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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글 Feb 18. 2024

쓰디쓴 요가에도 단맛이 올까요

영감요가 Ep.2


잠깐의 버팀에도 곧장 배에 힘이 풀리고, 손을 덜덜 떨며 자세를 뭉개는 내가 야속하다. 이건 명백히 코어의 힘이 부족해서다. 몸의 무게를 견디게 하는 힘, 내력이 부족한 사람은 요가가 쓰다.


글쓰기로 말하자면 내력은 기본기와 연결된다. 글을 잘 쓰는 사람에겐 탄탄한 기본기가 내재되어 있다. 비문 없이 깔끔한 문장, 서론 본론 결론의 맥락이 매끄럽게 이어지는 구조, 각 문단에 담긴 통일된 메시지까지. 수려한 문체, 반전의 묘미, 가슴을 흔드는 카타르시스나 영리한 유머코드는 기본기 없이는 절대 만들어질 수 없다. 뱃심 없이는 강직한 전사 자세를 취할 수 없는 것처럼.


고로 지금의 내가 매진해야 할 것은 고른 호흡 속에서 동작 하나하나를 정직하게 익히는 것이다. 손으로 바닥을 짚는 견상자세에는 손을 넓게 펴 손바닥 전체로 몸의 무게를 고르게 분산시킬 것. 백밴딩으로 이어지는 포인트브레이크에서는 흉추를 활짝 열어 근막을 이완할 것. 기본자세를 정직하게 해낼수록 근육이 올바르게 붙고, 그 근육들이 모여 기본기가 쌓인다. 내력을 갖춘 몸이되면, 어떤 자세에도 쉽게 무너지지 않고, 어느 자세든 받아들일 수 있다.


허리 근육이 없어 엉성하게 휘어진 백밴딩 자세를 보며, 지난날 써 내려간 나의 글들을 생각했다. 알맹이 없이 치장부리기 바빴던 글 뭉텅이들. 글도 요가도 기본기 없이는 완성되기 어렵다는 걸 이제야 깨우친다.


'호흡하라'는 선생님의 가이드에, 따라가기 급급했던 몸을 멈춰 안에 쌓인 숨을 배출해 본다. 안 되는 지금을 인정하자. 대신, 될 수 있는 내가 되도록 가장 본질인 호흡과 근육의 움직임부터 다시 집중해 보자.


요가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고통 속에서 기쁨을 찾는다고 한다. 이들에게 요가는 달콤쌉싸름(Bitterswwet)한 경험이다. 아직은 모든 버티기가 소리처럼 쓰지만(bitter), 언젠가 나에게도 쓰디쓴 수련의 끝에 단맛(-sweet)이 찾아 오길 바라며. 나마스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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