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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댁 Aug 15. 2023

둘째, 너의 태명은

임신 5주 차 이야기

임신 사실을 알게 된 후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지윤이를 번쩍 안아주지 못하는 거다. 지윤이는 안아달라고도 많이 하고, 자주 안아주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손잡고 걸어 다니거나 자전거 타기를 잘했다. 그러다가도 아빠(믿을 구석이자 비빌 언덕)가 있으면 여전히 자주 안겨서 다닌다. 앞으로 키가 더 크고, 체중이 늘어날 지윤이를 아가 때처럼 안고 다니지는 못하겠지만 앉거나 누워서라도 자주, 꼬오~옥 안아줘야겠다.


태교를 하면서 기쁘고, 행복한 생각을 자주 하고 싶은데 눈물이 나는 순간이 여러 번 있었다. 특히 원가족들과 있을 때 고슴도치처럼 예민하게 날이 서 있는 상황이 많았다. 원인은 나에게 있다. 가족들에게 다정하고, 따뜻하게 말을 건네지 않는 내 모습을 발견하곤 한다. 가족을 위하는 마음이 크면서도 습관적으로 말을 예쁘게 해오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부모님께 불평불만이 있는 것도 아니고, 감사한 일이 더 많은데 마음가짐을 잘못 가져온 것 같다. 말공부가 필요하다고 느낀다. 진심을 진심으로 전하기 위해서 지윤이를 대하듯이 조금 더 이해하고, 위해주는 마음을 키우면 좋을 것 같다.


둘째의 태명은 ‘푸름이’다. 마음과 감정이 복잡할 때 집 앞을 산책하는데 푸르른 하늘과 나무를 보면서 마음이 편안해지는 걸 느꼈다. 걱정과 불안이 많은 나지만, 조금 멀리서 바라보거나 별 거 아니라고 마음을 먹으면 별 게 아닌 게 되기도 했다. 가까운 사이인 가족과 친구 사이에서 느끼는 여러 감정들이 있지만, 보다 더 넓은 마음으로 이해하고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에 둘째 태명을 푸름이로 지었다.


후보군으로는 ‘지동이’(지윤이 동생)가 입에 착 달라붙었지만, 지윤이 동생으로 둘째를 한정 짓고 싶지 않아서 패스. 마음이 넓고, 평온한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을 담았을 때 ‘호수’, ‘초록이’ 등도 후보에 있었지만 ‘푸름이’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푸름아, 엄마가 키가 큰 만큼 마음도 넓게 가져서 널 뱃속에 품은 동안 좋은 생각을 더 많이 하고 행복한 감정을 온전히 느껴볼게. 때로는 눈물이 흐르는 날도 있겠지만, 앞으로의 시간들을 슬기롭게 헤쳐나가 보자. 우리는 토요일에 병원에서 초음파로 만날 테니 그때까지 건강하게 쑥쑥 자라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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