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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준열 Jan 29. 2024

내가 먼저 변해도 괜찮아

결국, 사랑이었네

한 때 나는 가족 구성원 모두와 좋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때만 생각하면 정말 죽고 싶을 정도로 괴로웠던 감정이 떠오른다.


퇴근해서 집에 오면 아이들은 짧은 인사 뒤 방문을 닫고 거실로 나오지 않았다. 아내 역시 방에서 책을 읽거나 해야 할 일을 했다. 뭐라 할까... 나는 고립된 느낌이었다. 부부간에 대화도 없고 아이들과의 대화도 단절되었다. 그야말로 이런 지옥이 또 있을까 하는 느낌이었다. 나는 회사도 열심히 다녔고 사회활동도 잘했고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살았는데 정작 가족과는 거리를 두고 있었던 것이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을까.... 아이들이 어릴 때는 이렇지 않았는데 나는 와이프와도 아이들과도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이젠 이혼만이 답인가... 나는 정말로 이혼을 생각하게 되었다.


내 입장으로만 보면 억울했다.

한눈팔지 않았고 회사를 24년이나 다녔고 미친 듯이 일했다. 가족을 위해 버텼다고 생각했다. 연봉을 높이기 위해, 더 좋은 회사로 이직하기 위해 발버둥을 치기도 했다. 하지만 난 나의 노고를 인정받지 못했다고 생각했다. 왜 그랬을까.... 난 항상 화가 나 있었고 나를 알아주지 않는 가족이 섭섭했다. 와이프의 말과 행동, 재정적 실수들을 참을 수 없었고 무조건 엄마편만 드는 아이들의 모습에도 화가 났다. 나는 갈 곳이 없어졌다. 에너지가 떨어져 갔다. 머릿속은 항상 복잡했고 마음은 무거웠다. 나는 그렇게 지옥을 걷고 있었다.  


나는 곧 한계에 다다랐다.

고통을 벗어나기 위해 관계회복을 위한 시도들을 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생각난 것은 인생의 황금률. "대접받고 싶은 대로 상대에게 해 주면 너도 그렇게 대접받을 것이다" 그리고 성경말씀 중 "낮아져라. 낮아지면 높아지리라" 나는 이 말을 곰곰이 생각하며 가정에서 스스로 낮아지기 위한 시도를 했다. 하지만 결국 난 또 실패했다. 왜 실패했을까... 나는 또다시 고민에 빠져들었다. 낮아진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왜 낮아지지 못했을까?.... 그게 그렇게 어려운 것이었을까. 도대체 행복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불현듯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이 있었다.

"그래.. 맞아..그건.. 조건이 달리면 안 되는 것이었어".  나는 나에게 돌아올 보상을 위해 낮아지려 했던 것이다. 협상의 승리를 위해 패를 감추듯 말이다. 그리고 난 여전히 와이프나 아이들의 입장이 되어보지 못했다.


"조건 없이 낮아지는 것은 무엇일까?...나는 그렇게 오랜 시간 또 고민을 했고 다행이도 답을 찾았다. 그것은 어쩌면 흔하고 평범한, 우리가 항상 쓰는 말이기 때문에 오히려 잊고있는 말이기도 했다.


그것은 "사랑"이었다.
나는 사랑하는 마음보다 옳고 그름의 마음이 더 컸던 것이다.
그리고 그 옳고 그름 조차 철저히
내 기준이었다.



내가 살면서 가장 많은 시간을 들이고 가장 많은 에너지를 써야 할 것은 옳고 그름이 아니라

"사랑"하는 것이었다.


문득 아버지가 떠나셨을 때 생각이 났다.

사람은 마지막에 무엇을 가지고 갈 수 있을까? 그때는 돈도 직업도 좋은 집도 멋진 차도 맛난 음식도 다 필요 없어질 것이다. 무엇을 가지고 갈 수 있을까... 그것은 내가 가족을 사랑했던 기억, 사랑을 마음껏 표현했던 기억, 사랑의 마음으로 사람들을 대했던 기억. 그래서 행복했던 기억. 아마도 그것이 아닐까. 나는 마지막 시간에 무엇을 생각하게 될까. 무엇을 가지고 가게 될까. 그 생각을 하니 지금껏 내가 생각해 오던 모든 옳고 그름의 가치들이 중요하지 않게 느껴졌다.


인간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사랑하는 마음이었다. 예수님이 그토록 외치던 것도 사랑이었고 부처님이 설파하는 것도 결국 자비(사랑)였다.


내가 대단한 것을 깨달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달라진 것은 있다. 성당을 30년째 다니면서도

무덤덤했던 이 흔한 말, "사랑"이라는 말이 이제 조금은.. 아주 조금은 나에게 다가오는 것 같다.


<고린도 전서 3장>

내가 사람의 방언과 천사의 말을 할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소리 나는 구리와 울리는 꽹과리가 되고

내가 예언하는 능력이 있어 모든 비밀과 모든 지식을 알고 또 산을 옮길 만한 모든 믿음이 있을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내가 아무것도 아니요 내가 내게 있는 모든 것으로 구제하고 또 내 몸을 불사르게 내줄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내게 아무 유익이 없느니라 사랑은 오래 참고 사랑은 온유하며 시기하지 아니하며 사랑은 자랑하지 아니하며 교만하지 아니하며 무례히 행하지 아니하며 자기의 유익을 구하지 아니하며 성내지 아니하며 악한 것을 생각하지 아니하며 불의를 기뻐하지 아니하며 진리와 함께 기뻐하고 모든 것을 참으며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며 모든 것을 견디느니라 사랑은 언제까지나 떨어지지 아니하되 예언도 폐하고 방언도 그치고 지식도 폐하리라 우리는 부분적으로 알고 부분적으로 예언하니 온전한 것이 올 때에는 부분적으로 하던 것이 폐하리라 내가 어렸을 때에는 말하는 것이 어린아이와 같고 깨닫는 것이 어린아이와 같고 생각하는 것이 어린아이와 같다가 장성한 사람이 되어서는 어린아이의 일을 버렸노라 우리가 지금은 거울로 보는 것 같이 희미하나 그때에는 얼굴과 얼굴을 대하여 볼 것이요 지금은 내가 부분적으로 아나 그때에는 주께서 나를 아신 것 같이 내가 온전히 알리라 그런즉 믿음, 소망, 사랑, 이 세 가지는 항상 있을 것인데 그중의 제일은 사랑이라





난 고린도전서에 나오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모두 실천할 용기까지는 없다. 하지만 무엇을 하더라도 사랑하는 마음이 없으면 소용없다는 의미는 알 것 같다. 사랑하는 이에게 옳고 그름보다 사랑하는 마음이 먼저라는 것을, 신께 드리는 기도도 직업적 성공과 재물이 먼저가 아니라 사랑을 실천하는 마음을 달라는 것이 먼저라는 것을, 지금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하는 마음이 먼저여야 한다는 것을...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


그렇게 나는 조금씩 변해갔다. 이제는 너의 변화가 먼저가 아니고 나의 변화가 먼저여도 괜찮아졌다.


  나의 생각과 행동을 변하게 하는 것은 "사랑"이기 때문이다.



이제 텅 빈 거실에 나만 있는 게 아니라 가족들이 함께 티브이를 보고 웃고 떠들고 치맥을 먹고 있다. 난 우리 가족이 예전처럼 그렇게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온 것에 너무나 감사하다.


돌이켜 보니...나의 인생도 우리의 인생도 결국은 사랑이었다.


사진: UnsplashTyler Ni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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