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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의 그릇된 목표 11가지 Ⅳ

양심 없는 극단적인 진리가 주는 냉혹한 삶의 목표 - 지성, 신앙

by 마음자리
그는 내게 가장 소중한 친구였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중학교 때까지 서로에게 비밀이 없었던 그와 나는 밤새 대청마루에 누워 수많은 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중성적인 매력에 공부도 잘하고 학교의 대표 계주선수이기도 했던 그는 꽤 많은 후배들에게 우상 같은 존재이기도 했다. 그땐 사물함을 열면 우수수 떨어지는 팬레터들을 정리해 건네주는 게 내 일인 듯도 싶었다.

모태신앙이었던 나와 달리 신을 믿을 수 없다던 그. 어느날 초롱초롱한 눈으로 내게 달려와 말했다.
'나 요즘 교회에 다녀. 근데 정말 정말 행복해. 네가 말한 그 신앙이 뭔지 나도 이젠 알 것 같아.'
그가 태양처럼 환하게 웃으며 행복해하는 모습이 나는 그저 좋았던 것 같다.

학교 일에 누구보다 앞장서던 그가 점차 학교에 나오지 않는 날이 많아졌다. 그를 쫓아 후배들이 그의 일상을 함께 하는 것 같았다. 학교에선 그가 아이들을 현혹해 사이비 종교에 데리고 가고 있다고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선생님에게 끌려간 그는 심하게 맞았다. 선생님에게 달려가 그 친구가 얼마나 좋은 친구인지, 눈물을 흘리며 하소연했지만... 냉랭했던 선생님의 눈빛을 되돌릴 순 없었다.

그날 우리 집으로 찾아온 그는 더 이상 학교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선생님께 체벌을 당한 일로 깊은 상처를 받은 줄 알았는데 마치 순교자의 박해를 받은 듯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내게 너는 신앙심이 깊고 오래되었으니 진실을 알 거라고 자신이 다니는 교회에 한번 와서 봐달라고 했다. 당시 내가 앓고 있었던 심부전증도 악마가 벌이는 짓이라고 우리 목사님이 몰아내 주실 것이라고... 그의 눈빛은 몹시 간절하고 흥분되어 있었다.

그가 하는 말만으로도 이미 사이비 종교단체일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래도 그는 내 정말 소중한 친구였다. 나는 그에게 약속을 받아냈다. 진지하게 네 교회에 가서 예배를 볼 거야. 그러고 나서도 내가 아니라고 돌아서면 그 날로 우리의 우정도 끝날 거라고. 괜찮겠냐고 말했더니 알겠다고. 더 이상은 나를 설득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모두가 마귀로 인해 쓰러져 버리던 예배.
초기 기독교 공동체 처럼 낭만적이기까지 하던 그들의 순박하고 순수한 교류.
너무나 가슴 아프게도 내 가장 소중한 우정이 그렇게 끝이 났다.


청소년 시기. 이제 나의 존재감을 세워나가야 할 때, 수많은 질문들은 수시로 그들을 괴롭힌다.

세상은 왜 이따위 인지. 학교는 왜 이 지경인지. 나는 왜 존재하고, 뭘 바라고 이렇게 미친 듯이 열심히 살아야 하는지. 답도 없는 질문을 던지고 말도 안 되는 상상들을 하고...

그 혼돈 속에서 온전하게 찾고 싶은 진리. 진실을 발견하게 되면 매혹되고 몰입한다.


좋다고 생각하는 것에 가장 순수하게 열정적으로 몰입할 수 있는 청소년기.

청소년기에 나타나는 특징에는 중독성이 있다. 매력적인 그 무엇에 자신의 열정을 불태우는 시기.

팬클럽, 게임, 독특한 취미 등에 쉽게 몰입하는 것은 이 시기만의 특별한 추억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이 인생의 목표로 설정되기는 쉽지 않다.


오늘은 이 시기에 설정되는 그릇된 목표로 지성과 신앙을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지성과 신앙은 사회적으로 그들만의 강력한 소속감을 제공하기 때문에 인생을 건 목표로 설정되기도 한다.


사회에서 두루두루 인정받는 지성으로 탁월함을 인정받는 것.

세상 다시없을 가장 올곧고 순전한 삶과 공동체를 꿈꾸는 신앙.

그럼에도 모든 극단은 개인과 사회의 성장을 방해할 수 있다.



지성, 신앙 - 절대적인 진리에 몰입함으로써 얻게 되는 존재감.

참과 진리를 좇아 나를 잃어버리는 아이들.


우리는 지금 양심에 눈을 감은 채, 지식과 신앙을 무조건적으로 추앙하게 되면 세상이 어떻게 망할 수 있는지를 목도하고 있다. 이 나라 최고의 엘리트들과 유명한 술사들과 교주들이 벌인 추한 행각들이 특검에서 하나하나 벗겨질 때마다 우리가 무엇을 놓치고 있는가를 다시 돌아보게 한다.


우리나라처럼 자녀에게 지식의 소중함을 강조하는 나라가 또 있을까 싶다.

전교 1등, 전국 1등, 수능 만점. 마치 사람을 여럿 살린 영웅이라도 되는 양 떠받들어 주는 사회.

하여 지식이 생의 목표로 설정되는 것이 그리 낯선 일이 아니다.


또한 가장 신비로운 진리를 따라 순전하게 사는 삶. 이 매혹적이고도 아름다운 이야기.

가족과 학교, 친구관계에 비정함을 맞닥뜨린 청소년들에게는 자신의 생을 바칠 수 있다 믿을 만큼 유일한 삶의 목표로 받아들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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