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보험이 남긴 아쉬움

by 강하


결혼 후 아이들이 태어났을 때 내 부모님은 손주들의 교육보험을 들어주셨다. 부모가 된 자식내외와 새로 태어난 손주들에 대한 축하선물이었다.


세월이 흘렀다.

내 아이들이 결혼을 하고 각각 아이들이 생겼다.

손주들이 돌을 맞았을 때 나는 교육보험 대신 증여세가 면제되는 범위의 증여를 하여 손주들의 주식계좌를 만들어 줬다.

그리고, 손주의 생일, 어린이날, 성탄절에 장난감을 사주는 대신 그 비용만큼 주식계좌에 넣어준다. 어린 나이에 장난감 사줘봐야 내구년수가 뻔하고 후에 기억도 못할테니까.


사십 중반, 이르다면 조금 이른 시기에 직장생활을 접은 후 주식이 내 생활의 기반이 되면서 얻은 철학이 하나 있다.

자본주의가 지속되는 한 주식시장은 결코 소멸되지 않을 것이고, 주식은 부(富)의 생성 및 축적에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라는.


많은 사람들이 주식투자는 위험하다며 말린다.

특히, 우리 부모세대는 자식들이 주식에 관심 갖는 걸 부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많았다. 대안으로 권장하는 재테크 수단이 부동산이었다.

대표적인 사례로 서울 강남불패를 꼽는다.

강남에 아파트를 사놓으면 무조건 오른다는..


개발도상단계 사회에서는 그랬다.

정보체계가 대중적이지 않았던 귀동냥의 정보시대에선 매 순간 가격이 변하고 그때마다 매매 판단을 해야 하는 주식보다, 시가변동이 당장 눈에 보이지 않고 묻어두고 지내면 가격이 오르는 부동산이 더 안정적이고 편안한 재테크 수단인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그건 주식의 단점을 부동산의 장점과 비교했을 때 얘기다.


강남불패론을 주창하는 사람에게 묻는 질문이 있다.

"10년 전 같은 금액을 삼성전자 주식과 강남 부동산에 투자했다면 어떤 투자에서 더 큰 수익이 났을까?"


1993년 500원이던 삼성전자 주가는 20년이 지나며 200배까지 고점을 찍었다. 하지만, 삼성전자 주식을 20년간 한 번의 매매도 없이 움켜쥐고 있는 사람은 없을 거라 감히 단정한다.


여기서 주식과 부동산을 바라보는 시각의 오류가 생긴다.


주식은 단기간에 몇 십 퍼센트만 오르면 어찌해야 할지 어쩔 줄 모른다. 두 배가 오르면 계속 보유할 용기(?)가 없어진다. 그리고 다른 종목으로 갈아탄다. 그런데, 그 판단이 매번 맞지가 않아 손실이 나면 귀동냥으로 얻은 정보로 또 종목을 바꾸고, 그런 게 반복되며 수익났던 게 소멸되기도 하고, 국제질서와 시대환경에 따라 어느 시기엔 깊은 수렁에 빠지기도 한다.

부동산은 다르다.

시시각각 가격이 오르내리지도 않지만 등락에 따라 수시로 매매하지도 않는다. 아파트를 사면 대개 최소 2~3년은 보유하고, 땅을 사면 급격한 경제적 변수가 없는 한 더 길게 보유한다.

2019년 코로나 펜데믹이 왔을 때 주식 보유자들은 큰 혼란에 빠져 매일 주식을 매도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부동산 보유자들은 대출부담이 없으면 굳이 부동산 처분에 매달리지 않았다


주식투자와 부동산투자의 가장 큰 차이는 환금성이다.

주식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현금화 할 수 있다.

내 주식을 살 매수자를 굳이 찾지 않아도 되고, 하루의 주식시장이 끝났으면 다음 날 9시까지 몇 시간만 기다리면 된다. 부동산은 현금화하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길다. 매수자를 기다려야 하고 문서로 법적절차를 밟는 시간이 필요하다.

즉, 주식은 쉽게 현금화가 가능한만큼 진득하게 보유하기가 힘들고, 부동산은 현금화가 간단하지 않지만 그래서 일희일비하지 않고 오래 보유하게 된다.


강남 아파트를 사서 오래 보유하듯 삼성전자같은 좋은 주식에 장기 투자를 하면 어느 강남 아파트도 따라올 수 없는 월등한 수익을 주는 게 주식 임에도, 주식은 위험하고 부동산은 안전하다는 편견이 생긴 이유는 주식을 [High Risk High Return] 개념으로 접근하기 때문이다.

위에 언급한대로 정보체계가 대중적이지 않았을 때는 그랬다.

하지만, 지금은 개인의 관심과 노력에 따라 필요한 정보를 얼마든지 접할 수 있을만큼 정보의 생산과 수집 루트가 다양해졌다.


손품과 발품을 어떻게 팔아 어떤 지식과 확신을 갖추느냐에 따라 [Low Risk High Return]이 가능한 것이 주식이다.

물론 판단력과 결단력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그럴 경우 큰 흐름을 따르면 된다.


내 부모님들이 들어주신 교육보험으로 아이들이 성장후 학비에 일부 도움은 됐지만, 아들이 태어나 대학 입학하는 18년간 삼성전자 주식은 80배, 현대차 주식은 10배가 올랐다.

아쉬움이 들 때 해야 할 일은 아쉬움을 교훈삼아 행동하는 것이다.

그 아쉬움으로 인해 내 손주들은 교육보험대신 주식계좌가 생겼고, 국내 우량기업의 주주로 자라고 있다.

손주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네가 이 회사의 주주"라고 알려주며 계속 주식에 대한 이야기를 하여 어려서부터 경제에 관해 관심을 갖게 하려 한다.


10여년 전 반도체와 같이 향후 10년을 주도할 산업 트렌드를 이끌 분야의 우량기업에 투자하면 손주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 손주들의 자산규모가 어느 정도 될지 나도 궁금하다.

얼마가 됐든 상속세나 증여세도 없으니 그야말로 일석이조다.


훗날 손주들의 자산이 궁금해서라도 건강관리를 잘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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