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소한 이야기 Jan 17. 2023

[소소한 인생 이야기] 사회주의와 공산주의, 유니버스

유니버스 마케팅을 준비하는 과정

우선 제목만 보고 오해하시는 분들을 위해 먼저 말씀드리면 이 글은 어떠한 정치적 견해도 담고 있지 않습니다. 


자차로 출퇴근하는 저에게 오디오 콘텐츠는 지루한 드라이브를 재미있고 알차게 만들어주는 동반자입니다. 저는 네이버 오디오클립을 통해 다양한 팟캐스트 채널들을 즐겨 듣는데 그중에는 <썬킴의 세계사 완전정복?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러시아 편을 듣고 있는데 러시아 혁명과 관련된 내용을 듣던 중 사회주의와 공산주의의 개념에 대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노동자가 주인이 되어 모두가 공평하게 생산하고 공평하게 나누어 갖는다는 사회주의는 현실적인 한계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사회주의가 만들어지기 전 기존의 자본주의 체계를 타파하고 전체적인 구조를 뒤엎기 위해 일당 체제의 독재가 이루어지는 공산주의를 필수적으로 거친다고 합니다. (썬킴의 세계사 완전정복에서는 공산주의와 사회주의를 바꾸어 사회주의가 공산주의의 하위개념으로 이야기해주시던데 아마 오류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소련의 공산주의 선전 포스터


그런데 이러한 공산주의와 사회주의의 관계를 보며 최근에 관심 있게 보고 있고 실제로도 업무에 도입하기 위해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유니버스 마케팅에서도 같은 모습이 보인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갑분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


유니버스 마케팅은 최근 콘텐츠 업계에서 가장 주류가 되는 개념일 것입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로 대표되는 유니버스 마케팅은 여러 콘텐츠를 하나의 세계관 아래 묶어 개별적으로도 매력적인 콘텐츠이면서도 그것이 하나로 뭉쳤을 때 기존의 개별 콘텐츠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감동과 재미를 주는 것으로 팬들로 하여금 엄청난 몰입감과 함께 평소라면 그다지 재미를 느끼지 못했을 다른 콘텐츠에도 기꺼이 돈을 지불하며 소비하는 행동을 하고 있어 콘텐츠 업계 종사자에게는 지속적이면서도 새로운 매출을 만들어 주는 황금알 같은 존재입니다.


그런데 모든 유니버스 마케팅이 성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대표적으로 마블과 함께 미국 코믹스 업계를 양분하고 있고 이미 전 세계적으로 큰 팬덤을 가지고 있는 DC코믹스도 경쟁사처럼 유니버스 마케팅을 펼쳤으나 큰 재미를 보지 못했고 최근에는 조금씩 와해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많은 콘텐츠 업계들이 유니버스 마케팅을 펼치고 있고 몇몇 유니버스는 나름 시장에서 선방하고 있으나 많은 유니버스가 결국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마블처럼 활발하게 적극적인 유니버스 마케팅을 펼쳤던 DC도 인정받는 작품은 결국 유니버스 이전의 <다크나이트 삼부작>과 유니버스와 개별로 만들어진 <조커>라는 점이 대표적인 상징일 것입니다.


기대만큼 아쉬움이 많았던 DC유니버스


마블과 다른 콘텐츠의 성공과 실패를 나눈 요인으로 많은 사람은 마블 엔터테인먼트의 CCO 케빈 파이기를 꼽습니다. 케빈 파이기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만든 사람은 아니지만 실질적인 큰 그림을 그린 사람이며 그것을 진두지휘하며 성공으로 이끈 사람입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각 영화의 감독과 연출자의 권한을 축소하고 자신이 그린 그림에 맞춰 콘텐츠를 만들다 보니 엄청난 역작은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아버지, 케빈 파이기


어쩌면 앞서 이야기했던 사회주의와 공산주의의 개념처럼 모든 콘텐츠가 각자 나름의 가치를 가지면서도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된 모습을 사회주의라고 한다면 그 전에 기존에 여러 콘텐츠가 자신의 이야기에만 집중하고 다른 콘텐츠들은 외면하거나 오히려 발목을 잡고 때로는 같은 프랜차이즈의 콘텐츠의 생명을 죽이는 결과를 낳는 모습을 타파하고 강력한 리더십 아래 전체 질서를 뒤엎는 일종의 공산주의와 같은 단계를 거쳐야 한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케빈 파이기가 공산주의자라는 말은 아닙니다.^^)


유니버스 마케팅이라는 것은 어쩌면 양날의 칼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각각의 콘텐츠는 나름의 세계관과 메시지, 연출 방식 등의 가치를 가지는데 그것을 하나의 유니버스에 맞춰서 전개한다는 것은 결국 각 콘텐츠의 개성은 어느 정도 죽여야 하는 상황과 직면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케빈 파이기도 그러한 부분에 대해서 인지했을까요? 최근에는 이전처럼 실무에 관여하는 것을 최소화하고 자신만의 철학과 개성을 가진 감독을 데려와 그 감독의 스타일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새로운 페이즈를 열어가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는 공산주의와 사회주의가 개념만 좋았다는 평가를 받으며 비정상적인 독재국가 일부를 남기고는 역사에서 사라진 것과 같은 맥락이지 않을까 생각해보았습니다.


그런데 최근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대한 비판이 많습니다. 자신만의 개성을 가진 감독들이 자신만의 메시지와 방식을 담아 영화를 만들다 보니 기존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영화 같은 재미를 느끼기가 어렵고 아무래도 회사 차원에서 물적, 인적 자원을 지원해주는 것이 이전의 하나의 유니버스 차원에서 지원해주는 것보다는 상대적으로 줄어들다 보니 퀄리티도 낮아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합니다. (그 외 다양한 부분이 있긴 하지만 그 부분은 논외로 하고자 합니다.)


기존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팬덤으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아이언하트


저도 콘텐츠의 유니버스 구축과 관련된 업무를 추진하고 있고 그러면서 다양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입장에서 굉장히 어려운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전체 유니버스를 살리기 위해 개별 콘텐츠의 개성을 죽일 것인가, 아니면 개별 콘텐츠의 개성과 매력을 살리되 전체 유니버스의 유기적 연결은 최소화할 것인가라는 부분은 어느 하나가 무조건 맞는다고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어쩌면 유니버스라는 것 자체가 지속성이라는 부분에서는 한계가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도 있습니다. 


출퇴근길 들었던 러시아 역사 이야기를 들으며 참 다양한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사실 결론이 없는 상황이라 마무리가 조금 어렵긴 합니다. 유니버스의 미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질문을 드리는 것으로 마무리 짓고자 합니다.


이전 06화 [소소한 인생 이야기] 대리병에 걸린 박주영?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