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라이카 카메라는 필름 카메라다?
종종 미리 갖고 싶은 물건이 있어 보고 있다가 우연히 눈에 들어온 물건이 더 갖고 싶을 때가 있다. 예산은 한정되어 있고 이미 마음속에 훅 들어온 녀석은 자기를 선택해 달라고 몸부림을 친다. Leica M7은 나에게 이런 존재였다.
라이카 CL과 M10을 갖고 여행을 다녀온 뒤 정말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CL의 네이티브 렌즈 (TL 렌즈) 없이는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M 렌즈와 이종교배도 좋지만, 포커스피킹 방식으로 초점을 맞추는 것이 은근 오류가 많이 발생했다. 사진의 생명은 피사체에 초점이 선명하게 맞았는지와 직결되기에 이는 치명적인 문제이다.
그래도 이 핑계로 CL 네이티브 렌즈를 구매하는 것도 고민되었다. 이미 Q 도 있는데, M 렌즈보다 성능이 떨어지는 CL 로 사진을 찍기가 싫었던 것이다. (물론, 나중에 M 렌즈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TL 렌즈를 만나게 되었지만, 이 이야기는 좀 뒤에 다시 소개하기로 한다.)
그러던 차에 내가 사랑방처럼 종종 찾는 라이카 충무로 매장에서 상태 좋은 Leica M7이 들어왔는데, 한번 사용해 보지 않겠냐는 이야기를 들었다. 라이카 하면 늘 필름 카메라 한 번은 사용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하던 생각이 있었던 나에게 정말 큰 유혹이었다.
매장을 자주 이용하니, 편의도 제공해 주었다. 한롤을 찍어보고 마음에 들면 결제할 수 있도록 배려해 준 것이다. (이런 배려가 고맙기도 하면서, 동시에 나에게는 무척 위험했던 제안이었다.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겠지만, 이렇게 잠시 빌려 찍어본 뒤 신기(?)하게도 모두 내 방에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필름 사진은 대학 때 일회용 카메라로 찍어본 것이 다였기에 은근 긴장되었다. 막연하게 필름 사진은 사진의 고수가 아니면 제대로 찍을 수 없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매장에서 흑백 필름도 한롤 선물 받았다. 켄트 미어 흑백 필름 400 감도 필름을 선물 받고 매장을 나서며 충무로에 있는 필름 판매점에서 컬러 필름 4 롤을 더 구매했다.
필름에 대해서 잘 모르니 매장에서 좋은 필름을 골고루 달라고 해서 받았다. 이때 지금의 인생 필름이 된 코닥 포트라 필름을 처음 만나게 되었다.
그렇게, 부푼(?) 마음을 안고 매장을 나섰다. 솔직히 라이카 M10을 처음 구매했을 때보다 더욱 가슴이 뛰었다. 전통적인 라이카는 필름인데… 드디어 진짜(?) 라이카를 만진 느낌이다.
Leica M7을 사용할 무렵 나는 인물사진을 본격 찍고 싶어 내 블로그를 통해 일반인을 모델로 모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만난 첫 모델과 함께 필름 사진을 찍어 보았다. Leica M7은 A 모드 (조리개 우선 모드:Aperture Priority)가 지원되기에 라이카 M10을 찍는 것처럼 편하게 찍을 수 있었다. 필름 감도도 자동으로 설정되고, 노출도 자동이니 그냥 찍는데 집중하면 되었다.
아니 필름 사진이 이렇게 쉬워도 될까?
이런 의구심이 생길 무렵 첫 롤 현상 결과를 받았다. 첫 결과를 받고 정말 비명을 지를 뻔했다. 그동안 Leica M10으로 본 결과가 마음에 들었다면, M7 필카로 찍은 결과는 정말 장난이 아니었다. 묘~하게 느껴지는 필름의 질감, 색감, 감성이 왈츠를 추듯 느껴졌다.
물론, 짐작하겠지만 Leica M7 은 다시 매장에 반납하지 않았다. 아니, 생각해 보니 일단 매장에 반납은 했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급하게 매니저에게 전화를 해서 내가 구매할 테니, 판매하지 말라고 야단법석을 떨었던 것 같다. 이미 미친 듯이 라이카를 구매하는 나를 보았던 매장 매니저는 어쩌면 처음부터 예측했을지도 모르겠다.
필름 사진을 시작하며 일반인 모델을 섭외해서 한 달에 3번 이상 야외에서 인물사진 연습을 시작했다. 디지털과 필름 카메라 두대를 동시에 들고 사진을 찍었다. 목에는 Leica M10 어깨에는 Leica M7이 늘 걸려있었다.
내 사진이 라이카 M을 사용하기 전과 후가 크게 구분되었다면, 라이카 M을 사용한 이후에도 Leica M7을 사용하기 전과 후로 또 한 번 구분이 된다. 그만큼 필름 사진을 찍으며 노출에 대한 고민도 많이 하게 되었고 또 일반인 모델을 섭외해 수업료(모델 수수료)를 내며 사진을 찍으며 사진도 크게 변했다.
이제 취미 사진이 아니라, 돈을 받고 사진을 찍어도 부끄럽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 취미를 직업으로 바꿔보자!
- 상업 사진의 시작과, 또 다른 라이카 지름신에 대해서는 또 다음 편에 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