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카 에세이 - Chapter 1.
라이카 M 모델에서 혁신적이라는 모델 라이카 M10 이 출시되었다. 그동안 모아두었던 자금과 마음의 준비를 끝낸 상태라, 매장에 방문해서 바로 구매할 생각으로 집을 나섰다. 라이카를 구매하고 싶어 정말 많은 고민을 하고 조사도 많이 했지만, 구매처에 대해서는 별 고민을 해 본 적이 없었다. 그냥 막연히 새 제품이니 어디나 동일한 제품을 구매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내 덕분에 운 좋게 충무로에서 좋은 매장을 찾게 되었다.
“네? 대기번호가 100번이라고요?”
정말 깜짝 놀랐다. 일단, 이렇게 고가의 제품을 대기해야 한다는 사실에 놀랐고 대기 순번이 100번대라는 점에 또 놀랐다. 그리고 물량이 많이 입고되지 않아 100번대 대기번호라면 몇 개월을 기다려야 할지 모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마 이때 내 심정은 도저히 묘사할 방법이 없다.
너무 억울한 마음에 렌즈라도 미리 구매하기로 했다. 당시 후지 x-pro2 카메라에 M Mount 어댑터와 보이그랜더(Voigtlander) 렌즈를 이용해서 이미 수동 렌즈를 즐기고 있었기에 라이카 렌즈라도 미리 구매하면 아쉬움을 달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렌즈 선택이 고민이다. 막연히 라이카를 구매하고 싶다는 생각은 했지만 렌즈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고민해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기존 내가 사용하던 카메라의 렌즈가 워낙 밝은 렌즈라서 적어도 F/1.4는 구매해야 할 것 같은데, F/2에서 F/1.4로 넘어가면 가격이 2배 이상 뛴다. 렌즈 가격도 카메라 가격의 절반. 기존에 준비했던 예산을 넘었다. 할 수 없이 Summicron 35mm F/2.0 모델을 구매하기로 했다. F/1.4는 나중을 기약하며 포기했다. Summicron 도 굉장히 좋은 렌즈이며 밤에 사진을 즐기기에도 부족함이 없다는 걸 당시의 나는 알지 못했기에 억울한 마음이 가득했다. 타사였다면 F/1.2 렌즈를 몇 개를 사고도 남을 예산을 준비했지만, F/1.4 렌즈도 구매할 수 없다니.. 기가 막혔다.
결국 렌즈를 구매해서 집으로 돌아왔지만, 내 마음은 이미 너덜너덜해졌다. 몇 년을 저축해서 준비한 자금으로 매장에서 제품을 구매하지도 못하고 발길을 돌렸으니 말이다.
신세계구나!
꿩 대신 닭이라고 라이카 렌즈만 갖고 후지와 이종교배로 즐기는 사진은 차원이 달랐다. Voigtlander 도 재미있었지만, 라이카 렌즈는 재미를 넘어 감동이 밀려왔다. 진한 발색, 굉장히 선명하지만 동시에 날카로운 느낌보다는 부드러운 느낌이 드는 이 렌즈는 그냥 감동이었다. 심지어 채도가 강한 배경을 흐리면 마치 수채화로 그린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딱 내가 좋아하는 느낌 그대로이다.
렌즈에 반해 라이카 M10을 더욱 갖고 싶었다. 매장에서 내 순번이 되면 연락을 주겠다고 했지만, 기다릴 수 없어 일주일에 몇 번씩 집에서 먼 충무로를 방문했다. 처음에는 그렇게 방문하기 어렵던 라이카 매장이었는데, 이제 사랑방처럼 매일 드나들었다.
매장 직원과도 상당히 친해졌고, 다양한 렌즈를 마운트 해 보면서 나의 라이카 꿈(?)은 뭉게뭉게 커져갔다.
그러던 어느 날.. 매장에서 전화가 왔다.
….. 다음 편에 또 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