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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한 식도락 투어

‘소고산제일루’ㆍ‘시골집’ㆍ ‘이모네로가자’

         

훠궈와 풍미 좋은 고기만두 추천 ‘소고산제일루’

옻 오리·닭백숙으로 올 여름을 책임질 ‘시골집’

해신탕·홍어가 진심인 광명맛집 ‘이모네로가자’          


칼럼 제목이 ‘맛있는 동네산책’이다보니 매회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식당을 소개했다. 여러 곳의 맛집을 다녀오고도 지역적 특색을 결합하지 못해 빠트리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 칼럼은 오랜만에 사람을 중심으로 구성했다. 오래된 연인처럼, 친구처럼 아껴주고 싶은 지인(智人·지혜로운 사람)과 지난 며칠 동안 다닌 식당 중 좋았던 곳을 모았다.           


종로 피맛골서 발견한 훠궈식당            

‘소고산제일루’의 양고기, 소고기 반반 훠궈와 고기만두, 가지덮밥

그를 만나기로 한 교보빌딩 앞 광화문역 3번 출구. 정확한 시간에 그의 차가 도착했다. 처음에는 종로 피맛골에 들어선 르메이에르빌딩 2층에 있는 ‘서린낙지’로 점심식사를 하려 했지만 일요일 낮 시간인데도 줄이 상당히 길었다. 의외다 싶었는데 알고 보니 최근 ‘성시경의 먹을 텐데’ 유튜브를 찍으면서 손님이 급격히 늘었다고 한다.           


복도 코너를 꺾어서 길게 늘어선 장사진을 피해 1층에 있는 메밀면 식당 ‘광화문 미진’을 갔지만 똑같은 상황이 눈앞에 펼쳐졌다. 바야흐로 평양냉면, 메밀 소바, 메밀 막국수 등 유난히 메밀을 더 찾는 여름이 온 것이다.           

미진은 그 사이 신세계백화점 지점을 중심으로 상당히 많은 가맹점을 늘렸는데도 본점인 ‘광화문 미진’은 매년 이맘때면 기나긴 대기 줄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조선시대 종로를 일컬었던 운종가(雲從街·사람이 구름처럼 몰리는 거리)란 명성이 현대에도 여전한 곳이다. 당시 운종가를 일컫던 위치와도 정확히 겹친다.           

기다림을 감내하기보단 다른 식당을 찾는 쪽으로 택하고 르메이에르빌딩 식당가 이곳저곳을 둘러보다가 훠궈식당 한 곳을 발견했다. 2008년 마포구 서교동에 본점을 문 연 ‘소고산제일루’의 광화문점이다. 중국 한족이 운영하는 훠궈, 중국만두, 양꼬치 전문점이다.           


훠궈는 중국 북경과 사천의 대표적인 요리 중 하나다. 쇠고기나 양고기 꼬치로 된 고기를 담가 먹는 데 이곳에서는 냉동시켜 얇게 저민 고기를 둥글게 말아서 내준다. 우리나라에서 개발된 담음새 기법으로 추측된다. ‘소고산제일루’에는 소고기와 양고기 반반 메뉴가 있어서 이날은 기호에 따라 그것을 주문했다.           


커다란 용머리 손잡이가 달린 청동냄비는 백탕(청탕이라고도 함)과 홍탕이 담겨 나온다. 채소 구성은 다른 훠궈 식당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소스는 자신의 입맛에 맞게 만들어 먹을 수 있다. 제법 다양한 소스재료를 갖췄지만 또 다른 훠궈식당 ‘하아디라오’ 만큼 다양하지는 않다. 별도 비용을 받을 만큼은 아니란 의미다. ‘소고산제일루’에서는 훠궈와 함께 독특한 육즙 맛의 고기만두와 불향이 그윽한 가지덮밥을 꼭 먹어보길 권한다.           

동대문 뒷골목 맛있는 입담이 있는 곳      

    

동대문 ‘시골집’의 옻오리백숙과 무한리필 부추, 반찬. 낙지를 넣으면 금상첨화. 찰밥에 낙지를 와 파김치를 얹으면 맛있는 주먹밥이 된다.

나이가 좀 있는 분들껜 이스턴호텔이란 이름으로 더 알려진 동대문호텔 뒷골목. 허름한 대구여관 간판 아래 옻오리·옻닭·삼계탕이란 간판을 달고 있는 곳이 ‘시골집’이다. 손맛 좋은 여 사장님의 입담 좋은 부군의 절묘한 부조화 속의 조화가 공존하는 곳이다.           


