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롱초롱 박철홍의 상고사도 흐른다. 7

잊혀진 왕국들 1 ㅡ 부여와 삼한

by 초롱초롱 박철홍

초롱초롱 박철홍의 상고사도 흐른다. 7

― 잊혀진 왕국들 1 ―

(부여와 삼한)


우리나라 고대사를 정리하는 일은 참으로 쉽지 않습니다. 우선 정설로 인정되는 역사적 자료가 너무 빈약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고대사를 광범위하게 서술한 역사서로 '환단고기'가 있지만, 이는 오랫동안 위서(僞書) 논란에 휘말려 왔습니다. 학계와 대중이 대립하는 이 논란의 핵심은, 그것이 진정한 고대문헌인지 아니면 후대 조작물 인지에 대한 문제입니다. '환단고기' 내용을 입증할 만한 유물이 대대적으로 발견된 적도 없습니다.


저는 '환단고기' 진위 여부를 단정할 수 없습니다. 여러 번 말씀드렸듯, 저는 전문 역사학자가 아닙니다. 다만 지금까지 역사 글을 써 오면서 기본적으로는 ‘정설’로 인정되는 역사에 근거했고, 그 위에 제 나름의 역사관을 덧붙이며 ‘야사’도 일부 소개해왔습니다.


하지만 상고사에서는 그마저도 쉽지 않습니다. 정설이라 할 만한 것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중국 사서에 남아 있는 몇 줄 기록을 근거로 추정하는 수준이죠.


그렇다고 위서 논란이 강한 '환단고기'를 토대로 글을 전개할 수도 없습니다. 이 점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 민족의 역사를 흔히 ‘5천 년’이라 하지만, 실제로 기원전 3천 년 무렵부터의 기록은 거의 없습니다.


제가 ‘상고사는 흐른다’ 시리즈를 쓰면서 애써 살을 붙여도 결국 10편 정도밖에 나오지 않은 것도 그 때문입니다. 기원전 시기 이야기는 어렵기도 하고 재미도 없습니다. 그렇다고해서 안 쓸 수는 없습니다.


본격적으로 삼국시대에 들어가기 전, 우리 역사 속에서 ‘잊혀진 왕국들’을 몇 편 더 정리해 보겠습니다.


몇 편으로 이어질지는 저도 알 수 없습니다.^^


여러분들께서 다소 지루하게 느끼시더라도, 인내를 가지고 함께 읽어 주시길 바랍니다. 우리 민족의 뿌리를 찾아가는 여정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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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왕국 ― 부여와 삼한


우리 역사 속에는 교과서에서조차 제대로 다루어지지 못한 ‘잊혀진 왕국들’이 있다. 학창시절 배운 교과서에서는 <동예·옥저> 같은 나라들을 그저 ‘부족국가’ 수준 으로만 취급했고, 기억에 남는 것은 “특정 풍속이 있었다”는 몇 줄이 전부였다.


즉, 한국사 교육은 대체로 단군과 고조선에서 시작해 곧바로 삼국시대로 이어지는 직선적 구조로 서술되었다. 그러나 그 사이에는 우리가 놓쳐온 고대 국가들이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북방의 '부여'(扶餘)와 남방 삼한 (마한·변한·진한)이다.


먼저 '부여' 부터 살펴보겠다.


'부여'는 오늘날 만주북쪽 '송화강' 유역을 중심으로 여러 부족이 연합한 고대국가였다.


부여는 고조선과 같은 시기에 공존했으며, 지리적으로 떨어져 있었기에 고조선과는 다른 문화를 형성했다. 즉, 고조선이 존재하던 시기에도 이미 '부여'와 '삼한' 등 여러 부족국가가 동시에 활동하고 있었던 것이다.


특히 부여는 우리 역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고구려 시조 주몽, 백제 시조 비류와 온조가 모두 부여 왕족 후손임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이는 고구려와 백제가 스스로 부여계임을 강조하며 국가 정통성 을 세우려 했음을 보여준다. 당시 고조선이 존재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 삼국 시조들이 고조선이 아닌 부여계임을 자처했다는 점은, 부여가 고조선 못지않게 강력하고 영향력 있는 국가였음을 시사한다.


부여에 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 편에서 다루겠다.


우리 고대사는 기록이 훼손된 탓에 전해지는 바가 매우 적다. 심지어 고대 국가들이 정확히 어디에 있었는지조차 확정할 수 없고, 대개는 추정에 의존핫다. 다만 최근 들어 발굴된 고고학적 유물들이 하나둘 이를 밝혀주고 있다.


한국 고대사에 대한 주요 정보는 주로 중국 사서에 남아 있다. 그 가운데 가장 자주 언급되는 것이 바로 '삼국지위서 동이전'(三國志 魏書 東夷傳)이다.


우리는 중국 삼국시대를 <조조· 유비·손권·제갈량> 같은 인물들로 아주 익숙하게 기억한다. 이는 원말명초 소설가 '나관중'이 집필한 '삼국지연의'라는 소설 덕분이다.


하지만 원래 사료는 서기 3세기 '진'(晉)나라 사람 '진수'(陳壽)가 편찬한 '삼국지'이다.


흥미롭게도 중국 삼국시대 시기는

고구려 (기원전 37년), 백제 (기원전 18년), 신라(기원전 57년)가 막 건국된 시기와 거의 겹친다.


그런데 우리는 <주몽·온조· 박혁거세>를 신화 속 인물로 치부하면서 <조조·유비·손권>은 마치 실제로 본 듯이 친숙하게 여기고 있다.


알어세 태어난 '박혁거세'가 '조조'와 거의 같은 동시대 사람이라고 느껴지는 가?


'삼국지' 가운데 ‘동이전’에는 <부여·고구려·옥저·예·삼한·왜> 등이 소개되어 있다.


여기에 기록된 농경의례는 <부여의 영고, 고구려의 동맹, 동예의 무천, 삼한의 5월제와 10월제> 같은 풍습은 학창시절 교과서에서 배운 바로 그것이다.


또한 이들 국가의 정치조직과 사회발전 정도도 ‘동이전’을 통해 알 수 있다.


물론 ‘동이전’은 중국인 시선으로 기록된 만큼 한계가 있다. 그러나 현재 학계에서는 비교적 신뢰할 수 있는 자료로 평가하며, '삼국사기'·'삼국유사'와 교차검증 해 이해하려는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따라서 한국 고대사 연구에 있어 '삼국지 위지 동이전'은 매우 중요한 문헌이다.


안타깝게도, 우리 민족 상고사는 자국 사서에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순수한 우리 역사서에서 고조선이 처음 언급된 것은 '삼국유사'이다. 그 이전 '삼국사기'는 고구려·백제· 신라의 삼국시대만 다루고 있을 뿐, 단군신화조차 실리지 않았다.


김부식이 '삼국사기'를 편찬한 것은 1145년으로, 진수 '삼국지' 보다 무려 1000년 가까이 뒤다. 김부식은 분명히 '삼국지 동이전' 을 참고했을 텐데도, 삼국 이전 고

상고사는 철저히 배제했다. 이런 공백을 메우고자 1283년 승려 '일연'이 '삼국유사'를 집필하며 단군신화와 고대국가들 이야기를 일부 전하게 되었다.


이처럼 여러 사정이 겹치면서 우리 역사서 속에서 상고사가 사라져 버렸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다음 편에서는 잊혀진 왕국 2 ― '부여'편을 이어가겠습니다.


― 초롱 박철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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