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록. 쉬어가는 페이지
벼랑 끝에서 나를 붙잡아줄 한 마디.
저는 그런 말은 세상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런 문장은 인문학 강의나 동기부여 강좌에서는 제법 요긴합니다.
“여러분, 제가 온갖 실패를 겪으면서 끝내 버리지 않고 붙잡았던 마인드가 있습니다.
바로, 가난할수록 나를 왕처럼 대접하자입니다. 왜냐하면…”
이런 식으로 말하면 귀는 솔깃해지죠.
책을 낼 때도 반전 카피로 관심을 끌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말은 하루만 지나도 흔적처럼 사라집니다.
그럼에도, 제 인생을 흔든 단 한 마디가 있었습니다.
(이번엔 정말입니다.)
“바빠 죽겠으니깐, 이것만 좀 더 하자.”
유튜버 주언규 님이 마인드컨트롤을 하다가
더 이상 적절한 말이 떠오르지 않자 기합처럼 내뱉은 말입니다.
앞뒤도 안 맞고, 철학도 없고, 논리도 없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말이 원동력이 되어 일을 끝냈습니다.
필요한 건 멋진 문장이 아니라, 나를 다시 일으키는 기세였습니다.
애니메이션 『명탐정 코난』에도 비슷한 장면이 나옵니다.
폭탄이 터지기 직전, 하이바라가 모두를 살리기 위해 홀로 남습니다.
그때 덩치 큰 먹보 친구가 그를 번쩍 업고 차에 태웁니다.
“엄마가 밥 한 톨도 남기지 말랬어.
그러니까 너도 같이 가야 해.”
논리도 없고, 전략도 없고, 심오한 뜻도 없습니다.
하지만 그 말에 실린 것은 ‘같이 살자’는 기세였습니다.
하이바라는 그의 등에 업힌 채, 타이머가 고장 난 폭탄의 시간을 재며
결국 모두가 탈출에 성공합니다.
불교의 선방(참선 공간)에서도 제자가 상념에 빠지면
스승은 긴 법문보다 단 한 번의 외침으로 그를 깨웁니다.
할!
그 외침에 제자는 정신이 번쩍 나며, 생각의 무간지옥에서 빠져나옵니다.
상념은 논리로는 벗어날 수 없습니다. 등에 찬물을 끼얹듯, 기세로 툭— 하고 끊어내야 합니다.
우울할수록 ‘감동적인 명언’을 찾다 보면, 오히려 생각 속에 갇혀 게으름에 빠지기 쉽습니다.
그래서 이유는 완벽하지 않아도 되는 겁니다. 때로는 그저 단순한 기합이면 충분합니다.
“아자자자자자자자!”
정말 힘이 나지 않고, 막막한데 떠오르는 말조차 없다면
이렇게 한번 외쳐보세요.
배고파 죽겠으니, 배부르게 일하자.
그리고 그대로, 다시 시작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