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닌 뇌가 기억하는 것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사색하는 시간이 늘어날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았다. 외로움을 느낄라치면 외부와 연결할 수 있는 수단들에서 손을 떼지 못했다.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아 몸부림 쳤다.
"눈에서 보이는 것"
마시멜로우 이야기는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다. 나는 그 이후에 후속 실험에 대한 이야기에도 관심을 가졌다. 마시멜로우를 먹지 않고 참는다는 것은 내 과거의 경험에 의해 좌지우지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또 다른 실험, 마시멜로우가 눈에서 멀어질수록 우리가 기대하는 결과에 가까워진다는 것이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라는 말도 익히 들어왔다. 눈에서 보이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많은 차이를 불러일으킨다. 과거의 내 경험은 지금 내가 제어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었다. 하지만 무언가를 눈에서 멀어지게 할 수는 있었다.
"살짝이라도 본 것, 작게라도 들은 것"
뒤척이다 잠든 어느날 밤. 잠시 스쳐 지나가며 봤던 뉴스 기사, 우연히 카페 옆 자리에서 들려온 이야기들이 재료가 되어 아주 독창적인 꿈 요리가 그날 밤 내 머릿속에서 만들어졌다. 요리사는 내가 아닌 나의 뇌.
무의식 중에 받아들이고 있는 모든 부분들 또한 멈춤의 대상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익숙해서 지나쳤던 아주 작은 것들도 의심의 대상이 되었다. "살짝이라도 본 것은 보지 않았다고 할 수 없고 작게라도 들은 것을 듣지 않았다고 할 수는 없다." 분명 이와 비슷한 말을 어디선가 보거나 들은 적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뇌가 기억할 뿐 내가 기억하지는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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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나는 내 머릿속에 보라색 코끼리를 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