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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m and Terri Nov 29. 2021

캐나다 생활 Part 2. 인턴

제조업 회사에서 화장품 마케팅까지의 여정

인터뷰 연락을 받은 곳은 사실 기대 이상의 회사였다.

바로 글로벌 회사라면 글로벌 회사라고 부를 수 있는 화장품 기업, 로레알이었다.

프랑스 회사라서 그런지 몬트리올에 대규모의 캐나다 헤드쿼터가 있고, 화장품 제조 공장 또한 위치해 있어서 여기서 꽤 큰 규모인 회사란 것만 알았지 이런 데서 제의를 먼저 받을 거라곤 정말 생각하지도 않았다.

게다가 시급도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수준이라, 현재까지 아무런 오퍼도 있지 않은 상황에서 거절할 이유가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먼저 이메일로 관심있다는 의사를 표현하고,

전화통화를 10분 정도 하자고 해서 전화를 했다.


내게 연락이 온 매니저는 e-Commerce 쪽 마케팅 담당 매니저이고,

데이터 분석할 사람들을 찾고 있으며 기존에 일하고 있던 같은 학교 MBA 2학년 학생 하나가 있는데 그 친구가 다른 회사 Full time offer를 받아서 곧 그만둬서 다른 인원 충원이 필요하다는 대략적인 context를 전달해 주었다. 그래서 1학기 때 제출했던 학교 MBA Profile Book을 Career Coach를 통해 받아보고 내 프로필이 마음에 들어서 연락을 한 거였고.

그리고 한국 회사에서 어떤 일을 했는지 물어보고, 필요한 Skillset이 SQL과 Excel인데 코딩 테스트를 약 40분 정도 진행한 후 최종 결정을 하겠다고 말했다.

데이터 분석 쪽으로 구직을 해 본 결과, Python도 좋지만 진입 장벽이 낮은 SQL부터 배우는 게 낫다는 결론이 나왔다.

전화를 끊고, 이건 정말 천재일우의 기회란 생각밖에 안 들어서 Coursera로 인터뷰 날까지 단기 속성으로 SQL을 복습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퇴사하고 할 거 없을 때 인터넷 강의로 SQL을 들었던 게 이렇게 도움이 될 줄 몰랐다.


인터뷰까지 약 7일 정도밖에 시간이 없어서 5일만에 Coursera 강의를 끝내고 수료증까지 받았다. 그리고 내 전임자를 Career Coach를 통해 찾아내어서 30분 정도 통화를 해서 필요한 정보들을 얻었고, 대략 인터뷰가 어느 수준인지도 파악을 했다. 이제 남은 건 인터뷰를 보는 것뿐.

사실 이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본 코딩 테스트였다. 실제로 Full-Time 인터뷰를 볼 때는 운이 좋았던 건지 별도로 코딩 테스트를 보자는 얘기는 없었다.

의외로 SQL은 극찬을 받았으나, 정말 Excel에서 내가 헤맬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다. 매크로 수준까지는 아니었는데, 생전 처음 보는 함수라 당황하긴 했지만 그럼 다른 방법으로 해 보라고 해서 기존에 회사에서 쓰던 방법을 썼더니 눈이 휘둥그래지면서 이건 어떻게 한 거냐며 설명해 달라고 해서 열심히 떠듬떠듬 설명했더니 정말 창의적이라며 40분 만에 인터뷰는 끝이 났다. 추가적인 질문들(Behavioral)은 다행히도 묻지 않았고, 곧 결과를 알려주겠다며 훈훈하게 끝났다.


다행히 기다리는 시간은 아주 힘들진 않았다. 5월 초부터 여름 학기가 시작되었기도 하고, 운 좋게 인턴십 학점을 인정해주는 NGO 컨설팅 프로젝트 1차 인터뷰에 합격을 해서 2차 인터뷰를 준비해야 했기 때문이다. 낮에 아이와 공원에서 산책을 다니면서 이런저런 생각들을 정리하고, 아이가 낮잠을 잘 때나 밤에 주로 준비를 해야 했지만 그 당시에는 내가 COVID에 안 걸린 것만으로도 감사했던 것 같다.



아무튼 열흘 뒤에 다른 학교 동기 하나와 합격 통보를 같이 받았고, 내가 계약직 직원인데다가 사무실이 문을 닫아 원격으로 시스템 접속 권한을 전부 받아야 해서 실제 업무 시작은 통보를 받은 한 달 뒤인 6월 중순에 시작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사이 여름학기 수업도 듣고, 팀 프로젝트도 하고, 중간에 캘거리와 밴프로 여행도 다녀오는 등 많은 일들을 하고 캐나다 생활 2막을 본격적으로 열게 되었다. 그리고 캐나다도 COVID로부터 조금씩 회복을 해서 데이케어도 다시 오픈을 했고, 상점들도 다시 열 수 있게 되어서 다시 활기찬 생활로 돌아가는 듯한 기분이었다.

COVID가 꺾이기 직전 약간 무리해서 일 시작 직전 다녀왔던 밴프. 비행기 표도 아주 저렴했고, 사람도 없었고, 지금 생각하면 갔다오길 정말 잘했다.


지금 생각하면 나는 정말 운이 좋았다. 어떻게 보면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계속 몬트리올에 남아 MBA를 했기 때문에, 학교 네트워크를 통해 구직에 성공할 수 있었다. (비록 네트워킹 이벤트에 참여를 열심히 하진 않았지만 그 전에 이런저런 행사들을 통해 2학년 학생들에게 나를 알린 것 또한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MBA 시작 전 간단한 데이터 분석 수업이라도 들었던 게 나중에 큰 도움이 될 거라 생각을 못했는데, 정말 잘한 결정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SQL에 대한 기본 지식도 없는데 인터뷰를 보았으면 분명 결과가 좋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결국 느낀 건, 준비된 자에게 길은 언젠가 열린다는 것이다.


다음 편에는 약 1년 간 로레알에서 일했던 얘기를 써 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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