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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규석 마샹스Machance Feb 07. 2024

가다가 아니 가면 아니 감만 못하다? 간만큼

고등학교 때 짝꿍이었던 친구가 췌장암으로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해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바쁜 일과를 제치고 친구에게 갔다.

7~8년 전 대학교 친구 역시 췌장암으로 입원했던 병원이다. 7~8년 전 유럽으로 가족여행을 떠나기 전 혹시 몰라 병문안했었는데, 보름간 여행하는 사이 친구가 하늘나라로 떠났었다.

그런 이유로 고등학교 짝꿍도 소식을 듣자마자 병문안하러 갔다.

대학 친구가 췌장암 때문에 하늘나라로 갔을 때 췌장암에 대해 궁금증이 생겨 인터넷으로 알아보았다. 나는 담배, 술 모두하지 않는다. 다만 살기 위해 먹어야 하는 밥이 문제였다. 밥처럼 곡류로 된 음식은 꼭꼭 씹어 먹어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육류 고기는 위의 소화액으로 소화가 되지만, 곡류로 된 음식은 췌장에서 나온 소화액으로 소화가 된다. 따라서 대충 씹어 삼키면 췌장에 부담을 주고 췌장염을 거쳐 췌장암으로 발전한다는 것을 알았다. 이후로 나는 식사하는 시간이 길다. 혼자 먹는 경우는 상관이 없으나, 여럿이 함께 먹을 때는 문제가 된다. 여럿이 먹을 때는 대신 먹는 양을 줄인다. 자동으로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니 오히려 좋다.

병원을 방문하니, 고등학교 때 짝꿍은 대학 친구와 달랐다. 대학 친구는 병문안하면서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었으나. 고등학교 때 짝꿍은 진통제에 취해 잠을 자던 친구가 눈을 떠서 나를 보았어도 말을 하지 못했다.

고등학교 시절 일을 생각하다 짝꿍이 했던 명언이 생각났다.

짝꿍은 “‘가다가 아니 가면 아니 감만 못하다?’ 왜? 간만큼 이익이지!”라고 말했다.

대학에서 전기공학을 전공, 정년퇴직을 앞두고 다시 상담심리학 전공, 40년이 넘게 살아온 경험과 동서양 철학서를 읽어보니 친구 말이 맞다.

아니 감만 못하다는 말을 믿고 시도조차 안 해보는 것보다는, 일단 도전해 시작하고 출발해  쌓는 경험이 중요함을 나이 든 지금은 안다. 삶이란, 목적지에 도달했느냐 못했느냐 결과의 문제가 아니라, 출발해서 수많은 도전과 실패 성공을 맛보는 과정에 있다는 걸 일찌감치 깨달은 친구가 바로 짝꿍이었다.

인생의 최종 목적지가 죽음이라는 변치 않는 사실 앞에서, 목적과 목표 도달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삶의 과정에 충실하면서, 순간순간 다가오는 작은 성취와 행복을 즐기다 보면 어느덧 삶의 최종 목적지가 눈앞에 있을 것이다.

일을 중단하지 말아야 한다는 고사가 있는데, 중국 동한 시대 악양자의 이야기다. 악양자가 먼 곳으로 공부하러 갔다가 1년이 지난 후 아내가 보고 싶어 중도에 돌아왔다. 아내는 짜고 있던 비단에 칼을 대고 말했다. “이 비단을 둘로 자르면 지금까지의 노력이 허사가 됩니다. 공부하다가 중간에 돌아오는 것과 비단을 자르는 것과 무엇이 다릅니까?”라고 말했다. 악양자는 곧바로 집을 떠나 7년 동안 집에 돌아오지 않고 열심히 공부해 큰 학자가 되었다. 이 이야기는 뜻을 품은 사람은 무슨 일이든 중도에서 그만두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일을 하다 중단이 될지언정 시도는 해보자. 일단 도전해 보는 게 중요하다. 이번에 아들을 만나면 ‘남자는 남에게 피해를 주는 나쁜 일을 빼고, 뭐든지 다 해봐라. 결과가 성공하면 좋고, 실패하면 그게 다른 일에 좋은 경험이 된다’라고 다시 말해야겠다.     

#췌장암 #가다가아니가면아니감만못하다 #간만큼이익이다 #악양자 #도전이중요 #실패는성공의밑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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