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llan Kim May 16. 2024

하이델베르크, 대학가 '최고의 학센을 찾아서..'

독일 여행 사진 이야기

파리에서 오후에 일을 마치고 얼른 파리를 떠나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역시 나는 도시와는 잘 맞지 않는다. 며칠 동안 파리 시내와 근교를 이동하며, 교통체증에 고생했더니 파리가 너무 힘들었다. 또 주요 관광지 외에 약간 위험해 보이는 지역들을 보았더니 파리에 조금은 정이 떨어졌다고나 할까? 마치 미국에서 시카고 외곽에 할렘가에 잘못 들어섰다가 머리가 쭈뼜쭈뼜 섰던 기억이 난다.

몇 시간을 운전했을까? 배가 고팠지만 오직 하나의 음식만 생각하고 운전하고 또 운전했다.

드디어 독일의 아우토반에 들어섰다. 이제 리밋 해제다!


차의 한계를 시험하며 달리고 또 달렸다. 그리고 도착한 하이델베르크. 이미 어둠이 내린 뒤 한참 지났지만, 지금이라도 내가 그토록 원했던 음식을 먹을 기회와 가까워졌다는 생각에 피곤 따위(?)는 잊을 수 있었다. 그런데, 목적지에 도착했는데, 음식점이 없다? 악....


이대로 포기할 수 없다!

길을 걷다 보니 맛난 보이는 음식점이 가득했지만, 이대로 포기할 수 없다. 파리에서 쉬지 않고 운전해온 노력의 결실을 아니 내 bucket list는 꼭 지우고 싶었다.

그래서, 주변에 대학 학생처럼 보이는 이들에게 물었다. "학센 잘하는 음식점 소개해 주세요."

문맥도 없다. 그냥 물었다. 대학생들은 친절하게 음식점까지 가는 길까지 알려 주었다. "앉을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벌써 9시를 향해 가는데 앉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헉 대학생의 조언이 진짜였다. 어마어마하게 넓은 식당에 자리가 하나도 없었다. 좌절한 채 멍하니 서있었는데, Host 가 다른 일행과 같이 앉으라고 안내해 주었다. 이 사람도 제정신이 아니다. 너무 사람이 많으니 사실 그냥 막 던지는 말 같았다.

그렇게 독일 사람들이 가득한 테이블에 앉았다.

그리고 시원한 헤페바이젠(이었던 걸로 추정되는) 맥주를 시원하게 들이켰다. 이미 독일 일행과는 친구처럼 서로 인사하고 건배하고 난리가 났다. 사실 너무 피곤하지 않았다면 허락을 구하고 사진까지 찍었을 텐데.. 그 정도 에너지는 남아 있지 않았다. 그리고 드디어 Bucket list의 음식이 나왔다. 


와~~ 학센이다!


한국에서도 즐겨먹는 학센, 원산지 맛은 어떨까? 너무 기대되었다. 허기에 바로 먹고 싶었지만, 이 글을 작성하고 싶어 가장 맛있는 순간을 카메라에 양보했다.





맛 묘사는 생략하려고 한다. 묘사를 하는 것 자체가 하이델베르크에서 만난 학센 맛집에 대한 예의에 어긋난다. 이건 그냥 먹어봐야 한다. 사실 다시 방문해서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집 주소도 모르고 위치도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집을 찾는 방법은 아주 쉽다. 내가 보여주는 사진 몇 장을 현지 하이델베르크의 대학생들에게 보여주면 아마 모두 알 것이다. 이곳은 그들의 아지트 같은 곳이기 때문이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정말 만족스러운 식사를 하고 나와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멀리 웅장한 하이델베르크 성이 보인다. 그리고 별이 반짝인다. (사진을 확대해 보면 별이 잘 보인다.) 

아마 내가 먹어본 학센 중 단연코 최고의 학센이었다고 할 수 있다. 학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사진만 봐도 느껴지지 않는가?

독일 사람들과 건배하며 먹던 학센, 웅장한 하이델베르크 성의 풍경. 마치 중세 시대를 걷는 듯한 기분. 마차가 다녔을 돌 바닥. 이국적인 냄새, 4월이지만 겨울 같던 차가운 기온. 이런 기억은 평생 잊히지 않을 것이다.

자 그럼 독일 여행 사진 에세이는 다음 편에 이어서. 티저 사진 한 장만 소개해 본다.



작가의 이전글 여행사진 에세이 독일 하이델베르크 성으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