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녀가 선보이는 석모도 계절맛집 ‘맛모아식당’
재미사업가 김영훈 씨 바희네동산에 지은 한옥
모녀가 선보이는 석모도 계절맛집 ‘맛모아식당’
서울 생활 접고 고향땅에 문을 연 ‘순간의순간’
조금 지난 ‘동네산책’이지만 기록하지 않을 수 없는 곳이 있어 뒤늦게나마 지면에 소개한다. 지난 9월 15일 다녀 온 인천시 강화군에 속한 강화도 ‘학사재’(學思齋)와 석모도 계절 맛집 ‘맛모아식당’과 비건 카페 ‘순간의 순간’ 이야기다.
지난해 강릉 답사에 이어 메르세데스-벤츠 공식딜러사인 HS효성더클래스의 럭셔리한 리무진버스를 타고 문화지평 회원들과 함께 답사에 나섰다. 시인이자 인문학자인 조동범 작가가 섭외와 예약 등 제반 준비에 현장 해설까지 도맡아 수고 했다. 25년 만에 학사재를 다시 찾은 그의 감회가 고스란히 담긴 글을 소개한다.
강화도에는 우리가 쉽게 접하지 못하는 특별한 살림집이 있다. 강화도 불은면 덕성리에 있는 한옥 ‘학사재’가 바로 그곳이다. 학사재는 재미교포 사업가 김영훈 선생이 지은 살림집이다. 염하가 흐르는 덕진진 인근 10여만㎡(4만평) 땅에 조성된 학사재는 집에 대한 김영훈 선생의 생각과 삶이 담긴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집주인의 마음이 담긴 공간은 슴슴한 듯 고아한 멋이 있다. 한옥을 통해 느낄 수 있는 품격이 어떤 것인지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집이다.
학사재는 당대 최고의 도편수 조희환 선생의 유작이다. 한옥문화원 초대 원장 신영훈 선생도 학사재를 짓는데 힘을 보탰다. 그런 만큼 작품으로서의 가치도 높다. 안채, 사랑채, 대문채를 비롯하여 학사재 전체에 깃든 조형미가 마음을 사로잡는다.
또한 학사재는 전통 한옥이지만 화장실과 주방은 현대식으로 꾸며 실제 생활을 하기에 편하게 지었다. 전통과 현대의 접점을 잘 찾아 적용하여 그곳에 사는 사람과 잘 어우러질 수 있는 집이 되도록 했다. 엄청난 규모의 살림집이지만 어디 하나 허투루 지은 곳이 없다. 씨실과 날실이 치밀하게 직조된 것처럼 한눈에 보아도 정성이 가득했다.
학사재를 둘러보며 놀란 것은 한옥뿐만 아니었다. 학사재는 한국 정원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곳으로도 유명한데, 정원에 대한 집주인의 철학을 듣고 곳곳에서 묻어나오는 아름다운 품격이 무엇 때문인지 알 수 있었다. 학사재는 아름다운 나무와 꽃이 한옥과 어우러져 한 폭의 한국화처럼 펼쳐진 곳이기도 하다.
사계절 모두 저마다의 아름다움이 매혹적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곳 정원에는 화려한 색상의 꽃이 없다. 은은한 한옥과 어우러지는 야생화가 숨어 있는 듯 고고한 모습을 은은하게 내비치고 있을 뿐이다. 화려함보다 은근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집주인 김영훈 선생의 생각이 담긴 것이라고 한다.
정원을 따라 내려가면 무척 큰 규모의 연못도 있다. 개인이 지은 집의 연못이라고 믿기 어려운 규모다. 수련과 연못 주변을 둘러싼 대나무길을 걷자 어느새 마음을 차분해진다. 거기에 더하여 연못에 차경(借景)된 한옥이 신비롭기까지 하다.
학사재는 1999년에 짓기 시작하여 2002년에 완공되었다. 하지만 학사재를 가꾸는 부단한 노력과 정성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학사재를 둘러보며 이 집을 지은 사람의 마음을 생각해보았다.
이런 집을 짓는 건 단순히 돈이 많다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삶에 대한 고민과 그 삶이 놓일 공간에 대한 깊은 사유가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다. 학사재 구석구석을 살피고 정원을 걷는 시간 내내 무척 행복했다.
학사재는 개인 살림집인 탓에 일반에게 공개되지 않는다. 건축 초기에는 문화 행사와 방송 촬영 등을 하는 경우가 간혹 있었지만 지금은 일반 개방을 하지 않고 있다. 이번 답사팀 방문이 5년만의 첫 일반 공개라고 했다.
