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끊임없이 이 질문을 던지는 걸까.
선생님 상담자는 월급이 얼마예요?
충격적이었다. 10년 넘게 진로의 날에 학교에 가서 심리상담사에 대해 이야기하곤 했지만
언젠가부터 월급을 묻는 질문이 제일 먼저 나오기 시작했다.
내가 상담자로서 버는 돈이 그다지 이어서만은 아니다.
심리상담을 공부하면서 개인상담을 받을 때
나의 상담자는 한국상담심리학회 회장직을 하셨던 교수님이셨는데
그분의 첫 질문은 '왜 상담자가 되려고 하니?'였다.
모... 사실 이런 질문은 상담대학원에 들어가면 지치게 받는 질문이기도 했다.
그래서 별스럽지 않게 듣고 대답할 수도 있었다.
그분의 다음 말씀이 가장 서늘했다.
"상담심리사 돈 못 벌어. 돈 벌려고 상담심리사 되려고 하면 하지 마. 다른 직업 찾아."
나는 아직도 그 말 한마디를 붙잡고 있다.
돈 쫓아가는 상담자가 되지 마. 이런 바보 같은 글 하나를.
이젠 십수년전 지나간 이야기니까 솔직하게 말할 수도 있다.
3년인가 상담을 받는 동안 한동안 내 상담자는 상담비를 받지 않았다. 학생이 뭐 그리 돈이 많겠냐고... 비밀로 하라고 해서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지만... 때로 감사한 마음에 상담비를 봉투에 담아 나름 정성스럽게 드리면 이런 짓 하지 마. 그냥 지갑에서 꺼내 주면 돼. 일하면 받는 거야.
그리고 그의 꿈이라고도 했다. 언젠간 그냥 현관앞에 항아리를 하나 두고 상담을 하면서 누군가 돈을 넣고 가면 가는 대로 그냥 가면 가는 대로 그렇게 살고 싶다고.
그분의 상담실은 그냥 작은 방 하나였다. 내가 만난 상담자들은 대부분 꽤 한국에서 이름좀 알아주는 상담자들이었지만 상담실은 대부분 그렇게 그냥 평범했다. 럭셔리라고 한다면 편안한 안락의자가 하나 눈에 띄게 있었다는 정도.
지도교수에게 상담자 돈 못 번데요. 돈생각할 거면 다른 직업 찾느라시던데요. 하며 웃었더니
왜 못 벌어. 그 양반이 안 버시는 거지. 돈 잘 버는 상담자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래... 지 팔자는 자기가 꼬는 거라고 난 그런 상담자를 만난 인연 때문인건지
여전히 상담비를 받는 일이 어색하고 어렵고
아직도 주유비만 겨우 건지는 가난한 이들을 찾아가는 상담을 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자격증이 널리는 세상
온라인에는 몇십 시간만 이수하면 상담자격을 준다고 하는 시대
(대부분 알겠지만 그런 자격증으로는 상담사로 취직하기는 어렵다.)
제대로 상담심리사란 소리를 들으려면 청소년 상담사, 한국상담심리학회, 한국상담학회 자격증뿐이다.
이 자격증을 받기 위해선 무시하기 어려운 학위와 수련시간, 필기시험을 통과해야 하니까.
그럼에도 몇 년 전에 나는 한국상담심리학회를 떠났다.
이유는 자격증을 따기 위한 전쟁터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연수시간을 채우느라 작은 단칸방의 전셋값정도는 충분히 들인 것 같았고 배운 것도 많았지만
주관적으로 내게 느껴지는 비인간적인 관계와 수많은 정치적인 움직임들
뭐라 표현할 수 없는 자본주의적인 흐름은 나를 혼란스럽고 힘들게 했다.
그래서 한국아들러상담학회가 좋았는지도 모른다.
학교에서는 스쳐 지나갔던 아들러 개인심리학을 심도 있게 공부할 수 있어서 좋기도 했지만
그 겨울 제 1회 윈터스쿨을 여시면서 아이들, 부모들도 다 와서 배우라고
누구에게나 배움의 문이 열려있는 것도
기라성 같은 교수님들이 뭐든 퍼주고 싶어서 기특해하시며 가르쳐주시던
그 순수한 아이처럼 좋아하는 어른들의 모습이 좋았었다.
