없이 먹는 정도이다.

정말 예전에 학교 다닐 때 먹던 이런 학식이 그리운 순간이 있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학교 식당은 기숙사에 딸려 있는 식당뿐이고, 도서관 카페에 샌드위치와 스시/포케 등을 팔긴 하나 이것도 영 비싸고 신통찮아서 정 급할 때 말고는 사 먹는 학생들이 없다. 차라리 학교 밖에서 서브웨이나 근처 식당들을 이용하는 게 더 싸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대부분의 친구들은 거의 도시락을 싸 다니고, 캠퍼스 건물들 곳곳에 전자레인지와 정수기가 설치되어 있다. 이건 회사에서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더 놀란 건 도시락들을 쉬는 시간 교실이나 복도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먹고 있고, 더더욱 놀란 건 수업 시간에도 종종 먹고, 까무러치게 놀란 건 양치질하는 학생들 또한 거의 드물다는 거...... (양치질을 열심히 하는 부류는 한국인들과 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남미인들 뿐이다.) 특히 인도 학생들이 도시락으로 카레를 싸와서 스터디룸에서 먹고 나오면 다음에 들어간 사람들 모두 괴로워했다. 나중에는 나도 익숙해져서 등굣길에 샌드위치 같은 걸 사 와서 쉬는 시간에 교실에서 먹곤 했지만, 그래도 먹는 내내 미안한? 생각이 들긴 했다. 아무튼 여기서 익숙해져야 할 문화 중 하나인 것 같다.


2. 교수도 내 친구

2학기 때 소비자 행동론 수업 때 교수한테 질문이 있어 'Professor...'라고 말을 꺼내는 순간, 교수가 내 말을 멈추면서 바로 'Call me Bob! Don't call me professor'라고 말해 그때부터 그냥 그 교수의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다. 물론 이 교수처럼 대부분 Professor라고 불러도 딱히 막지 않는 교수들이 대부분이지만, 다른 학생들도 그냥 교수들의 이름을 부른다. 그리고 대부분의 동아시아 학생들은 이것에 익숙하지 않다.

교수와 학생의 관계는 전혀 수직적이지 않다. 교수들도 대부분 학생들과 토론하는 걸 즐긴다.

그리고 수업 때 질문 난사도 굉장히 많다. MBA 학생들이라 유달리 그런 건지는 모르겠으나, 교수가 자기가 생각하는 점과 다른 발언을 하면 바로 손들어 다시 설명해 주길 요구하거나 자기 생각은 이러한데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 등의 질문들을 참 많이 한다. 심지어 교수와 논쟁을 벌이는 친구들도 많은데, 이것 또한 처음에는 참 낯설었으나 나중에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었다. 지난번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한국에서 교육받은 사람이라면 일반적으로 이렇게 순발력 있게 질문을 하는 것 자체가 참 어렵고 나도 아직까지 좋은 질문을 하는 법에 대해 항상 고민을 하고 있다. (특히 수업이 아닌 네트워킹 이벤트에서도 마찬가지이다. Recruiting 담당자들이 좋아할 만한 질문들을 척척 준비해서 던지는 친구들을 보면 참 대단했다) 아무튼 우리나라와 달리 교수에 대한 예우는 크게 없고, 교수들도 심지어 청바지에 반팔 티셔츠만 입고 수업에 들어오기도 하는 등 여러모로 참 캐주얼한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3. 멈추지 않는 Small Talk

여기서 느낀 건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과묵한 사람들은 참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여기 아이들은 수업 전후나 쉬는 시간에 끊임없이 이야기한다. 사실 크게 중요하거나, 재밌는 이야기는 없다. 그런데도 뭔가 화제를 찾아서 계속 이야기를 하는 거 보면 한편으로 놀랍기도 했다. 

                                Small Talk이 어려운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비디오 (위 비디오 링크)


초반에 Small Talk이 어색해서 그냥 자리에 앉아서 핸드폰을 보고 있었더니 내가 쉬는 시간에 이야기하는 걸 싫어하는 사람처럼 보이는 것 같아서 다른 애들과 커피라도 사 마시러 가기도 했다. 복도나 교실에서 얘기하는 건 안 그래도 수업 듣느라 피곤한데 다른 애들 얘기까지 영어로 들으니 더 피곤해서 도저히 못할 일이기도 했고. 아무튼, 여기서 살아가려면 어느 정도의 Small Talk은 필수인 것 같다. 2번에서도 얘기했지만 네트워킹 이벤트나 심지어 회사 다닐 때도 그렇고. (1년 정도 있어보니 누가 안부를 안 물어봐 주면 섭섭하기도 하지만 막상 물어보면 대답이 유창하게 나오진 않는 것 같긴 하다. ㅎㅎ)


두 편 연속으로 공부하는 얘기만 했던 것 같은데, 다음 편은 공부 외의 것들에 대해 다뤄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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