이번 학사재 방문은 집주인 김영훈 선생의 특별한 배려와 호의로 이루어졌다. 이날 답사에서 보고 느낀 것은 단순한 한옥이 아니라 집에 대한 누군가의 마음이었다. 쉽지 않은 규모의 공간을 조성하며 보낸 세월의 크기와 무게가 대단하게 다가왔다. 강화도 염하를 굽어볼 때 불어오던 바람이 무척이나 고즈넉하고 애틋하게 다가왔던 건 온전히 학사재의 힘이었던 듯싶다.
학사재 방문을 허락해주신 김영훈 선생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그리고 무더위에도 불구하고 진심을 다해 학사재 곳곳을 안내해준 인터내셔널뉴포트그룹 김유진 부장께도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이제 강화도는 집에 대한 누군가의 마음과 학사재를 품은 섬으로 기억될 것 같다. 이상 조 작가의 마음이 담긴 글을 그의 허락 하에 지면 분량에 맞게 약간의 편집을 거쳐 실었다.
학사재를 둘러 본 후 답사팀은 동검도 채플갤러리를 들러 7평짜리 채플에서 영성을 생각했다. 이 곳은 종교 간 화합과 교회의 일치를 위한 숨터와 쉼터로 인천 채플갤러리의 지점이다. 동검도 채플갤러리는 우리나라 최초 스테인드글라스(유리화) 갤러리다. 가톨릭조형예술연구소 대표인 조광호 신부가 2022년에 지어 일반에게 공개하는 곳이다.
이후 답사팀은 식사와 디저트를 먹고 대한성공회 강화성당, 용흥궁 등을 둘러보고 답사를 마무리 했다. 원래 식사는 밴댕이 정식이나 강화도에서 3대째 운영하고 있는 ‘마니산단골식당’의 버섯전골을 먹을까 했다가 석모도 ‘순간의 순간’ 카페 사장의 추천으로 ‘맛모아식당’으로 정했다. 결과는 대성공이다. 강화도 현지인 추천 찐맛집을 경험했다.
업력이 40년 정도 되는 내공이 깊은 곳이다. 계절 정식이 주력이고 육개장, 오므라이스 같은 식사류와 곱창전골, 꽃게탕, 자연산우럭탕 같은 반주 가능한 묵직한 요리도 취급한다. 계절 정식은 사전 예약을 해야 한다.
계절 정식은 식당 주변 밭에서 직접 재배한 식재료를 사용한다. 계절 정식이란 이름은 말 그대로 계절마다 달리 나는 식재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반찬이 바뀐다는 의미다. 푸성귀가 한창인 계절에 방문해서 정갈한 밥상을 선물 받았다.
세기조차 힘들만큼의 갖은 산채 요리와 시원한 모시조개탕, 고등어구이 등 밥상의 영양이 조화롭다. 건강을 위한 모녀의 시간과 노력이 느껴지는 맛이다. 반찬이 떨어지면 채우고 또 채워준다. 예약 시간보다 20여분 늦었더니 그 사이 맛없는 음식이 됐다고 핀잔이다. 가장 맛있는 음식을 맛보여 주고 싶었단 마음이 읽히는 아름다운 타박이었다.
모국인 미국보다 한국에서 더 오래 살고 있는 미국인 오수잔나 씨가 유창하게 한국말을 하니 예쁘다고 가지, 호박 등을 한 꾸러미 싸준다. 조 작가와 필자에게도 갓 따온 조선호박 몇 덩이를 들려 보냈다. 후한 인심이 맛을 더하는 느낌이다. 답사팀 모두 완벽하게만족한 식사를 했다고 입을 모았다. 영업시간은 11시30분부터 오후 2시까지 점심만 운영한다. 반드시 사전에 전화를 하는 것이 좋다.
학사재 이외에 이번 강화 답사는 대한성공회 강화성당, 용흥궁, 온수리 한옥성당, 돈대, 광성보 등을 둘러보고 석모도 비건지향 카페 순간의 순간‘에서 약식 강의와 비건 케이크를 경험했다. 합정동 비건 카페 ’쿡앤북‘을 10년간 운영하다가 아버지가 있는 고향바다로 이전해 문을 연 곳이다. 강화도가 고향인 어머니는 5년 전 작고했다. 그래서 귀향을 결심했다.
‘순간의 순간’은 전면 유리 가득 바다가 펼쳐진 군더더기 없는 뷰만으로도 아름다운 곳이다. 편안하게 전망 좋은 창가 자리에 머물면서 다양한 구성의 커피와 음료뿐 아니라 아이스크림, 와플, 샌드위치, 토스트까지 맛볼 수 있다. 특히 비건 케이크는 이곳을 찾는 이유에 대한 답을 들을 수 있는 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