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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규석 마샹스Machance Jun 25. 2024

가족의 소중함, 있을 때 잘해야지

아내가 여행에서 돌아왔다. 친구들과 미국과 캐나다로 여행하는 동안 홀로 지내야 하는 주말이 있었다. 월요일 병원 진료를 받아야 하기에 일하고 있는 순천을 떠나 아내가 없는 집이라도 와 있어야 했다. 집을 깨끗이 정리해 놓고 떠난 아내의 수고로움 덕분에 청소할 필요가 없었으나, 그래도 걸레를 들고 다니며 닦았다. 구피가 사는 어항을 청소했다. 깨끗하고 맑아진 물에서 헤엄치는 구피를 보며 물멍을 했다. 아내 없이 지내는 주말을 보내며 아내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졌다. 시차 때문에 밤과 낮이 반대로 바뀐 나라에 가 있는 아내와 연락이 곤란했다. 서울에 사는 아들은 엄마 없이 지내는 나를 걱정하며 수시로 전화해 밥은 먹었는지? 잘 지내고 있는지? 위로해 주었다. 고마운 아들!

더워서 밖으로 나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노트북을 열고 방송국에 보내기 위해 촬영해 둔 영상에 맞춰 원고를 썼다. 원고를 보며 내레이션 녹음을 하는데 목이 잠겨 소리가 잘 나오지 않았다. 말 한마디 안 하고 있다가 녹음하려니 목소리가 갈라지고 쇳소리가 나서 녹음에 애를 먹었다. 일요일 새벽에는 더워지기 전에 일찍 서둘러 동네를 운동삼아 돌아다녔다. 미리 보아두었던 문제점을 뉴스로 고발할 영상을 촬영한 후 원고 작성과 내레이션 녹음을 했다. 책을 읽고, 내가 쓴 시를 다시 읽으며 고쳤다.

주말을 지내고 월요일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다. 아내가 있었으면 병원에서 덜 헤매었을 텐데. 그래도 아내가 병원 후배들에게 부탁해 놓아서 비교적 빠르고 순조롭게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아내의 배웅 없이 일하러 순천으로 향했다.

아내와 아들, 가족이 중요함을 다시 깨닫는 주말을 지내고, 다시 주말을 맞아 올라온 집, 무사히 돌아와 준 아내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거실에서 부스럭 거리며 아내가 뭔가를 한다. 혼자 지낸 지난 주말에는 들을 수 없는 소리다.

있을 때 잘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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