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을 삶다가 든 생각
삶은 계란이 먹고 싶었다.
어머니께서 해준 삶은 계란을 먹을 때 쉽게 잘 까져 그 비결을 물었다. 어머니는 '소금이랑 식초 적당히 넣어서 7분 30초 정도 삶으면 이렇게 된다.'라고 말씀을 주셨고 나는 그 방법을 드디어 실행해 보기로 했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바로 소금, 식초를 '적당히' 넣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고민 끝에 나는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생각에 소금, 식초를 큰 숟가락으로 듬뿍 넣어보았다. 놀랍게도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어머니의 삶은 계란 정도는 아닐지라도 나름 깔끔하게 껍데기가 까졌다. 하지만 그때뿐이었다. 그 이후부터는 껍데기를 벗고 반짝거리는 흰색의 삶은 계란을 볼 수 없었다. 껍데기와 함께 흰자의 절반이 날아갔다. 나는 노른자를 찾기 위해 계란을 깠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계란이 별로인가 해서 다른 계란으로도, 물양을 조절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는 같았다. 난 금광을 찾는 광부처럼 노른자만 꺼냈다. 그리고 계란을 삶는 것을 그만두었다.
어제 다시 계란을 삶았다. 이번에는 전과 달리 식초를 살짝만 넣었다. 세상에 기가 막히게 껍데기가 잘 까졌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들었다. 좋다고 생각해서 추가했던 것이 오히려 방해가 되었던 것은 아닐까? 어떤 변화를 원할 때는, 더할 것이 아니라 좀 빼는 것이 오히려 좋을 수 있겠다. 참 계란 삶다가 별생각을 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