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un Apr 29. 2023

비치 (The Beach)

책 읽기 프로젝트 50 #43


런던을 떠나 방콕에 도착한 리처드는 배낭 여행객의 성지, 카오산 로드로 발걸음을 옮겼다. 한 게스트 하우스를 찾아 방을 얻었다. 얇은 칸막이로 나뉜 방들은 몸 하나 누일 공간밖에 없었다. 여독을 풀기 위해 눈을 붙이고 있던 리처드는 옆 방의 프랑스 커플의 소리도, 또 반대쪽 방에 사는 스코틀랜드 남자의 외침도 여과 없이 듣게 된다. 스코틀랜드 남자는 그에게 한 해변에 관해 이야기한다. 다음날, 리처드는 그의 방문에 붙어있는 지도를 발견한다. 옆 방 남자가 붙여둔 지도라는 것을 느끼고 그 남자를 찾아갔지만, 자살한 그를 발견했다.


경찰에 참고인 조사차 다녀온 리처드와 옆 방 커플 에티엔과 프랑수아즈는 다피 덕이라는 가명을 쓰는 스코틀랜드 사람이 남긴 지도에 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지도 속의 해변을 함께 찾아 나서기로 했다. 에티엔의 가이드 북과 비교해 보니 그 섬은 관광객의 출입이 제한된 해상공원에 자리 잡고 있었다. 코사무이에서 출입을 엄격하게 관리하는 코 앙통으로, 그리고 그곳에서 다시 방법을 찾아 지도 속의 섬으로 가기로 했다.


리처드, 에티엔 그리고 Francois는 방콕에서 수랏타니까지 기차를 타고 다시 배를 타 코사무이에 도착했다. 차웡비치에 도착해 그들을 코 앙통으로 데려가 줄 어선을 섭외하고, 며칠을 보냈다. 옆 방 청년들 새미와 제프를 만나 대마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던 중, 그들은 어디선가 들었다는 ‘에덴의 동산’ 같은 해변에 관해 이야기를 했다. 리처드 일행은 그 해변이 다음날 자신이 가려는 해변인 것을 깨달았지만, 프랑수아즈는 그들과 함께 가고 싶지 않았고, 그 이야기를 계속하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코사무이를 떠나기 전, 리처드는 에티엔과 프랑수아즈에게 알리지 않고 새미와 제프에게 급하게 그린 지도를 남겼다. 그리고 곧 코 앙통을, 그리고 해변을 향해 떠났다.


리처드 일행은 코 앙통에서 해변이 있다고 하는 섬까지 수영해서 건넜다. 그들이 찾는 해변은 그 섬의 반대편에 있을 것 같았지만, 그곳을 찾기 위해서는 산을 넘어야 했다. 그들은 죽을 고비를 넘겨 자신들이 찾던 해변에 도착했다. 그곳은 정말이지 이상적인 곳 같았다. 20명 남짓 한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었다. 영국, 미국, 뉴질랜드, 스웨덴, 유고슬라비아 등 여러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모여 사이좋게 살고 있었다. 잘 만들어진 Longhouse, 샤워실, 화장실, 주방 등이 있었고, 사람들은 각자 조를 나누어 간단한 농사, 낚시, 만들고 고치는 일 등을 하고 있었다. 라군 같은 동그란 바다 한 편에는 아름다운 해변이 있었고, 이곳은 절벽들에 가려 밖에서 지나다니는 배들에서는 보이지 않았다. 바깥 ‘세상’일들은 안개처럼 흐려져 갔고, 리처드 일행은 금방 적응해 가기 시작했다.


행복하기만 할 것 같은 이 해변에 예상치 못한 일들이 발생하면서 먹구름이 드리우기 시작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영화<비치>의 원작인 이 소설은 90년대 태국을 배경으로 20대 배낭 여행객들이 모여 사는 한 이상적인 해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작가 자신이 한 배낭여행 경험에 태국 코 팡 안에 모여 살던 히피 마을, 자신이 여행했던 필리핀의 풍경 등에 상상력을 더해 쓴 이야기이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상상해 봤을, 관광객의 발길이 닿지 않은 아름답고 이상적인 곳에 가는 일이 소설 속에서 펼쳐진다. 소설은 순간의 선택이 어떤 어마어마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 그리고 세상에 그저 아름답기만 한 것은 없다는 걸 잘 보여준다. 이상적인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상적이지 않은 일들이 생겨난다는 걸 말이다.


리처드 일행이 잠시 스쳐 가는 코사무이의 차웡비치에서 이 책을 읽었다. 작가의 스토리텔링에 빠져들어 400페이지가 넘는 소설이지만 금방 읽을 수 있었다. 너무나도 아름답지만 이미 ‘관광지화’되어 버린 코사무이에서 오히려 현지인들보다 관광객을 더 많이 보았다. 가족 단위로 여행을 온 사람들이 많았지만, 배낭 여행객들도 군데군데 눈에 띄었다. 리처드 일행처럼 파라다이스를 찾고 있는 이들도 있었을까. 소설 속 다피 덕은 여행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여행은 마치 죽음이 있는 삶처럼 우리가 보고 듣고 먹고 즐기는 것에 시간 제약이 있다. 아름다운 해변에 앉아서 노을을 보는 것도,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도 모두 시간 제약 때문에 영향을 받는다. 파라다이스를 찾는다는 건 그 시간 제약을 없애는 것이다. 마치 암으로 시한부를 선고받았다가 깨끗하게 나은 것처럼.


그런 제약이 없다면 삶이나 여행이 특별할 수 있는 것인지 생각하게 된다. 짧은 시간에 다시 올 수 없는 경험을 쌓아 가는 게 여행을, 삶을 더 멋지게 만들어 주지 않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별을 스치는 바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