처음엔 이수증도, 회원제도도 갖추어지지 않아 찾아가는 일도 어렵고 지방이라 낯설었지만,
거대 학회에 눌려버린 난 그래서 그런 점이 더 좋았던 것 같다.
적어도 한국에서는 듣기 힘든 아들러 개인심리학의 깊이 있는 이론과 세계적인 연구동향
다양한 적용으로 현장에서 활용하는 전문가들의 거의 아낌없는 나눔을 보는 것이 감동이었달까.
몇 년 후엔 이메일로 이수증을 보내주었는데... 그것도 신기했다. 와... 이제 이수증이 오네...
자격증. 상담의 자격.
1급을 따고 박사를 하고 논문을 쓰고... 그렇게만 하면 상담자의 자격이 생기는 건가.
나는 꽤 실력 있다고, 나름 무림고수라 받아들여지는 상담자들이 실전에서 무너지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상담자로서의 자격. 그래서 끊임없이 내게 지금 자격이 있는 상담자인지를 묻는지도 모른다.
저 정도의 전문가도 지금 자신을 못 보고 무너지는구나.
그당시 하늘 같던 상담자도 초짜인 내가 상담을 못했다고 전전긍긍하던 모습을 보면서
네가 생각하기에 나는 얼마나 상담을 잘할 것 같니?
60%야. 남들이 다 인정하는 상담자인 나도. 상담 성공률은 60%
반 쪼금 넘을까. 사람의 만남은 그저 그순간을 깨어 최선을 다함 그뿐이야...
하늘의 인연인거지. 나는 나로서의 최선을 다하는거고...
그런 자폭위로를 하기도 하셨다. 정말 위로(?)가 되는...
내가 생각하는 상담자의 자격은 얼마나 자기 자신을 분석하고 있는가이다.
물론 기본적인 배움과 수련의 과정을 포함한 이야기지만
자격증 하나만을 믿고 상담실에 들어설 수는 없다.
아들러가 말한 대로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숙제는 나를 이해하고 나를 변화시키고 성장시키는 문제일 뿐
자기 스스로를 이해하지 못한 상담자는 돕는다는 숭고한 의지로 내담자를 말로도 충분히 평생 갈 아프고 깊은 상처를 자신이 낸지도 모르게 낼 수 있다는 걸 경험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수련하지 않는 상담자는 말로도 충분히 사람을 죽일 수 있다.
간담이 서늘해지는 이야기.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던 말.
내 목표는 상담현장에서 수련이 부족해서
상처 주는 그런 상담자가 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매 순간 내게 긴장하고 질문하게 한다.
너는 지금 상담할 자격이 있는가.
내담자를 온전히 경청할 컨디션인가?
내담자의 문제에 내 문제를 엮어 혼선을 주지 않을 준비가 되어 있는가?
사실 매 순간 물어야 하는 질문이다.
나는 상담을 할 자격을 갖추었는지.
자격증을 믿고 상담실을 초토화시키고 도망쳐버린 엉클어진 학교상담실을 떠맡았을 때
여기저기 널려진 심리검사지와 화려한 기법들이 적힌 수많은 물품들을 치우고 청소하며
도망쳐버린 상담자에 대한 험한 뒷담화를 쏟아내는 아이의 상처를 들어야 했을 때도
다시 물어야 했다.
나는 상담실에 들어갈 자격이 있는가.
나는 지금 아들러리안인가.
아들러 상담을 한다는 것은 늘 내게 이런 질문을 던지게 한다.
뭐라.. 말하기 힘든...
상담의 자격
나는 오늘도 이런 질문을 한다.
내 앞의 내담자에게 상담자로서 나는 준비가 되어 있는지를.
2024.08.17
자격증은 꾸준하면 언젠간 따진다.
8년 만에 1급을 땄는데...
(머리가 나쁘구나 그러지 말길.
8년만에 1급과정이 생겼다. 우리 한국아들러상담학회에도)
그래도 상담의 자격을 묻는 나의 질문은 여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