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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준열 Jan 12. 2024

결국, 사랑이었네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하면 나를 내려놓는다. 

그래서 누군가를 더 사랑하는 쪽이 을이 될 수밖에 없다.




1년 전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새롭게 느낀 것이 있다.

아버지를 하늘나라로 보내드렸던 그 시간들을 돌이켜보니 평생 을처럼 사신 분은 어머니가 아니라 아버지였다.


아버지는 어머니를 진심으로 사랑하셨고 평생 어머니의 사랑을 원하셨다. 어머니를 더 사랑하셨기 때문이다. 실망감과 아픔이 때로는 화로 표현되기도 했지만 그건 어쩌면 사랑하는 사람이 내 마음 같지 않을 때 화를 냈다가 금방 후회하고 사과해 버리는, 그런 어린아이와 같은 순수한 마음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자식들에게는 엄하고 가까이하기에 너무 먼 당신이었지만 아버지는 아내보다 더 아내를 사랑했고 자식들보다 더 자식들을 사랑했다. 그랬기에 평생 그렇게 을로 사셨는지도 모르겠다..


세월이 흘러 우리도 나이를 먹을 만큼 먹었고 가정을 꾸리고 아이들을 키우고 살지만

어쩌면 이리도 아버지를 몰랐을까

시간이 흐른다고 아버지의 마음을 알 수 있을까.

너를 믿는다고 말씀하셨던 아버지.. 동생 머리를

아이처럼 쓰다듬으시며 다 잘 될 거라고 말씀하셨던 아버지.. 어머니에게 당신을 만났던 게 내 인생 최고의 행운이었다라고 말씀하신 아버지... 임종하실 때 막 도착한 형을 있는 힘을 다 해 바라보던 아버지..


아버지는 그렇게 조용히.. 끝까지 사랑을 나눠주며 가족 곁을 떠나셨다.

평온한 모습이었지만 눈가에 고인 마지막 눈물을 보며 우리는 아버지가 얼마나 가족을 사랑하셨는지 알 수 있었다.



큰아이 대학 등록금을 내어보니 아버지의 심정을 알 것 같다.

매일 아침 뻐근한 어깨와 뭉친 다리를 느끼며 아버지가 얼마나 힘드셨을지 알 것 같다.

내가 사고 싶은 것이 있어도 자식들이 먼저 생각나는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다.

때로는 아이들과 와이프에게 화도 나지만 내가 먼저 미안한 이유를 알 것 같다.

아버지가 돌아가시니 이제야 아버지를 알 것 같다는 게.. 참 아이러니 하다.


오늘은 아버지가 너무 보고 싶다.

나도 아버지처럼 살 수 있을까.


어떻게 사는게 맞을까.

적지 않은 나이에도 마음이 아리고 여전히 혼란스럽기만 하다.

아버지도 나처럼 흔들렸을까.

나도 아버지처럼 그렇게 아름다운 을로 살 수 있을까.


결국 우리가 생의 마지막을 맞이할 때

그토록 되고 싶던 부자의 삶도

그토록 성공하고 싶던 내 일도

그렇게 살고 싶던 멋진 집도

그토록 타고 싶던 멋진 차도

모두 가지고 갈 수 없다.

그러나 가지고 갈 수 있는 것이 딱 하나 있다.


그것은 내가 사랑했던 기억, 사랑받았던 기억

사랑하는 이들의 웃음, 즐거웠던 순간.

이것만은 마지막 순간에 가지고 갈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니...결국은 사랑이었다.


내 마지막 순간이 어떤 모습일지는 모른다.

하지만 지금, 오늘 내 아내와 아이들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그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 마지막 내 모습을 만드는 것이라는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아버지는 떠나면서도 내게 가르침을 주셨다.

오늘은 아버지가 환한 얼굴로 내 꿈에

와 주셨으면 좋겠다.



사진: UnsplashTyler Nix

Photo by Brittani Burns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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