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4주 차 이야기
2023년 8월 8일 화요일, 광양으로 출장 가는 하늘길이 맑았던 날
광양 출장이 있는 날, 아침 비행기 탑승을 위해 이른 시간 눈을 떴다. 가장 먼저 임신 테스트기를 확인했다. 두 줄이다. 다시 한번 눈을 크게 뜨고 바라봤다. 두 줄 맞네.
말복을 앞두고 광양 현장 격려 활동을 앞두고 있었다. 가장 뜨거운 시간대인 12시부터 15시까지 외부에서 간식차를 운영하고, 소통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날이었다. 생리 예정일이라 생리대를 준비했는데, 전날 샤워 후 바라본 가슴 모양이 평소와는 약간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모르니 아침에 눈을 뜨면 임신 테스트기를 해봐야지 마음을 먹고 잠들었었다.
준비를 마치고 신랑을 깨웠다.
- "오빠, 나 임신 테스트기 두 줄 뜬다."
지난주 금요일부터 지윤이 기침 증상이 심해서 출장 다녀오는 동안 신랑이 가정보육을 하기로 했다.
지윤이는 옆에서 자고 있었다. 오늘은 지윤이와 볼 시간이 짧으니 아쉬운 마음이 컸다.
- "왜 이렇게 둘째가 갖고 싶었지?"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왠지 모르게 첫째한테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지금까지 아빠, 엄마 사랑을 독차지했는데 앞으로는 둘이 되니 지윤이에게도 큰 변화가 있을 것이다.
눈물을 쓱 닦고 공항으로 이동했다. 양가 부모님이 멀리 계셔서 도움을 구하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맞벌이 부부로 지내는 것은 쉽지 않았다. 특히 아이가 아파서 갑작스럽게 하원이 필요하거나 출근이 어려울 때 곤란했었다. 신랑은 하나로도 충분하지 않냐고, 현실적으로 부부 둘만의 힘으로는 둘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나는 말했다. 지윤이 낳고서 한 번도 어렵지 않은 적 없었다고. 출산과 육아가 이렇게 힘든 줄 알았으면 아이 못 낳았을 것 같다고. 한 번쯤은 흔들리기도 했지만 조금 힘들다고 둘째 안 낳고, 조금 수월해졌다고 둘째 생각을 하는 등 변덕 부린 적 없이 늘 한결같았다고 이야기했다. 그 말에 신랑도 동의하는 듯했다.
삼 남매 중 둘째로 자란 나는 늘 형제자매가 있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때로는 갈등 상황도 생기고, 전혀 다른 성격을 이해할 수도 없지만 그래도 형제자매가 있는 게 늘 든든했다. 모든 걸 확신하고, 확실한 길만 가는 건 어려운 일이라는 걸 첫째를 낳고 받아들였다. 그저 한걸음 한걸음 눈앞에 닥친 일부터 하나씩 해결해 가면 되지 않을까...
다음날 재택근무를 마치고 산부인과에 가서 아기집을 확인했다. 4주 1일 차고 초음파 상에는 작은 점하나 보이는 상황이었다. "임신이네요." 의사 선생님께서 확인해 주셨다. 축하한다는 말씀은 없으셨다. 그래서 신랑과 지윤이와 중국집에 가서 짜장 하나, 짬뽕 하나, 탕수육을 맛있게 먹으며 자축했다.
뒤돌아보면 임신 징후는 몇 가지 있었다. 7월 마지막 주 시댁에 갔을 때 계속 피곤한 상태로 낮잠을 잤던 일, 순대국밥이 먹고 싶어 시장길에서 사 오던 일, 매콤한 낙곱새가 먹고 싶어서 만들어 먹던 일 등... 자꾸 피곤해하고, 먹고 싶은 것을 뚜렷하게 말하는 모습을 보며 신랑은 임신일 수도 있겠다는 말을 지나치듯 했었다. 그리고 이제는 임신 중 먹고 싶었던 음식의 원하던 맛을 보았을 때의 기쁨을 다시 맛보고 있다.
첫째 때는 7주 차에 임신 사실을 알았는데, 이번에는 4주 차에 알게 되어서 더 조심스러운 마음이 든다. 그래도 우리에게 또 한 번 찾아온 아기 천사에게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고맙고, 또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