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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 Oct 09. 2024

Sightseeing

책 읽기 프로젝트 S2 #6

어딘가로 여행을 떠나기 전, 그 도시나 나라를 배경으로 한 소설을 읽는 습관이 있다. 여행책자나 후기에서는 알기 어려운 그 지역의 역사, 문화, 사회문제를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런 소설을 통해 여행지와 한층 더 가까워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이번 치앙마이 여행을 준비하며 태국 작가의 소설을 찾아보았으나, 한국어로 번역된 작품을 찾기 어려워 영어로 된 소설을 선택했다. 블로그 추천과 평점을 참고해 고른 책은 바로 Rattawut Lapcharoensap의 <Sightseeing>. 제목부터 ‘관광’이라니, 태국을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에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이 단편집은 태국의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그리며, 가족, 사랑, 상실, 전통과 현대의 충돌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우리가 보통 태국의 아름다운 자연이나 관광지에서 접할 수 없는, 보다 깊은 태국의 현실을 엿볼 수 있을 것 같아 흥미로웠다.


“장편소설은 인간이 겪는 사건에 대한 이야기고, 단편소설은 사건을 겪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다 .”


<이동진의 빨간책방>에서 김중혁 작가가 단편소설을 소개하며 한 말이다. 단편소설에 대한 나의 감상을 대변해주는 문장이라, 리뷰를 쓸 때마다 떠올리게 된다. 한때는 단편소설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지만, 지금은 단편 특유의 인물 심리와 상황 묘사에 빠져들게 되었다.


단편집의 제목이기도 한 “관광 (Sightseeing)“은 진학을 앞둔 한 청년과 시력을 잃어가는 어머니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시력을 완전히 잃기 전, 두 사람은 함께 섬으로 여행을 떠난다. 이 여행을 통해 병을 받아들이고, 서로의 마음을 확인해 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린다.


이 외에도 작가는 관광지의 이면, 그곳에서 살아가는 현지인과 관광객 사이의 관계, 그리고 뽑기로 결정되는 태국의 징병제와 그 속에 내재한 부조리함 등 현실적이고 어두운 이야기를 풀어냈다. 마치 우리에게 보이지 않는 태국의 또 다른 단면을 조명하는 듯했다.


치앙마이에서 4일간 가족들과 보낸 시간 동안 소설 속 인물들의 감정을 깊이 음미할 기회는 많지 않았지만, 그들이 느꼈던 소소한 순간들이 떠오르며 나의 여행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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