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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한 이야기 Dec 02. 2022

[소소한 인생 이야기] 대리병에 걸린 박주영?

육체적 정신적 전성기를 대하는 태도에 대하여

얼마 전 직장 상사와 점심을 먹던 도중 자연스럽게 월드컵 이야기를 하면서 축구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현재 울산 현대에서 선수 말년을 보내고 있는 박주영 선수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고향과 같은 팀 서울FC를 떠나 울산으로 이적한 박주영


우리나라 한국 축구 역사에서 박주영 선수만큼 센세이션한 데뷔를 한 선수가 또 있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청소년 대표 시절부터 지금까지 한국 축구에서 볼 수 없었던 감각적인 슈팅과 개인기, 탁월한 골 결정력을 보였고 그 결과 2003년 FIFA U-20 월드컵에 2살을 월반하면서까지 출전하기도 하였습니다.

당시 대학생이었던 저는 새벽에 친구 자취방에서 경기 중계를 보았는데 정말 놀라움 그 자체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후 여러 대회와 경기에서 정말 놀라운 모습을 보여주었고 한국 대표팀을 이끌 차세대 스트라이커로서 자리매김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많은 굴곡을 보여주며 때론 아쉬움을 때론 감탄을 느끼게 만들어 주었던 박주영 선수였지만 박주영 선수의 인생사에서 가장 큰 변곡점을 꼽으라면 2011년 아스날 이적 사건일 것입니다. 당시 프랑스 축구 리그의 모나코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주던 박주영 선수는 모나코가 강등되자 같은 프랑스 리그의 디펜딩 챔피언이었던 LOSC 릴로 이적이 추진하게 됩니다. 그런데 계약 당일 갑작스럽게 박주영 선수는 런던으로 갔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명문 구단 아스날과 계약을 해버리며 많은 축구 팬들을 놀라게 만들었습니다.



이적 과정에서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어찌되었든 박지성 선수 이후 한국 선수가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여있다는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의 명문구단에 입성한 사례이기 때문에 많은 한국 축구 팬들이 기대를 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결과는 매우 처참했습니다. 출전을 거의 하지 못했고 출전 기회를 얻기 위해 다른 리그의 중소 팀으로 임대를 떠났지만 그 결과도 좋지 않았습니다. 결국 맨유 전 멋진 골 하나만을 남긴 채 쓸쓸하게 아스날 생활을 마무리하게 되었고 아스날 역대 최악의 영업 리스트 최상단에 이름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러한 박주영 선수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가장 활성화되는 시기를 경험하게 됩니다. 흔히 말하는 인생의 전성기같은 시기입니다. 이 시기에 사람들은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과 확신이 매우 강해지고 실제로도 좋은 성과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때론 그러한 자신감이 너무 강해져 지금 자신의 환경 혹은 주변 동료를 조금 평가절하하는 모습을 보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나는 이런 곳에 있을 사람이 아닌데, 저 사람은 나보다 더 못한데 왜 더 좋은 대우를 받지? 난 더 좋은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어 하는 생각들이 들게 되고 그러한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좀더 크고 대우가 좋은 곳, 다른 사람들에게 선망의 대상인 곳으로 옮기는 것을 고려하게 됩니다. 


흔히 우리가 말하는 대리병이라는 것이 이러한 시기에 나타나는 대표적인 모습일 것입니다. 아무것도 몰랐던 신입사원 시절을 지나 대리라는 직급을 달게 되고 회사 생활에 필요한 지식을 이미 다 갖추고 있어 자신보다 더 높은 직급이지만 아직 회사 생활에 적응이 덜된 경력직 이직자들에게 자신이 회사 생활에 대해서 설명해주는 경험을 많이 하게 되고 회사의 높은 상사들에게 인정받는 말과 함께 때론 중요한 프로젝트의 담당자로서 임명을 받는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앞서 이야기했던 자신에 대한 높은 자존감과 확신을 느끼게 되고 그 결과로서 때론 주변의 상사들에게 다소 건방진 태도를 보이거나 아래 사원들에게 거들먹거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며 자신은 좀더 나은 대우, 좀더 좋은 회사에 있어야 할 사람이라며 이직을 시도하기도 합니다. 물론 이런 모습은 다소 과장된 부분도 있고 일부의 모습이기도 하지만 어느 정도는 대부분의 대리 연차의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모습이기도 합니다. 


