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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니 Aug 11. 2022

5세의 학교 생활

그거시 궁금하시다고요

5세 학교 시작 문제가 한국에서 큰 이슈였다고 들었다. 지금 실습하는 반이 바로 5세 반인데, 우리의 하루가 궁금하신가요?

얼마 전에 있었던 재밌는 얘기.

담임 선생님이 일 때문에 1교를 못하게 되어 대체 교사가 왔다. 이 쪽은 교사가 수업을 못할 일이 생기면, 학교에서 파견 업체에 연락을 해서 임시 교사가 온다. 이 캐주얼 선생님은 그날 학교 내 땜빵 난 반을 옮겨 다니며 가르치는데 (코로나 때문에 많다), 갑자기 새 선생님이 오면 애들도 선생님도 어색하지 않나 싶지만, 대체로 학교 근처 사는 교사오기 때문에 임시 교사라 해도 자주 오는 교사가 있다. 그런데 지난주 오신 분은 이 학교에 처음 오시는 선생님이었다.


왜냐면... 요즘 호주는 교사가 부족하기 때문에... 호주는 교사가 비인기 직종이다. 나라에서 바라는 건 많고 (1대 1 과제 평가, 매주 교과서 없는 수업 플랜, 소풍 가면 버스 예약까지 온갖 잡일) 대체로 공무원인데 공무원은 스태프 룸에 커피 하나 안 놔준다. (학교마다 특별히 비품비를 지원하거나 교원 노조에서 어쩌고 해서 낸다) 여기서 '대체로' 란 무슨 말이냐면 교대/대학원을 나오면 교사 자격증을 주는데 그걸 가지고 학교에 지원을 해야 한다. 그래서 공립학교에 들어가면 공무원, 사립학교에 들어가면 그 학교 직원이 된다. 근데 공립학교는 한국 식으로 하면 호봉이 10호봉까지라 10년이 지나면 따로 팀 리더나 과목 리더를 맡지 않으면 호봉이 거기서 머무르게 된다. 그래서 비슷한 대학/대학원 수준보다 연봉이 떨어지고, 학교 캠핑이네 축제네 행사할 때마다 일도 늦게 끝나고, 학부모 상대 등등. 방학 쉰다지만 학기 중엔 다들 일을 집에 가져가서 하기 때문에 또이또이랄까. 거기다 한국처럼 유교 문화가 아니기 때문에 ("those who can't do, teach": 못하는 사람들이 가르친다) 존경이 없는 건 아니지만 직업을 물었을 때, 선생님이라고 하면 한국처럼 우와~ 하고 자랑스러워하는 게 아니라, 어 선생님이세요? 그러면 아... 티 나요? 하고 좀 멋쩍어하는 게 있다.

6년 경력 교사가 연봉이 월마트보다 떨어져 퇴직했다는 미국 뉴스.

호주는 이런 비인기 노동을 외국인들에게  의지하는데, 코로나 + 교사들도 아프고 교사의 애들도 아프고 하다 보니 임시 교사 구하기가 힘들어지고 어쩌고 -> 교사 부족


여하튼 이 분이 오셔서 담임 선생님이 짜 놓은 플랜대로 수업을 하려고 하는데... (느낌상 그렇게 자신이 있는 분은 아니었음) 엎친 데 덮친 격, 애들이 봐야 되는 교육 뭐뭐 사이트가 다운이었다! 그날의 수업 플랜은: 수업 소개+ 대형 파충류에 대한 영상을 보고 (4분)-> 옆 친구와 잠시 토론 후 공유 (1분) -> 조별 읽기 활동 설명(2분)-> 공책 등등 꺼내서 활동 자리로 이동(3분)-> 조별 활동 (선생님이 성취도별로 나눠 놓은 조별로 앉아서 각 다른 활동을 하고, 한 조는 선생님과 소규모 집중 수업을 하는 거. (30)-> 다 같이 정리 (3분)> 수업 정리 (5분). 총 50분>의 미션.


근데 어? 사이트가 안네? 내 컴퓨터로 해볼까? 안되네? 유튜브에서 같은 주제 영상으로 대체하자. 서치. 여기까지 4분, 비디오 상영 시간 3분. 여기까지 벌써 7분이 경과하고 말았다. 난리 났다. 화장실에 가고 싶은 애 다섯 명, 집중 못하는 애들 바닥에 구르고 "요시찰" 어린이들 다른 애들한테 지분거리고 예민한 애들 짜증내고...


왜 바닥에 구르냐면... 여긴 3-4학년까지는 수업 첫 부분을 칠판 앞 바닥에 옹기종기 앉아서 하고 자기 주도 활동은 자기 조별 테이블로 가서 한다. 한 자세로 오래 있기 어려워하는 애들이니 이렇게 중간에 움직여 주 건데, 5세 반은 앉아서 7분이 한계. 근데 1교시는 출석도 불러야 되고 시간표도 공유해야 되므로, 대략 5분 안에 수업 비슷한 걸 전달해야 한다.  

