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금안 Feb 09. 2024

못 먹어도 일단 Go

밑미 12km 달리기 리추얼(2)

뛴 거리: 2.02km


1. "와, 진짜 어떡하지?"

지독하게 매서운 한강 바람 앞에 압도된 밤이다. 일단 앞으로 나가자는 목표만 안고 한강 주변에서 걷뛰를 했다. 그렇게 10분 정도 움직였을 때, 내 옆을 가뿐히 지나가는 한 러너를 보았다. 고추처럼 매운 바람에도 고른 호흡으로, 일정한 속도에 맞춰 발을 굴리는 모습이 경이롭기까지 했다.


'저 사람은 언제부터 저렇게 잘 뛰게 됐을까?'


2. 수려한 글로 마음을 울리는 명필들도 글쓰기가 어려울까? 생각한 적이 있었다.


글 앞에서 숨이 턱 막히는 내가 안타까워 어쩌면 글 쓰는 직업은 내 길이 아닐지 모른다고 부정하던 요즘, 이 물음의 답이 점점 더 궁금해졌다. 그러다 며칠 전, 간담회 준비로 우연히 알게 된 한 기자의 이야기를 듣게 됐다.


"햇수로 17년이면, 언제부터 글쓰기가 편해지셨나요?"


라는 나의 질문에 당황한 모습이 역력했지만, 이내 웃으며 답하셨다.


하하, 글쎄요.
그런 느낌을 받아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
글 쓸 땐 지금도 살 떨리죠.


예상치 못한 답변이었다. 포기할 수 없어 매일 글을 쓰고, 상사에게 꾸지람도 받으며 기사를 발행한다고 했다. 일단은 쓰자는 마음으로 17년의 고비를 넘겨온 것이다.


3. 달리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2km도 제대로 못 뛴다고? 9분이 넘는 게 말이 되나.' 라고 주눅이 들려던 찰나에, 기자의 말이 떠올랐다. 일단은 꾸준히 달려야 실력이 느는 법이다. 오늘 만난 러너도 어설펐던 과거의 기록들이 있었기에 지금처럼 달릴 수 있었으리라. 그러니 일단은 뛰자는 마음으로, 아직은 갈길이 먼 몸을 조금씩 예열해본다. 오늘 1도, 내일 또 1도, 속도가 느려도 몸은 전부 기억하리라 믿으며. 그렇게 올해 여름 즈음엔, 거뜬히 8분대를 달리는 나를 기대해본다.



처참한 기록 앞에 속수무책으로 좌절했지만, 좌절도 사치인 초보자라 얼른 마음을 고쳐먹었어요. 어떤 실력이든 쌓고 싷다면, 일단 해보자는 마음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글쓰는 일도, 달리기도 부디 오늘처럼 포기하지 않고 부딪히면, 언젠가 상상으로 꿈꾸던 제가 되어있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모닝 러닝한 나, 어떤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