출처 : https://brunch.co.kr/@seanchoi-hr/10


하지만 그 결과는 모두 좋지는 않습니다. 자신이 추구하는 커리어패스에 맞게 제대로 된 이직 준비를 한 사람들은 더 좋은 회사에서 더 좋은 대우를 받으며 승승장구하지만, 신입사원 시절부터 오랫동안 회사에 다니며 이전의 고생과 노고에 대한 보상차원에서 많은 것을 용인해주고 좀더 많은 인정과 보상을 제공해온 지금 회사에서의 자기 모습에 너무 심취한 사람들은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챌린지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 적응하지 못하고 매우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며 때론 이전보다 저조한 퍼포먼스를 보이기도 합니다.


저는 어쩌면 박주영 선수가 이러한 대리병에 걸린 것과 같은 상황이 아니었을까 조심스럽게 추측해봅니다. 모나코는 분명 좋은 구단이지만 규모가 매우 큰 곳은 아니며 선수층이 두껍지도 않았습니다. 그러한 상황에서 구단과 선수들이 모두 힘을 합쳐 으샤으샤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을 것이고 그 결과로 박주영 선수는 나쁘지 않은 경기력이나 스탯을 보여주었을 것입니다. 긴 리그 과정에서 부상 등으로 인한 선수 이탈과 부진, 상대 팀의 견제 등으로 인해 결국 팀은 강등되는 결과를 맞이했지만 박주영 선수를 지켜본 같은 프랑스 리그의 구단 LOSC 릴은 박주영 선수를 영입하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인생에는 만약이라는 말이 없다고 하지만, 만약 박주영 선수가 LOSC 릴로 이적했다면 아스날 시절보다는 더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주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미 익숙한 프랑스리그에서 이전보다 더 좋은 선수층의 지원을 받으며 더 공격에 집중할 수 있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전해온 아스날의 제안에 박주영 선수는 흔들렸을 것입니다. 당시 박주영 선수의 나이는 20대 후반의 나이로 축구선수로서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정점에 달해 있는 이른바 전성기를 열어야 하는 나이였기에 릴보다 더 명문구단에 선수층이 두껍고 지원도 빵빵한 아스날로의 이적이 더 좋아보였을지 모릅니다.


결과적으로 실패로 끝난 아스날 이적사이고 이후 박주영 선수는 망했다고 말할 순 없지만 이전에 기대했던 모습에는 확실히 못미치는 퍼포먼스를 보여주었고 이제 선수생활의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저는 앞에 이야기했던 대리병과 같이 정점에 서 있는 자신의 모습이 앞으로 계속될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무조건 나쁜 것이라고 볼 수 없으며, 어쩌면 살아가면서 당연히 겪게 되는 과정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시기에 자신의 커리어 패스를 구축하고 그러한 과정 속에서 앞으로의 미래를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지를 차분히 다져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이후 과장, 차장 혹은 중간 관리자의 역할을 맡게 되었을 때 그때의 경험을 토대로 다양한 인사이트와 전략을 도출해내는 노련미를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리병에 걸린 후배들에게 그러한 부분에 대해 말해주는 선배처럼 박주영선수에게도 주변에서 앞으로의 커리어패스를 위한 선택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을 느껴지기도 합니다.



나이가 들고서 지난 날의 자신의 모습을 돌이키며 무언가를 느끼는 것도 좋지만 그 것을 해나가는 시기에 좀더 눈을 키워주고 생각을 넓혀주는 조언을 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의 인생은 좀더 단단하고 풍성해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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