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과거제도와 오늘의 청년실업
초롱초롱 박철홍의
지금도 흐른다 911
ㅡ 우리는 왜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가? ㅡ
(조선의 과거제도와 오늘의 청년실업)
내 청춘의 대부분은 시험이었다.
합격하면 인생이 열리고, 떨어지면 모든 것이 멈춘다고 믿었다. 그 믿음으로 오랜 시간을 버텼고, 30대 중반에야 겨우 궤도에서 벗어났다.
그때 알았다. 문제는 개인의 능력이 아니라 내가 서 있던 구조 자체였다는 것을.
이 사실을 더 선명하게 깨닫게 한 사람은 아이러니하게도 내 아들이었다. 나와 비슷한 길 위에 선 아들은, 30대 중반이 되어서야 시험을 내려놓고 다른 선택을 했다. 처음엔 아들 선택이 아프게 느껴졌지만, 지금은 다르게 본다.
아들은 탈락한 것이 아니라 구조에서 벗어난 것이었다.
이 경험은 하나의 질문으로 이어진다.
우리는 왜 이미 역사적으로 실패한 경쟁방식을 반복하는가?
1. 역사 속 실패한 경쟁, 조선의 과거제도
조선시대 과거제도는 한때 ‘공정한 인재선발’의 상징이었다.
혈통이 아니라 시험으로 관료를 뽑는 점에서 진보적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문제는 시험 자체가 아니라 그 구조에서 나타났다.
양반인구는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관직 수는 그대로였다. 과거시험 경쟁률은 만 대 일을 넘었고, 19세기 초에는 과거를 20차례 이상 치른 경우가 90%를 넘었다.
과거급제 평균 나이는 36세였고, 할아버지·아버지·아들 3대가 동시에 과거시험을 보는 경우도 있었다. 심지어 83세에 급제한 기록도 남아 있다.
조선 과거시험은 단순한 관료 선발이 아니라 한 개인 삶 전체를 좌우하는 구조적장치였다.
경쟁은 과열되었고, 많은 양반은 여러 차려 과거시험으로 가산을 탕진하며 생활은 몰락 했다.
과거시험 낙방 이후에도 선택지는 제한적 이었다. 유교적 신분질서 때문에 양반은 농업이나 생업에 뛰어들기 어려운 사회였기 때문이다.
결국 유교적 신분질서 속의 과거제도는 다른 삶의 가능성을 좁히는 구조였다.
이는 조선말기 지식인들이 세계적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조선 사회가 점점 폐쇄적으로 변하여 결국 망국으로 이어진 원인 중 하나가 되었다.
2. 오늘날 한국사회와 공통점
오늘날 우리는 여전히 시험중심으로 움직인다. 대학입시는 인생 중요한 분기점이고, 그 이후에도 자격시험과 채용과정이 이어진다.
청년들은 가장 활발히 활동해야 할 시기를 준비단계로 보내고, 경쟁은 치열하지만 기회는 제한적이다.
한국은 대학진학률이 80%가 넘는 세계 유일의 고학력 사회로 진입했지만 노동시장은 이를 충분히 흡수하지 못했다.
결과는 청년실업과 지식인력 비효율적 활용이었다.
이는 청년들이 극심한 경쟁 속에서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고, 기회는 줄어들며, 노동시장에 ‘흡수되지 못하는 구조적 병목’이 생기고 있다는 현실이다.
특히 대표적인 예를 들자면,
최근 우수학생들이 의과대학으로만 집중되는 현상은 조선시대 양반들이 과거시험에만 모든 힘을 쏟던 구조와 놀랍도록 닮았다.
조선시대 관직 수가 제한되어 있었듯, 의사라는 안정적 직업과 사회적 지위를 확보할 수 있는 경로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인재가 특정 경로에 몰리고 경쟁은 극도로 과열된다.
실패 시 다른 선택지는 상대적으로 제한적 이며, 개인과 사회 모두 비용을 치르게 된다.
조선 과거시험과 현대 의대 집중 현상 모두 한정된 통로에 인재가 몰리는 구조적 병목을 보여준다.
경쟁의 실패가 단순한 결과가 아니라 개인 삶 전체와 사회적 효율성에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두 시대는 공통점을 가진다.
3. 구조를 바꿔야 한다
“시험을 줄이자”거나 “실용 교육을 강화하자”는 말은 너무 상투적이고 충분하지 않다.
"필요한 것은 구조 재설계이다."
1) 성공기준의 단일화 해체
다양한 성공경로가 동등한 가치로 인정받는 환경이 필요하다.
2) 교육과 노동의 연결
배우는 과정과 실제 경험을 통합해 졸업 후 준비단계로 돌아가는 악순환을 막는다.
3) 실패 이후 경로보장
한 번의 선택이 장기적 낙오로 이어지지 않도록 재도전이 가능한 구조를 마련한다.
조선 과거제도는 낡은 시험이 아니라 소수의 통로에 다수를 몰아넣은 구조적 문제였다.
오늘날 우리는 더 많은 기회를 가진 시대에 살지만, 여전히 조선시대와 비슷한 경쟁구조를 반복하고 있다.
4. 결론
"역사는 반복된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결과는 반복된다.>
이미 나는 한 번 그 길 위에 있었다.
내 아들도 그 길을 돌아 나왔다.
이제 내 손자세대에게까지 같은 구조를 반복할 이유는 없다.
수백 년 동안 반복되는 경쟁방식, 우리는 왜 바꾸지 않는가?
그리고 이 체제 속에서 진짜 이득을 보는 존재는 누구인가?
이제 진지하게 답을 찾아낼 때다.
ㅡ 초롱박철홍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