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카 M 은 취미만 해라?
라이카 M7 덕분에 필름 사진을 너무 쉽게 그리고 많이 찍게 되었다. 대부분 필름 사진을 하는 사람들 이야기를 들으면 한 달에 한두롤 찍기도 힘들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나는 일주일에 4 롤만 찍도록 참는 것이 힘들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면 6 롤까지 찍기도 했다. 나름 신중하게 찍는다고 해도 필름 사진이 너무 좋으니 계속 필름만 찍게 된다.
그 와중에 반도에서 라이카 MP는 라이카 M7과 또 다른 재미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슬슬 궁금증이 밀려왔다. 이 이야기를 들은 뒤 온라인 포럼 및 다양한 공간에서 라이카 MP 이야기만 들렸다. 도대체 뭐가 그리 좋길래. 위험한 줄은 알았지만 반도카메라에서 MP를 빌려 두롤 정도 찍어 보았다. 그리고, 다시 M7으로 사진을 찍으며 더 이상 A 모드로 찍지 않고 수동모드로 촬영을 시작했다.
늘 M7이 만들어준 정 노출로만 사진을 찍다가, 수동으로 조리개/셔터스피드의 조합을 변경하며 사진을 찍어보니 신세계가 열렸다. 필름은 노출 오버할수록 제맛이 있다는 걸 발견한 것이다.
이 즈음 이제 노출에 대한 감각도 생겼고, 카메라에 의존하지 않고 내 스타일대로 사진을 찍는 기술에 대해서도 확신을 들기 시작했다. 내가 인터넷으로 follow 하던 Canada 출신의 사진작가처럼 나도 본업을 유지한 채 상업사진을 시작해 볼까란 생각이 들었다. (Jonas Rask라는 사진작가는 Fuji x 시리즈 때문에 알게 된 작가로 본업은 의사이나, 프로 사진작가를 겸하고 있다.)
https://jonasraskphotography.com/
내가 하는 마케팅 일로 몇 번 상업작가를 고용해서 마케팅 목적의 사진을 찍어 보았지만 사실 늘 아쉬웠다. 종종 내가 찍어도 그들보다 잘 찍을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고, 몇 번 그들이 사진을 찍을 때 옆에서 같이 찍어본 적도 있었다. 그 결과 돈을 주고 의뢰한 사진은 버리고 내가 찍은 사진을 최종 결과물로 사용한 적이 늘기 시작했다. 이제 때가 되었다.
첫 번째 상업사진 의뢰는 제품 사진과 제품+인물 사진 조합이었다. 사실 이런 상황을 처음 찍어본 건 아니지만 제대로 사진만 의뢰받은 건이라고 생각되니 정말 긴장되었다.
혹시 촬영 전 내가 주의해야 할 일이 있을까 싶어 온라인 공간에 사연을 올렸다. 현직 스튜디오 실장, 프리랜서 작가 등 정말 많은 사람들이 답변을 달아 주었다. 하지만 공통적인 의견은 라이카 M으로는 이런 촬영이 무리라는 것이다. 그냥 취미 사진에 적당한 장비를 상업사진을 찍으려고 하냐고 질타하는 글이 많았다.
괜히 온라인에 질문을 올렸다가 상처만 받았다. 이럴 거, 그냥 하던 대로 할 것 그랬다. 오히려 오기로 디지털 작업과 함께 M7으로 필름 작업까지 해서 첫 의뢰 결과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긴장하던 첫 촬영은 대 성공이었다. 모델도 평소 내가 블로그로 섭외해서 같이 몇 번 작업했던 모델과 함께하니 자연스레 촬영할 수 있었다. 촬영 결과를 전달하던 날 의뢰인의 미소를 보니 그간 걱정했던 기억이 주마등처럼 흘러갔다. 특히 서비스로 같이 제공했던 필름 결과가 대박이었다. 부드러운 색감과 코닥 포트라 필름의 감성에 반한 의뢰인은 다음 작업도 같이 할 수 있냐고 물었다. 정말 뛸 듯이 기뻤다. 나의 첫 상업촬영은 정말 대 성공이었다!
- 이후 상업 촬영 시작과 함께 찾아온 지름신(?) 이야기는 다음 편이 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