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ma 1-2] 한인 민박 in 로마
이번 로마에서 숙소의 위치는 테르미니 역에서 도보로 3분 정도의 거리다. 위치는 굉장히 좋다. 로마에 있는 한인 민박들은 대부분 테르미니 역 근처에 위치한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아무래도 로마의 치안 문제로 걱정하는 한국인 관광객들을 안심시키고 손님으로 끌어들이기 위함일 것이다. 내 숙소는 기차역까지 픽업 서비스를 하고 있지만, 맥도널드 로고가 보이는 방향으로 두 블럭만 가면 되기에 로마 적응 겸 혼자 찾아갔다. 가는 도중에도 길거리에서 물건을 팔고 있는 흑인들의 눈빛을 피하느라 애 먹었다.
이 숙소를 선택한 이유는 다른 한인 민박과 달리 호텔을 개조한 곳이라고 소개되어 있어서 선택했었다. 테르미니 역이 1862년에 문을 연 뒤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기차를 타고 왔을까. 지금은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원하는 조건의 숙박 시설을 쉽게 찾을 수가 있지만, 100년 전 로마로 오는 여행객들은 자동차가 없었기에 이동의 불편함을 최소화시키고자 기차역에서 가장 가까운 숙박 시설을 찾았을 것이다. 그래서 그 시절에는 당연히 역 앞에 숙소 사업이 번창했었던 것은 당연했을지도 모른다. 이번 숙소도 그런 위치에 있었던 숙박 시설들 중 하나였을 것이고, 2016년의 로마 여행객으로서 시설 좋은 호텔 보다도 왠지 모르게 더 끌리게 된다. 이번 로마 여행은 단순히 숙소의 위치 하나만으로도 여행을 한다는 기분이 든다.
호텔의 건물 입구는 약 2층 높이의 대문이 하나 있는데, 대문 안으로 들어가면 또 여러 개의 문으로 나뉜다. 즉, 기존에 알고 있는 호텔 내부 구조와 다르게 한 건물 안에 여러 호텔이 존재한다. 나는 입구에서 오른쪽에 위치한 호텔 방향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여기서도 각 층마다 조그맣게 운영하는 호텔들이 많다. 수동으로 직접 열어야 하는 엘리베이터 문과 두 사람 정도만 들어갈 수 있는 엘리베이터는 로마에 위치한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진다.
어제 밤에는 시끄러워서 잠을 설쳤다. 방 안에는 작은 창문 하나가 있는데 방음이나 추위를 막는 기능을 하기 보다는, 단지 건물 벽 밖의 풍경을 보여주는 창문 본연의 기능만 할 뿐이었다. 덕분에 로마의 밤과 새벽의 소리를 들으면서 잠을 잤고 깰 수 있었다.