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어썸프로 Oct 10. 2022

여기서 그만 둘 결심

진실과 마주하여 독립할 용기

2주 전, 18시간~36시간 등 최대한 장시간 절식하는 12주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등록했다. 배우는 데는 돈을 아끼지 않으므로, 새로운 다이어트 프로그램 안에서 원하는 체중을 달성할 요량이었다. 그룹 코칭 및 1:1 상담 방식이었고 오래 공복을 유지한 만큼 살이 빠진다는 이론 하에 10명이서 같이 시작했다.


기대했던 것은 오직 원하는 몸무게 달성 하나였다. 코치는 이미 정상 그 이하의 체중 단계에 있는 필자의 경우, 모델이나 연예인의 체중이 목표이므로 말 그대로 '미용'을 목표로 하는 체중 달성은 난이도가 훨씬 높고 힘들다고 이야기 했다. 예행 주간이었던 6주를 포함하여 코치가 가르치는 대로, 모범생답게 그대로 따랐다. 공복 다이어트라고 하지만 장시간 굶는 다이어트와 무엇이 다른 것인가. 말의 어감이나 단어만 바꾼 것이 아닌가? 앞선 6주간의 예행연습을 마치고, 2주 동안 느낀 것은 예전에 체중을 감량했던 것보다 강도 높게 운동하고 장시간 굶는데도,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장시간 공복을 하면서 찾아드는 어지럼증은 친구와 같았다. 그전에는 앉았다 일어서면 어지러움을 느끼곤 했었는데 이젠 가만히 있어도 자주 어지러웠다. 코치가 처방해 준대로 꿀이나 기능성 제품을 복용해도 그랬다. 게다가 참아왔던 시간에 보상이라도 하듯 늘 먹고 싶은 것들이 떠올라 일주일에 한두 번 평소보다 많이 먹게 되면 자괴감이 늘었다. 적지 않은 돈을 지불하고 시작한 다이어 트인 만큼 이건 도무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도, 함께 다 같이 끝내고 싶다는 마음 사이에서 갈등이 있었다.


중간 인바디 결과 골격근량이 적다는 경고장이 날아왔고, 꿈속에선 코치가 나를 매섭게 다그칠 때쯤 장시간 절식하는 이 다이어트는 나를 옥죄는 강박이 되었다는 걸 알아차렸다. 코치가 가이드하는 대로 완벽한 일주일을 살면서 심리적 강박증이 생겼단 사실 외에도, 어지럼증을 자주 느꼈고 변비는 일상이었다. 장시간 공복 후에 실제로 터져 나오는 식욕으로 인해 일주일 1~2회는 폭식을 겪었고, 나중에는 매일밤 폭식하다 결국 체중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무엇보다 장시간 절식을 통한 체중감량에 성공을 한다고 가정을 했을 때 조차도 코치처럼 지속적으로 장시간 공복을 하면서 하루 한끼만 먹고 살 자신이 없었다. 코치가 정해준 룰을 열심히 따르면서 체험했던 심신의 부작용에 대해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에 대한 물음이 있었다. 코치는 아니었다. 이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선택한 나한테 있었다. 그래서 그 생각이 든 다음날 이른 아침, 여기서 그만두기로 하고 환불을 요청했다. 운영자는 남은 전원 다이어트 성공을 위해 '부작용'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말아 달라는 당부를 했다. 특정한 누군가에겐(이를테면 심한 과체중이나 비만형인 경우) 효과적일 수 있겠다 싶었다. 매우 드라이하고 간결한 멘트를 남기고 코칭 단톡방을 나왔다.


마침 <공복, 절식> 책을 읽어보니 스스로 체험했던 진실과 충분히 맞아떨어졌다. 먹지 않음으로 신진대사가 활발해지지 않고, 기초대사량이 떨어지기에 쉽게 살찔 수 있는 체질로 바뀐다는 내용이 있었다. 함께하는 동료들과 이 모든 것을 이끄는 코치에게 전적으로 의지하고자 했던 자신을 바라봤고, 모든 것의 책임이 누구한테 있느냐에 대해 생각한 후 그만 두기로 결심했다.


그 결단은 하나의 용기였다. 결단이 내려진 순간 이미 마음과 몸에 타인에 의해 더 이상 내 삶의 양식이 조정되지 않는다는 '자유'가 깃들었다. 무리한 다이어트의 결과, 체중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열심히 실험하고 사유한 경험은 남았다. 이제 직접 체험한 진실과 공부를 통한 탐구로 더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


#자유지성 #독립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