2시간 전에 사전 예약만 하면 옻이 들어간 오리나 닭, 옻에 민감한 사람들을 위한 엄나무 한방 오리나 닭을 제시간에 맛볼 수 있다. 오래된 건물 안 좌식에 다소 좁은 공간이지만 이런 곳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정감 어린 곳이다.           


옻과 한방재료를 섞어서 육수 색이 검다 못해 칠흑 같다. 예약을 한 탓에 오리고기는 이미 푹 익혀 나온다. 부추를 한 바가지 들고 와선 적시듯 육수에 담근 후 재빨리 꺼내 맛을 보라며 권한다. 이때 부군의 멘트는 가히 ‘19금’ 경계를 넘나 든다. 상추겉절이, 깻잎장아찌, 파김치, 갓김치는 각각 역대급 손맛을 자랑한다.      

     

오리를 꺼내 접시 위에서 먹기 좋게 해체를 하고 깻잎, 부추, 마늘 등과 조합해서 싸 먹는 법을 친절하게 알려주는데, 따라서 해 먹으니 맛의 진심이 느껴진다. 오리고기도 어느 정도 건져 먹고 낙지 두 마리 투척하면 올여름 보양의 절반은 채운 느낌이다.        

   

비좁은 손님 틈을 헤집고 종횡무진 다니면서 ‘무한 리필’이니 마음껏 드시란 소리가 정겹다 못해 고맙다. 어느 정도 지나면 따뜻한 찰밥이 나오는 데, 대부분 죽으로 해 먹지만 파김치와 갓김치를 이용해 낙지, 오리고기 등을 얹은 주먹밥으로 변주를 주는 것도 해볼 만하다. 지혜로운 사람의 반짝이는 아이디어 메뉴다.    

      

닭과 낙지 찰떡궁합에 홍어까지   

   

광명시 철산동의 ‘이모네로가자’의 해신탕 한상차림과 넘쳐나는 갖은 반찬, 톡 쏘는 삭은 홍어회.

서울 구로구에서 광명대교를 건너면 바로 경기도 광명시 광명철산8·9단지 재건축이 한창인 지역이 나온다. 이곳에서 전남 무안의 손맛을 아낌없이 펼치는 이모가 있다. 이모란 호칭은 ‘이모네로가자’란 상호에서 따왔다. 가장 보편적이고 친근한 호칭 이모, 그 이모가 조카 같은 손님을 먹이기 위해 내놓는 음식은 푸짐한 정이 느껴진다.           


토종닭 한 마리에 백합, 고동 등 어패류와 갓 수족관서 건져온 산낙지와 꿈틀거리는 전복은 해신탕이란 이름이 명불허전임을 목도케 한다. 밑반찬의 종류와 양이 압도적인 가운데 상추겉절이와 삭힌 마늘은 레시피를 알고 싶을 정도로 맛이 독특하고 뛰어났다.          


해신탕이란 메뉴가 등장한 것은 그리 오래지 않다. 워커힐호텔 한식당 ‘온달’의 김성완 조리장이 2005년 여름 유행했던 드라마 ‘해신’을 보고 착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름 보양식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바다 식재료 중 영양이 풍부한 낙지와 전복을 삼계탕에 넣어서 성공시킨 것이다. 바다에서 가장 좋은 식재료를 사용했다는 의미에서 메뉴명을 해신탕으로 정했다.           


홍어 한접시를 주문했더니 삭힘 정도가 중상급으로 오랜만에 입맛에 딱 맞는 것이 나왔다. 연홍색에서 누르스름한 색으로 변하기 전 아주 맛있게 삭았다. 홍어를 너무 좋아해서 색만 봐도 삭힘 정도를 알 수 있다. 한때는 경동시장 홍어전문점에서 직접 한 마리 통째 해체와 회를 뜨기까지 했으니 마니아라 해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음식은 사람의 인연을 이어주는 더없이 좋은 매개다. 그래서인지 우리 민족은 밥상을 가운데 두고 간담상조하기를 선호한다. 음식은 술과 밥이다. 이를 함께 나누면 식구다. 그래서 식사로  인연 맺은 사람은 식구가 된다. 지혜로운 그와 오래도록 식구이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사랑하는 그와 함께 한 식도락 투어를 짧게 기록으로 남긴다.  이번 주말, 사랑하는 사람과 건강한 한 끼 식사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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