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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아직 어리다보니 내가 들고 다니는 가방에는 늘 아이들을 위한 물건들이 존재한다.
작은아이의 최애, 뽀로로 비타민부터 음료수 섭취를 돕는 일회용 빨대, 휴대용 물티슈와 아이의 울음을 잠시 잠재울수 있는 아기자기한 스티커들까지..
늘 가방에 휴대하고 다니다보니 가방 어딘가에 있겠지라는 막연한 생각만 있을뿐..
가방 어느 주머니에 있는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할때가 많다.
몇일전도 그런날이었다.
둘째 아이와 집근처 산책을 나왔는데, 오래 걸어다니다 보니 아이는 자꾸 나에게 자신을 안고 가라며 손을 벌리기 시작했다.
아직 집까지의 거리는 멀기만 한데 여기서부터 안기 시작하면 아이는 절대 쉽게 내리려 하지 않을것 같고, 무조건 안된다고 하면 그자리에 앉아 울고불고 떼를 쓸것이 뻔히 보였다.
결국 나는 들고있던 가방에서 아이의 관심을 끌만한 비장의 무기, 바로 조그만 야쿠르트병을 꺼내들었다.
작은 야쿠르트병을 내밀자 아이의 눈은 반짝거렸고 아이는 어서 달라며 내게 손을 내밀었다.
나는 아이에게 빨대를 꽂은 야쿠르트를 주기 위해 가방의 모든 주머니를 뒤졌지만 도무지 빨대는 나타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아이는 쉽사리 손에 쥐어지지 않는 야쿠르트를 어서 달라며 그 자리에서 발을 동동거리며 떼를 쓰기 시작했고 나는 어쩔수 없이 옷에 다 흘릴것을 각오하고 야쿠르트 모퉁이에 있는 껍질을 조금 떼어 구멍을 만들었다.
아이는 그렇게 받아든 야쿠르트를 어떻게든 먹어보겠다가 작게 만들어놓은 구멍을 이로 계속해서 물어뜯었고 결국 커져버린 구멍에 야쿠르트의 절반은 본인이 먹고 절반은 옷에 먹이고 나서야 환장의 야쿠르트 파티가 끝이 났다.
난 끈적거리는 아이의 손을 잡아끌다가 그것도 역부족이면 그렇게도 피하려했던 아이를 바짝 안아들고는 겨우겨우 집에 다다랐다.
도대체 매번 가방안에서 잘보이던 빨대는 어딜간건지..
왠지 모르는 억울함에 집에 와서도 찾지 못한 빨대를 찾아볼 요량으로 가방을 다 뒤집어 놓자 빳빳하게 선 가방 기둥 사이에 길게 서서 숨어 있는 기다란 빨대를 찾을 수 있었다.
빨대를 찾는 순간 당연히 누워있을거라 생각했던 빨대였는데..
그렇기에 가방의 바닥만을 그렇게도 찾아 손으로 훝었는데 그렇게 꽂꽂하게 자신의 길다람을 뽐내며 서 있을지는 알지 못했기에 헛웃음이 났다.
빨대가 나를 피해서 숨었을리도 없었을텐데 그리 짜증을 내며 급히 찾아 헤맬때는 보이지도 않더니 없어도 그만이라는 마음으로 편히 찾을때는 금방 나타나다니..
순간 그런 빨대 하나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 모든것들이 그런게 아닐까
급한마음으로 찾으려 애를 쓰면 화만 날뿐 보이지 않던 것들이 결국 없어도 괜찮아라는 마음으로 찬찬히 둘러봤을때 더 잘보이는것이 아닐까.. 하는 그런생각.
막상 파랑새는 본인들의 집에 있었다는 옛날 세계명작 속 파랑새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