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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경원illust Dec 12. 2022

엄마 나 아파

그림일기

(일단 저는 지금 안 아픕니다. 라는 안내)

얼마 전 아는 목사님의 설교를 인터넷으로 보는데 제목이 ‘나는 암 환자입니다’ 이었다. 목사님께서는 현재 암에 걸리셨다고 성도들에게 고백과 함께 암 환자여서 감사할 수 있는 부분들에 대한 내용이었다.

설교 중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고 얼마 후 목사님의 어머니 기일에 추모공원에 가서 전자 방명록에 글을 남기셨다고 한다.

‘엄마, 나 아파’ 라고.

이어 말씀 하신 내용이 목사님은 원래 아파도 엄마를 찾지 않는데 엄마가 안 계셔서 정말 다행이라고 하셨다.

거기서 눈물버튼 눌린 나는 한참을 울었다.

나도 감기에 걸리고 체하면 엄마에게 아프다고 말 할 수 있는데 진짜 아프면 이 세상 사람이 다 알아도 엄마는 모르게 한다. 오른손목이 산산조각이 나서 응급실에 실려 가도, 폐에 물이 차올라 숨을 못 쉬어도 우리 엄마는 모른다. 모든 일이 다 지나가고 난 후에. 그 후에 ‘나 있자나..좀 아팠었어.’라고 말한다. 보험 청구하느라 결국 알게 될 거라서 그때는 어쩔 수 없이 말함ㅎㅎ

응급실에 누워있는 순간 엄마가 정말 보고 싶지만, 엄마가 내 손 잡아주면 좋을 거 같지만 이를 꽉 깨물고 내가 나를 버티는 나는… K-장녀

이제는 아이들의 엄마가 된 많은 내 친구들이 아플 때 제발 엄마한테 말하라고, 그래야 엄마가 기도한다고 하지만 나는 아직까지도 아플 때는 엄마에게 말을 할 수가 없다. 그리고 친구들이 뒤에 붙이는 말은 ‘네가 내 딸이면 넌 진짜 죽도록 혼났어.’ 라고 급격히 분노…ㅎㅎㅎ

 

그렇지만…내가 엄마를 찾는 순간, 엄마는 이제 나보다 더 아파 할 테니깐. 자식 낫게 하려고 이 세상 무슨 일이라도 해낼 거라서 말을 할 수가 없는걸…이제는 내가 우리 엄마에게 충격주지 말고 늘 평온 할 수 있게 지켜줘야 한단 말이야…

물론…뒤늦게 알게 된다고 그것도 평온하지는 않음. 그래도 아프는 중의 모습을 엄마 평생의 기억 속에 생생하게 남기고 싶지는 않다구..

목사님의 ‘엄마, 나 아파’ 라는 그 덤덤한 말이, 엄마가 안 계신 이제야 기대는 그 마음을 잘 알거 같아서..예전 응급실에 누워서, 수술 대기실에 누워서 천장을 바라보며 ‘나는 어떻게 되는 걸까’라는 두려움과 ‘엄마..’ 하고 조용히 불러보던 그 순간이 떠올라서 한참 눈물이 났다.

결론은..아프지 말자! 모두 건강하십시다!

그럼 이만 허작가는 줄넘기하러..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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