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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 Mar 05. 2023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

책 읽기 프로젝트 50 #40

이럴 땐 이런 영화, 이런 음악, 이런 책을 보고 읽고 듣는다는 리스트를 가진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크리스마스엔 <러브 액츄얼리>, 아니 사실은 <나 홀로 집에>, 집중이 필요할 때는 sake L 채널의 ‘노동요’, 그리고 공부하기 싫을 땐 <7막 7장> 등등 그 분위기에 맞거나, 나를 변화시키거나, 또는 내 감정에 위로가 되는 것들이다. 살다 보면 그런 날이 있는데, 그냥 울고 싶을 때 보는 책이 있다. 나에게는 언제나 실패 없이 눈물을 흘릴 수 있는 책, 바로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다.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는 브라질의 작가 J.M. 바스콘셀루스가 쓴 자전적 소설이다. 소설의 주인공 제제는 상상력이 풍부하고 장난기가 넘치는 5살 꼬마다. 제제는 브라질의 작은 마을에 사는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누나 넷, 형 그리고 어린 동생이 있다. 심한 장난을 잘 치는 제제는 부모님, 형, 누나들에게 혼나고 무시당하기 일쑤였다. 제제는 똑똑하고 조숙했다. 5살에 누구에게도 배우지 않고 글을 깨칠 정도였다. 집 뒷마당에는 상상 동물원을 만들어 동생 루이스에게 사자와 표범을 보여주며 놀아줄 정도로 따뜻한 아이이기도 했다.


가족들은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하게 된다. 누나들과 형이 집 앞의 멋진 나무들을 먼저 차지하고, 제제에게 남은 것은 뒷마당에 조그만 라임오렌지 나무였다. 제제는 이내 마음속에서 라임오렌지 나무의 소리를 듣는다. 제제는 라임오렌지 나무에 밍기뉴(슈르르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자기 생각과 상상과 꿈을 밍기뉴와 나누게 된다.


“나무는 아직 어리지만 자라면 아주 멋진 오렌지나무가 될 거야. 그리고 너랑 함께 커 가는거야. 그럼 너희들은 형제처럼 사이 좋게 지낼 수 있잖아. 나뭇가지 좀 봐! 그래, 이 나무밖에 없는 건 사실이야. 하지만 네가 탈 수 있도록 만든 망아지 같지 않니?” P.47


어느날 제제는 멋진 차를 모는 포르투갈 아저씨 뽀르뚜가(브라질에서 포르투갈 사람을 낮춰 부르는 말)에게 장난을 치다 호되게 혼난다. 하지만 그 후 정이 들게 된 뽀르뚜가는 제제에게 가장 친한 친구이자 아버지 같은 사람이 된다. 집에서는 늘 혼나고, 매 맞고, 무시당하기 일쑤였지만 뽀르뚜가에게 사랑을 받으며 우정을 쌓아간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큰 변화를 맞는다.


“당신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사람이니까요. 당신이랑 같이 있으면 아무도 저를 괴롭히지 않아요. 그리고 내 가슴속에 행복의 태양이 빛나는 것 같아요.“ p.227


이 소설은 제제의 순수한 시선으로 가족 간의 사랑과 우정 뿐 만 아니라 가난, 학대 같은 사회적인 문제를 바라본다. 상상력과 꿈이 어떻게 한 사람을 구할 수 있는지, 또 친절함이 누군가를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도 잘 보여준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 초등학생 시절 이 책을 읽고 이불 속에 들어가 눈이 퉁퉁 붓도록 눈물을 흘리던 내 동생이 생각난다. 제제의 순수한 마음과 그와 밍기뉴, 그리고 그와 뽀르뚜가의 우정이 감동적이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다. 나이가 들어 다시 읽은 이 책은 조금 다르게 다가왔다. 이 소설의 배경은 1940년대다. 이렇게 오래된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였지만, 제제가 가족들에게 당하는 학대를 생각하면 그 시대에는 이럴 수도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제제가 조숙한 이유는 이 학대였을까, 아니면 그의 상상력 때문이었을까.


제 마음속에서 죽이는 거예요. 사랑하기를 그만두는 거죠. 그러면 그 사람은 언젠가 죽어요. P.261


그 시절 제제가 뽀르뚜가를 만나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친절함은 이 세상을 조금 더 살고 싶은 곳으로 만드니까.


진지냐 할머니가 언젠가 ’기쁨은 마음속에 빛나는 태양‘이라고 말한 것이 있다. 그리고 그 태양이 모든 것을 행복으로 비춰 준다고 했다. 그게 사실이라면 내 마음속의 태양이 모든 것을 아름답게 비춰주고 있는지도 몰랐다. P.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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