선생님도 당황했는지 어영부영 수업은 10분이 넘어가고... 이제 듣고 있는, 아니 제대로 앉아있는 어린이는 스물 한 명 중... 세 명..?


한 번 들쑤셔진 분위기가 조별 활동 가라앉을 리가 없다. 우리 반 "특" 요시찰 어린이는 자기 옆 자리에 다른 조원이 앉았다 (앉아도 됨), 자기 공책이 락커에 없다, 이 종이엔 못쓴다 어쩌고를 치고, 그 다른 조원 어린이는 저 어린이가 자꾸 자기한테 어쩌고저쩌고 한다고 해서 걔 옮기고, 화장실 간다고 몰려온 6명을 짝지어서 차례로 보내고, 또 다른 애는 가 나를 놀려요 하고 찾아오고... (불러와, 왜 그랬니. 그게 친절한 행동일까? 미안하다고 하자 넌 괜찮니?...) 와중에 잘 못하는 어린이 도와주고... 다행히 잉여 인력 (=나)이 얘네를 해결했지만 이걸 감당하면서 소규모 수업까지 진행하긴 매우 어렵겠죠. 소규모 수업에서 선생님은 각각의 애들이 얼마나 잘하는지를 기록해서 그걸 다음 조 편성에 반영을 해야 돼요... 아이고.


활동이 끝나면 다시 어린이들을 바닥에 모아 활동한 내용을 정리하고 상황 등에 따라 잠시 5분 정도 스낵 타임 또는 브레인 브레이크 같은 걸 (반 게임 같은 것?) 한 다음에 2교시 시작..을 해야 하는데 담임 선생님이 오셨을 땐  애들이 겨우 조별 활동을 끝낸 상황... 분위기 정리하고 2교시를 빠듯하게 마치자  30분 쉬는 시간! 자, 얘들아. 풀고 오자... 제발! (Get your sillies out!)

 

5세 반도 다른 학년들과  똑같이 9시에 시작해서 3시 반에 끝나는데, 대신 일주일에 세 시간 정도 놀이 시간 있다. 그리고 학교 시간 전후론 일하는 부모를 위한 비포/애프터 스쿨 캐어가 있다. 시간은 7.15부터 9시, 3.30부터 6시. 매일 예약도 되고 캐주얼 예약도 있어서, 나는 일이 있는 날 아침이나 전날 저녁에 이메일로, "나 일이 생겨서 내일 (오늘) 아침반/저녁반 보낼게." 이렇게 예약을 한다. 나 같이 맡길 친정 없는 사람한텐 정말 고마운 서비스다. 오후엔 간식을 주고, 아침엔 시리얼도 준다. 사립학교 같은 경우엔 학교 내의 수영장이나 음악실에서 음악 과외나 수영 과외를 하기도 하는데 우리 애는 공립이라 만들기나 바깥에서 놀기, 그날 그날 테마에 따라 디스코 등 자율 활동을 한다. 이 서비스는 부모 수입에 따라 요금이 다르다.


그런데 담임 선생님은 무슨 일이 있었냐고요? 이제 2학기이기 때문에 5세 반 선생님들은 근처 학군 킨다(유치원)들을 방문하있다. 킨다는 공립 유치원 과정으로 일주일에 두 번, 독립과 사회성 교육을 중점으로 하는데, 커리큘럼 외에도 앞으로 모여서 앉기, 손 들고 얘기하기, 시간표에 따라 움직이기, 화장실 다녀오고 손 씻기 등등 단체 생활을 배운다. 킨다에선 아이들의 데이터를 넘기고 이 데이터는 반 편성에 참고한다. 만약 아이에게 ADHD, 자폐 스펙트럼, 언어 부진 등 학습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요인이 의심되면 부모와 면담을 하고 필요에 따 학교에서 도우미 선생님이 배정되도록 서류를 접수한다.

초등 선생님들은 유치원에서 어린이들과 초등학교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어린이들이 학교를 시작하는데 긴장을 덜할 수 있도록 해주고, 또 요번 애들이 어떤가 맛보기(?)를 한다. 이후에도 킨다 어린이들은 근처 학교 운동장 방문하기, 교실에서 1학년 선배들 만나기, 배정받은 학교에서 책 읽기 활동 등을 거쳐, 마지막으로 학기 시작 전에 담임 선생님과 어린이 1대 1시간을 30분 정도 가진다. 어린이가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하도록 서로 익숙해지는 시간을 갖고 선생님도 아이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기 위함이다.  


우리 아이도 첫 선생님을 참 좋아했고, 완벽하지 않은 호주 교육이지만 (교사의 반이 2년 안에 다른 직업으로 전직한다고 한다.) 학부모로서는 나쁘지 않다 평하고 싶다. 일하는 부모 5세 어린이학교보낼 수 있게 하기 위해 공립 킨다부터 시작되어 커리큘럼과 지도안, 방과 전/후까지 시스템이 있다는 면에서는.




* 위 내용은 빅토리아 주 기준이며 호주는 교육부가 주 정부에 속해 있어 조금씩 다릅니다.

* 위의 학교, 어린이 사진은 저자와 관계 없으며 구글 이미지 검색을 통해 수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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